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아르헨티나> 자신의 경기를 보여주다
자신의 경기를 보여주다" /> 목 SBS 저녁 8시 30분
좀 더 참신한 표현으로 글을 시작하고 싶지만 결국 클리셰에 의존해야겠다. 졌지만, 잘 싸웠다. 어쨌든 열심히 뛰었다느니, 근성이 빛났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어제의 한국 팀은 아르헨티나라는 강팀을 상대로도 압박과 스피드라는 카드를 가지고 끊임없이 기량 대 기량의 승부를 걸었다. 결과적으로는 졌다. 어쨌든 축구는 골을 더 많이 넣은 팀이 이기는 경기이고, 아르헨티나는 한국보다 3골을 더 넣었다. 하지만 만약 한국이 스페인과 싸운 스위스처럼 극단적인 10백 수비로 골문을 막았더라면 어땠을까. 끝난 경기에 가정법은 무의미한 것이지만 4 대 1이라는 숫자는 훨씬 좁혀졌을 것이다. 그리고 브라질과 싸운 북한처럼 약팀이 상대적 강팀에게 수비 지향적 전술을 쓰는 것이 축구에 있어 그리 흠 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계속해서 자신의 축구를 하려 했고, 무엇보다 지지 않기보다 이기려 했다. 종종 메시의 빠른 돌파와 패스에 흔들리고, 이과인의 골에 압박을 느끼면서도 골득실 차가 벌어질까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공간이 열릴 때마다 주저 없이 아르헨티나의 골문을 향해 돌진했다. 득점은 못했지만 후반 이청용의 절묘한 패스에 이은 염기훈의 아슬아슬한 슈팅은 그 자체로선 양 팀을 통틀어 이 날 가장 인상적인 공격이었다. 즉 이것은 과정의 문제다. 종종 축구를 전쟁에 비유하며 과정이 어찌되었든 승패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전쟁과 달리 축구의 패배는 결코 끝이 아니다. 하여 승패의 카운트보다 오래 기억되는 것은 싸움 그 자체다. 전쟁에 대해서는 잘 싸웠지만 졌다고 말하지만, 축구는 졌지만 잘 싸웠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물론 이건, 어제 한국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경기를 보여준 팀에게만 돌아가는 찬사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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