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 브라질>, 예상은 깨라고 있는 것
, 예상은 깨라고 있는 것" />2010 남아공 월드컵 SBS 수 새벽 3시 30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월드컵이 부부젤라와 자블라니가 지배하는 재미없는 공놀이가 되었다고 말해도, 누군가에게는 월드컵이 여전히 평생에 한 번일지도 모를 가슴 벅찬 꿈의 무대다. 그 무대를 처음으로 밟고, ‘인민 루니’ 정대세는 눈물을 흘렸다. 브라질 대 북한. 월드컵 최다우승팀과 이번이 2번째 본선진출에 그나마도 44년 만에 꿈의 무대를 밟는 아시아 변방의 나라가 펼친 이 경기를, 많은 사람들이 다윗과 골리앗의 경기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돌멩이 하나 없어 보이는 다윗 북한은 외계인 11명이 뛰는 골리앗 브라질을 이기려고 애쓰기보다 어떤 상황에서든 끝까지 막고 보는 현실적인 전략을 택했다. 전반은 그런 북한의 전략이 제대로 먹힌 45분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이 두드리고 또 두드려도 단단히 걸어 잠근 북한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극단적인 수비전술이었지만 간간히 정대세가 보여주는 역습에는 세계 최고의 4백 라인을 가진 브라질이 진땀을 흘릴 정도였다. 국가 연주 때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던 정대세는 경기가 시작되자 세상에 무서울 거 하나 없는 듯 거침없이 뛰어다녔고, 북한 선수들은 세계축구의 벽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근성으로 경기에 임했다. 만약 북한 선수들에게 브라질과의 104계단이라는 랭킹 차이를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면, 후반 2:0 스코어는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지윤남의 골로 2:1까지 따라 붙었다. 북한은 비록 패배했지만 ‘예상대로’ 패배하지는 않았다. 이제 다음은 메시의 아르헨티나 앞에 선 대한민국의 차례다. FIFA 랭킹 7위와, 47위. 계단은 40개로 줄었다. 내일 저녁, 남쪽의 KOREA도 축구가 ‘예상대로’ 되는 숫자놀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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