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 좀비만 사는 줄 아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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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일상이 되어버릴 무더위가 마냥 불쾌하지 않을 수 있는 건 여름과 함께 찾아오는 각종 축제들 덕이 크다. 록페스티벌들과 함께 불쾌지수를 기대지수로 바꿔주는 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제, 제 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의 공식 기자회견이 15일 세종호텔 세종홀에서 열렸다. PIFAN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니아만의 영화제가 아니다”라는 기치를 내세웠다. 그것은 개막작과 폐막작을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로 선정한 것만 보아도 드러난다. 개막작으로 시리즈의 제작과 연출을 맡았던 폴 쉐어링 감독의 가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감독은 에 이어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다. 여기에 각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애드리언 브로디와 포레스트 휘태커가 주연을 맡아 기대감을 높인다. 폐막작으로는 황정음, 윤시윤 주연의 한국 영화 이 선정되었다.

오구리 ㅅㅠㄴ과 츠지 히토나리의 감독 데뷔작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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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로고 타이틀을 마련하고, 종전에는 없었던 영화제 주제가인 ‘피판송’을 만드는 등 열네 번째 PIFAN을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노력은 각각의 섹션에서도 드러난다. 좀비나 뱀파이어물 외에도 예년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고, 굵직굵직한 영화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과 크게 구분되지 못했던 ‘오프 더 판타스틱’을 새롭게 개편, 신설한 ‘비전 익스프레스’에서는 “장르영화 뿐 아니라 미학적인 비전이 있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올해는 배우 오구리 ㅅㅠㄴ의 감독 데뷔작 와 로 유명한 소설가 츠지 히토나리의 감독 데뷔작 가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다. 특히 오구리 ㅅㅠㄴ과 츠지 진세이라는 감독명으로 활동하는 츠지 히토나리는 영화제 기간 동안 부천을 방문해 관객과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올해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들도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올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서 주목을 받았던 , 200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기술 공헌상을 수상한 , 2009년 칸 영화제를 와 함께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또한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눈길을 끄는 테리 길리엄과 건담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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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도 PIFAN만의 판타스틱한 색깔은 특별전에서 발견된다. 뛰어난 상상력을 개성 강한 비주얼과 독특한 세계관에 담아낸 테리 길리엄 감독의 특별전 ‘테리 길리엄의 상상극장’에서는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그의 영화들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 팀 버튼 감독에 앞서 를 창의적으로 해석한 나 80년대 가장 창조적이고 미래적인 영화 가운데 하나인 등이 상영된다. 또 ‘한국영화 회고전 – 다이내믹 이두용’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이 복원한 그의 액션영화들을 상영한다. 태권도에 기반을 둔 한국의 토속 발차기 액션을 선보인 시리즈나 아이돌 시절의 전영록이 활약한 등이 이두용 감독과 영화평론가들의 토론과 함께 선보인다.

“벌써부터 사무국으로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는 가장 뜨거운 특별전은 ‘아시아 제작배급사 회고전 – 선라이즈: 기동전사 건담’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시리즈 8편을 극장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기회. 여기에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과의 대화와 건담 프라모델 전시와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우주세기 건담전’까지 건담 마니아들을 위한 풀패키지 선물세트가 대기 중이다. 출범 2년 만에 세계적인 수준의 강사들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의 환상영화학교 역시 올해도 장르영화 전문교육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 등의 아트 디렉터인 크리스티안 L 슐러 등 할리우드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스위스 영화인들의 강좌가 마련되어 있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스위스 작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일반인들에게도 주요 강좌가 공개된다.

열네 번째 PIFAN을 “찾아가는 영화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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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상영작들이 답보되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영화를 기리는 축제의 장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올해 PIFAN 역시 그간 꾸준히 지적되어온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해결책들을 내놓았다. 공식 상영관을 종전의 복사골 문화센터에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으로 옮기면서 부천 시내에 흩어져있던 상영관들을 부천시청, CGV, 프리머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거리에 집약시켰다. 또 평범한 상업지구라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동식 무대 차량 ‘PIFAN 무브먼트’를 신설해 “찾아가는 영화제”에 걸맞은 다양한 부대행사를 준비 중이다.

PIFAN이 10회를 넘기면서 장르영화 마니아들만이 찾는 영화제가 아닌 대중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는 영화제로 노선을 선회한지도 4년째. 그 결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패밀리 판타’ 섹션과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험이 될 정도”로 잔인한 ‘금지구역’ 섹션의 공존이라는 흔치 않은 조화를 낳았다. PIFAN은 열네 번째 축제를 통해 여타의 영화제와 구별되는 뚜렷한 개성은 훼손시키지 않는 동시에 대중적인 외연 또한 넓힐 수 있을까? 영화제는 7월 15일 개막해 23일 폐막식을 갖고, 24일부터 25일까지는 가장 인기 있었던 상영작들을 재상영하는 포스트 페스티벌을 가진다. 예매는 6월 17일부터 PIFAN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사진제공. PIFAN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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