생각보다 작고 어려서 놀랐다고 한다면 열네 살 소년에게 실례가 되는 말일까? 하지만 실제로 본 여진구는 그랬다. 또래에 비해 왜소하거나 유별난 동안이라는 뜻은 아니다. 시장 구두닦이 패거리에게 구두통을 뺏기고 잔뜩 두들겨 맞고서도 “엄마 아부지 다 죽고 내 형 동생들 다 잃어버렸어. 더 이상 잃을 것도 다칠 것도 없어”라고 내뱉듯 말하고 다시 그들을 찾아가던 SBS 이강모의 거친 눈빛을, 장난스럽게 풍선껌을 불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는 소년에게서 쉬이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 놀라움은 ‘남자’보단 ‘아이’에 방점이 찍히는 이 남자아이가 드라마 속 수라장 같은 시장바닥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생존의 만만찮음을 드러낸 것에 대한, 그 과정에서 문득문득 ‘남자’의 눈을 보여줬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에 다름 아닐 것이다.
“주인공 아역을 하면 사건이 많아서 아들보단 더 재밌더라고요” “제가 여태 맡은 역이 약한 역은 아니었잖아요.” 정말 그랬다. SBS 에서는 왕이 보낸 자객에게 아버지를 잃고 신분을 숨긴 채 도망치는 왕가의 자손이었고, SBS 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계모와 엄한 아버지 때문에 외로운 왕자였다. 가족과 돈과 집을 모두 잃고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잃어버린 의 강모를 여진구의 얼굴을 통해 만난 건 그래서 익숙한 일이다. 그리고 그 익숙함 때문에 학교 친구들의 아부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열네 살 여진구는 낯설다. “제가 좀 기분파인 게 있어서 그걸 억제하려고 하는데 친구들이 이미 알아채서 일부러 칭찬해주고 그래요. ‘어제 드라마에서 너 우는 거 보고 나도 울었다’고. 그걸 제 몸 안에서 통역하면 결국 뭘 사달라는 얘긴데, 속이 다 보이는데도 결국 아이스크림을 사주게 되요.” 스스로도 말하며 웃긴지 멋쩍은 미소를 짓는 얼굴을 보면 브라운관 안에서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보여주는 것보다 나이 그대로의 해맑음을 숨기는 게 더 어려울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어려운 걸 여진구는 해낸다. 학생이나 미성년자보다 배우라는 말이 그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이제야 2차 성징의 징후가 희미하게 드러나는 성장기의 몸처럼 자신의 일에 대한 여진구의 생각도 아주 또렷한 형태를 이루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태도다. 자기 나이대의 캐릭터로 꾸준히 나오는 것보단 누군가의 아역인 게 좋은 이유에 대해 “어… 아역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홈드라마의) 아들 하니까 되게… 뭐라 그래야 하지? 좀… 별로… 뭐라 그래야 되지?”라며 미간을 모으며 골똘히 생각하다 “아, 아들로 하면 주로 사건이 엄마 아빠 위주인데 주인공 아역을 하면 아역 사건이 많아서 아들보단 더 재밌더라고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며 어려운 수학문제를 푼 듯한 표정을 지을 때, 이 일에 대한 소년의 제법 진지한 마음가짐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연기, 즐거운 십대의 일상 하지만 ‘마의 16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어후, 나 열네 살인데 어떡해? 관리해야겠다”고 말하는 이 명랑한 사춘기 소년이 배우라서 참 좋아 보이는 건, 역시 그가 이 일을 즐기기 때문일 것이다. “연기를 할 땐 연기자가 되고 싶고, 축구 경기를 볼 땐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하지만 이젠 “밤샘 촬영도 재밌더라고요. 연기는 할수록 재미있구나 싶어서 연기자를 계속해보려고요”라 말하는 이 소년에게 연기는 친구들과의 농구 시합처럼, 즐거운 십대 중반의 일상에 가까워 보인다. 그 일상이 이어지고 이어져 더는 여진구가 작고 어리게 느껴지지 않을 때에도, 여전히 그는 배우일까. 욕심은 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우선은 수많은 가능성을 품은 열네 살 소년을 위해 한 가지만을 바라도록 하자. 앞으로도 지금처럼 현재를 즐기며 웃을 수 있기를.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주인공 아역을 하면 사건이 많아서 아들보단 더 재밌더라고요” “제가 여태 맡은 역이 약한 역은 아니었잖아요.” 정말 그랬다. SBS 에서는 왕이 보낸 자객에게 아버지를 잃고 신분을 숨긴 채 도망치는 왕가의 자손이었고, SBS 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계모와 엄한 아버지 때문에 외로운 왕자였다. 가족과 돈과 집을 모두 잃고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잃어버린 의 강모를 여진구의 얼굴을 통해 만난 건 그래서 익숙한 일이다. 그리고 그 익숙함 때문에 학교 친구들의 아부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열네 살 여진구는 낯설다. “제가 좀 기분파인 게 있어서 그걸 억제하려고 하는데 친구들이 이미 알아채서 일부러 칭찬해주고 그래요. ‘어제 드라마에서 너 우는 거 보고 나도 울었다’고. 그걸 제 몸 안에서 통역하면 결국 뭘 사달라는 얘긴데, 속이 다 보이는데도 결국 아이스크림을 사주게 되요.” 스스로도 말하며 웃긴지 멋쩍은 미소를 짓는 얼굴을 보면 브라운관 안에서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보여주는 것보다 나이 그대로의 해맑음을 숨기는 게 더 어려울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어려운 걸 여진구는 해낸다. 학생이나 미성년자보다 배우라는 말이 그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이제야 2차 성징의 징후가 희미하게 드러나는 성장기의 몸처럼 자신의 일에 대한 여진구의 생각도 아주 또렷한 형태를 이루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태도다. 자기 나이대의 캐릭터로 꾸준히 나오는 것보단 누군가의 아역인 게 좋은 이유에 대해 “어… 아역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홈드라마의) 아들 하니까 되게… 뭐라 그래야 하지? 좀… 별로… 뭐라 그래야 되지?”라며 미간을 모으며 골똘히 생각하다 “아, 아들로 하면 주로 사건이 엄마 아빠 위주인데 주인공 아역을 하면 아역 사건이 많아서 아들보단 더 재밌더라고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며 어려운 수학문제를 푼 듯한 표정을 지을 때, 이 일에 대한 소년의 제법 진지한 마음가짐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연기, 즐거운 십대의 일상 하지만 ‘마의 16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어후, 나 열네 살인데 어떡해? 관리해야겠다”고 말하는 이 명랑한 사춘기 소년이 배우라서 참 좋아 보이는 건, 역시 그가 이 일을 즐기기 때문일 것이다. “연기를 할 땐 연기자가 되고 싶고, 축구 경기를 볼 땐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하지만 이젠 “밤샘 촬영도 재밌더라고요. 연기는 할수록 재미있구나 싶어서 연기자를 계속해보려고요”라 말하는 이 소년에게 연기는 친구들과의 농구 시합처럼, 즐거운 십대 중반의 일상에 가까워 보인다. 그 일상이 이어지고 이어져 더는 여진구가 작고 어리게 느껴지지 않을 때에도, 여전히 그는 배우일까. 욕심은 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우선은 수많은 가능성을 품은 열네 살 소년을 위해 한 가지만을 바라도록 하자. 앞으로도 지금처럼 현재를 즐기며 웃을 수 있기를.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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