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7회 ‘위대한 계춘빈’은 정유미의 첫 단막 출연작이다. 유치원 교사와 미술치료사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로맨틱 코미디물로 정유미는 독특하고 엉뚱 발랄한 유치원 교사 계춘빈 역할을 맡았다. 사랑에 관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을 갖고, 때 묻지 않은 아이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이다. 2007년 MBC 이후 영화 , , 등 주로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여 온 정유미가 이번 작품에서는 과연 어떤 매력을 보여줄까. 지난 6월 24일 경기도 수원 KBS 드라마제작센터에서 정유미와 대화를 가졌다.MBC 이후 TV에는 3년 만에 출연했다. 첫 단막극을 찍어본 소감은 어떤가.
정유미 : 형태는 다른데 연기하는 마음가짐은 항상 똑같기 때문에 그렇게 다른 건 모르겠다. 타이트한 샷을 많이 찍는 게 조금 다른가? (웃음) 를 하기 전에는 연기하는데 있어서 영화와 드라마가 많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찍어보니까 매체만 다르지 연기하는 건 똑같았다. 단막극이 부활한다고 해서 ‘언젠가는 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다 이번에 기회가 생겼다.
“지친 기분이 풀리고 맑아지는 이야기” ⑦│정유미 “캐릭터 나름의 시선이 다양하게 녹여져 있는 것 같다”" />
특별히 이번 작품에 임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정유미 : 이야기를 읽고 나서 이때 아니면 못하겠다 싶었다. 극 중 춘빈도 28살이고, 나도 28살이라서. 에서 박중훈 선배님 애인을 맡은 것도 그랬고, 홍상수 감독님 영화도 내 나이 대가 꽤 올라가서 성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홍보활동 하느라 몸이 피곤해 있었는데, 그런 피로를 풀어 줄 만큼 재밌었다. 내가 이 캐릭터에 도움을 받고 싶을 정도로.
이번 작품은 참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대본에서 받은 느낌을 연기로 잘 이어간다고 보나.
정유미 : 사실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까먹는다. (웃음) 현장 와서 심호흡 한 번 하고 그냥 시작한다. 어차피 생각한대로 잘 되지도 않고. 전체적인 느낌은 가지고 있어야겠지만 현장에 와서 집중하는 편인 것 같다. 그리고 파트너에게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고.
대본을 보니 춘빈이라는 캐릭터가 참 엉뚱하면서도 재밌더라. 기남(정경호)을 좋아하면서도 먼발치에서 지켜만 보고. 어떤 표정으로 연기를 할까 무척 기대된다.
정유미 : 제가 화나 보이는 얼굴은 아니죠? (웃음) 요즘은 늙어가지고 조금만 이래도 (찡긋) 주름이 막 보이고. (웃음) 대본을 읽다 보면 지친 기분이 풀리면서 맑아진다. 춘빈이가 기남을 바라보지만, 괴롭히지는 않으니까. 특히 우선 대본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리허설 중 형성되는 것들이 많은데, 오늘 촬영한 장면도 그렇다. 춘빈이 기남의 미술치료센터에서 눈치를 보면서 빨간 덩어리를 그리는데, 그런 것들도 이런 공간에서 주는 느낌들에서 영향을 받아 연기로 표현된다. 공간이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딱 낮으니까 진짜 치료센터 같이 느껴지고. 그런 것들이 신기한 것 같다.
앞서 파트너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했는데 정경호와는 ‘위대한 계춘빈’을 통해 처음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유미 : 같은 소속사인데도 1년 만에 봤다. 또래랑 오랜만에 한다. 그전에는 다들 오빠들이었다. 에서는 봉태규 오빠, 전작 에서는 박중훈 선배님이었고. 다른 영화도 나이 차가 있는 분들과 호흡을 맞췄었다. 같은 나이대가 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거 같아서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
미술치료사인 기남(정경호)의 캐릭터도 독특하다. 멀쩡하게 그린 병아리를 보고 “자아실현의 좌절을 의미하는 거죠”라며 진지하게 얘기하는 장면 같은 게 꼭 지식인 집단을 비꼬는 것 같아 보였는데.
정유미 : 찍다 보니까 그런 게 느껴졌다. 정말 우리도 그렇지 않나. 누구나 보기엔 동그라미인데 이걸 네모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다고 춘빈이가 보는 세상이 무조건 옳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각자의 캐릭터마다 나름의 시선이 우리 드라마 안에서 다양하게 녹여져 있는 것 같다.
“이야기는 상큼한데, 오이지 같이 피곤에 절어 있다 (웃음)” ⑦│정유미 “캐릭터 나름의 시선이 다양하게 녹여져 있는 것 같다”" /> 오랜만의 TV 출연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정유미 : 작품보다는 HD 화질에 대한 부담이 크다. (웃음) 연기야 항상 고민해야 하는 건데, HD가 너무 무서워서 망설여지기도 했다. 예쁘게 주름이 생기면 좋은데, 이 캐릭터에 주름은 어울리지 않고. (웃음)
다양한 작품을 하고, 특히 캐릭터의 비중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정유미 : 선택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단역으로 나왔건 조연으로 나왔건 내가 나왔던 작품들은 너무 재밌었고, 다들 애착이 가는 작품들이었다. 사랑하는 영화들이어서 이 작품도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연기가 아직도 재밌고 그런 거 같다.
정유미 : 그건 또 아니다. 오락가락하는데. (웃음) 음…아직 잘 모르겠다. 어렵다. 어려운데 가끔 재밌기도 하고, 힘들 때가 가끔 있는데 아직까지는 좋은 점들이 그것을 덮어주고 있는 거 같아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무조건 잘한다는 것보다 이 작품 안에서 이 캐릭터로서 충실하고 싶은 거다. 단막극도 처음 찍어 봤지만, 스태프들도 잘해주시고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다. 짧아서 부담스럽고 어색할 수도 있는데, 많이 하셨던 분들이라 그런지 편안하게 해주시고 짧은 촬영기간에도 편안하고 자연스레 섞일 수도 있는 거 같다.
이야기 중에 연기의 좋은 점들이 힘든 걸 덮어준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힘든 것과 재밌는 것은 무엇인가.
정유미 : 아직 말로 뭔가 말할 때는 아닌 거 같다. 작년 재작년 여러 작품을 해오면서 재밌는 것도 좋은 것도 생기기는 했는데, 조금 지치기도 한 것 같다. 그게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서도 이런 걸 보고 힘이 나는 것처럼, 정유미가 조금 지치지만 이런 대본을 읽으면 캐릭터에서 힘을 받는다. 그런 좋은 점이 있는 거 같다.
작가가 대단한 거 같다. 이렇게 힘을 주는 걸 보면.
정유미 : 저보다 한 살 어려요. (웃음) 글을 참 잘 쓰신다.
대본 미팅도 여러 번 했다고 들었는데.
정유미 : 이렇게 작가를 만나 얘기한 건 처음이다. 그전에는 감독님들이 직접 쓴 작품을 했고, 는 갑자기 캐스팅돼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단막극은 그런 게 좋은 거 같다. 영화와 미니시리즈와 다르게 할 수 있는 호흡들이 있고, 한 회에 다룰 수 있는 얘기들이 있고. 배우들에게는 참 필요한 존재다.
시청자들이 이번 작품을 어떻게 봐줬으면 하나.
정유미 : 많이 보셔야 할 텐데. (웃음) 이 얘기가 나와 있는 대로 우리가 잘 표현해서 느낌들이 잘 살아났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시라고 하기 전에 꽉꽉 잘 채워야 할 것 같다.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고. 여름과 어울리는 맑은 기운들이 전해졌으면 한다.
민트 향기 같은?
정유미 : 얘기는 상큼하고 민트 같은데, 기남이랑 춘빈이랑 (밤샘촬영 때문에) 둘 다 쾡 해가지고. 둘 다 다크서클 장난 아니란 말이에요. (웃음) 애들이 오이지 같이 피곤에 절어가지고.
글. 원성윤 twel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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