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과 KBS <야행성>은 MBC <무한도전>과 KBS `1박 2일`, `남자의 자격`, SBS <강심장>의 공고한 예능 4강에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이들에겐 유재석이나 강호동 같은 확고한 1인자도 없고,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 어디쯤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로 보나 화제로 보나 아직은 16강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뜨거운 형제들’과 <야행성>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아바타 소개팅’에 이어 ‘멤버별 상황극’으로 싸이먼D라는 새로운 예능 기대주를 배출한 ‘뜨거운 형제들’. 공익성 예능의 콘셉트에 길, 장항준이라는 신선한 조합의 출연자들로 ‘착한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고자 하는 <야행성>. 이 두 신진세력의 전력을 <10 아시아> 강명석 기자와 김교석 TV평론가가 분석했다. 지금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1인자가 되기 위한 공개 강좌가 시작되니 제작진 및 출연자들은 필독하시길. /편집자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대망’ 첫 회에서 연출자 오윤환 PD는 그 자리에 모인 2인자들에게 “누군들 유재석, 강호동과 일하고 싶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연출하는 ‘뜨거운 형제들’의 김구라는 무리한 애드립을 던진 박명수를 타박했다. “그건 재석이니까 받아주지.” ‘1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2인자’들의 경쟁과 연대가 테마라는 점에서 ‘뜨거운 형제들’은 ‘대망’과 같은 지점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은 ‘대망’처럼 2인자들을 1인자가 되라며 산으로 내몰지 않는다. 여기에는 장시간의 야외촬영도, 거창한 미션도, 1인자를 자처하는 MC도 없다. 대신 2인자들이 십 수 년 간 쌓은 공력을 풀어낼 스튜디오 상황극이 있다. 박명수는 유재석처럼 진행할 수는 없어도 온갖 돌발 행동으로 웃음을 줄 수는 있다. 계속 이상한 상황을 만들어내려는 개그우먼의 시도를 차단하며 “이 상황을 포기하세요”라는 멘트를 던질 수 있는 건 김구라 뿐이다.

형제들의 웃음 제조 공정



진행과 미션의 부담에서 벗어난 형제들은 상황극 안에서 웃기고, 웃기고, 또 웃긴다. 마치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 같은 입담을 가진 형들이 예능 초보 동생들과 만나 MBC <무한도전>처럼 티격태격하며 KBS <개그콘서트>같은 코미디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어느 것도 약속하지 않은 개그맨이나 일반인을 상대하며 ‘리얼’로 웃긴다. ‘뜨거운 형제들’의 동력은 단지 출연자들의 애드립이 아니라, 출연자들이 어떤 멘트로 상황을 모면할 것인가 하는 긴장감 그 자체다. 그래서 ‘뜨거운 형제들’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콜럼부스의 달걀 같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기본요소를 제거하고, 출연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으로 쇼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리얼’을 재정의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기승전결을 가진 에피소드 안에서 웃음 이외의 코드를 예능에 끌어들였다면, ‘뜨거운 형제들’은 더욱 밀집된 웃음으로 승부하고, 리얼한 상황을 만드는 대신 진짜로 눈앞에 있는 사람을 웃기며 ‘리얼’을 획득한다.

시청자가 예능인들의 멘트를 애드립과 개드립(‘개 같은 애드립’을 뜻하는 속어)으로 평가하는 시대에, 오직 ‘예능감’으로 승부하는 ‘얼터너티브 리얼버라이어티’가 나타났다. 그러나 탁재훈은 심리분석을 하는 상황극에서 적극적이지 못했고, ‘아바타 소개팅’에서 활약한 노유민과 박휘순은 그 후 방송에서 연속 편집됐다. 유재석처럼 진행, 토크, 상황극 모두 특급인 ‘판타지 스타’가 아니면, 모든 상황에서 웃길 수 있는 예능인은 없다. ‘아바타 소개팅’이 ‘뜨거운 형제들’의 히트작인 것은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자 딜레마다. 토크는 강하지만 낯선 상황에서 자신의 개그를 펼치는데 소극적인 탁재훈은 아바타를 통해 원하는 애드립을 마음대로 했고, 이기광은 탁재훈의 지시를 통해 황당한 개그를 보여준다. ‘입’이 강한 탁재훈-박명수-김구라-한상진 같은 형들과 사이먼D-박휘순-노유민-이기광 같은 동생의 ‘몸’이, 또는 김구라의 멘트와 박휘순의 몸개그가 더해지면 어떻게든 한 회를 끌고 갈 만큼의 웃음이 나온다.

‘아바타 소개팅’ 외에 대안은 없나

하지만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아바타가 되어 웃기지 않는 한 누구도 편집되지 않을 만큼의 웃음을 보여준다는 보장이 없다. 탁재훈은 누가 봐도 티가 나는 연기로 “우리가 진짜 형제들”이냐며 그 날의 소재인 ‘심리분석’을 하자고 주장했고, 김구라는 그 상황을 유연하게 잇지 못한 채 일반적인 토크쇼 진행하듯 심리 분석가를 소개했다. 상황극에서 각자 다른 대처 방식을 보여준 것처럼, 그들은 ‘뜨거운 형제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부딪치며 우왕좌왕한다.

10년차 예능인처럼 능글맞은 사이먼D도, 해맑은 표정으로 바닥을 뒹구는 춤을 추는 이기광도 어느 순간에는 웃길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늘 웃기면서 상황 전체를 끌고 가지는 못한다. ‘뜨거운 형제들’은 아직 그 날 ‘빵빵 터진’ 사람의 상황극만 보면 웃기지만, 프로그램 전체를 들썩거리게 하는 흐름은 없다. 그리고 ‘뜨거운 형제들’은 3회 만에 ‘아바타 소개팅’을 다시 꺼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뜨거운 형제들’의 성패는 2인자들의 애드립이 아니라 제작진이 ‘아바타 소개팅’처럼 그들의 특성을 활용한 상황극 아이템을 얼마나 제시하느냐에 있다. ‘대망’은 <일밤>이 패망에 가까운 암흑기에 접어들게 만들었다. 오윤환 PD는 ‘뜨거운 형제들’로 <일밤>을 되살릴 수 있을까. ‘대망’에서 ‘뜨거운 형제들’ 사이에, 오윤환 PD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공력도 쌓아뒀길 바란다.
글 강명석
당신도 모르는 한밤의 세상. KBS <야행성>은 야심한 시각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다섯 남자의 이야기다. 그들은 남들 다 쉬는 야밤에 일하는 산업역군이나, 입대를 앞둔 청년들 등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연 있는 사람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 다섯 남자를 이끄는 꼭짓점이 신동엽이다. 이제 뭐가 떠오르지 않는가? <야행성>은 신동엽의 지난 흔적들로 가득하다. 기획 자체는 MBC <일밤>의 ‘우리 아버지’, MBC <느낌표> 등에서 꾸준히 보여준 신동엽표 시민참여형 공익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시민들을 찾아가기까지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KBS <쟁반 노래방>을 떠올리게 하는 퀴즈와 게임으로 보낸다. 앉아서 하는 게임과 퀴즈는 각자가 에피소드를 풀어낼 수 있는 토크쇼에 비해서도 사회자의 몫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외형만 보면 <야행성>은 남자들로만 구성된 여타 리얼 버라이어티의 구조와 동일하지만 신동엽이 꼭짓점에 서 있고, 나머지 멤버들이 받쳐주는 구조다. 이는 KBS ‘남자의 자격’이나 MBC ‘뜨거운 형제들’, MBC <무한도전>처럼 멤버들 간의 상성으로 갈등과 웃음이 다양하게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들고, 신동엽 한 명에게 모든 흐름이 집중됨을 의미한다.

신동엽을 중심으로 한 좌식 토크쇼



윤종신은 신동엽과 더불어 이 프로그램의 중추다. 허나 신동엽은 무결점에 가까운 깔끔한 진행을 하는 MC이기에, 양파처럼 까이고 더티복싱으로 돌입해야 신나는 윤종신과 입담의 합이 어우러지지 않는다. 그 외 길과 장항준 감독이 티격태격하는 콘셉트를 잡고 있지만 온유를 포함해 이 나머지 셋은 신동엽과 급수 차이가 너무 난다. 이런 문제점은 신동엽도 알고 있고, 제작진도 알고 있다. 그래서 불편할 정도의 강박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예능감’에 대한 논의다. <야행성>은 예능 아마추어리즘을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폼이 떨어졌거나, 신입이거나, 원래 감초 캐릭터거나 다 이렇다고 인정하고 시작한다. 멤버들의 멘트나 제작진이 쓰는 자막에서 아직 안 웃긴 것을 기다려주길 바라는 동시에 다들 자신의 분량 이야기를 하고, 예능에서 캐릭터 잡기 등등을 논한다. 기획은 따뜻한 공익인데, 내용은 스튜디오 예능의 핵인 게임이 주를 이루고, 거기다 리얼 버라이어티 초보, 성장 콘셉트의 정서를 가져오니 마땅히 손에 잡히는 무엇이 없다.

지금까지 신동엽이 해오던 스타일은 많은 패널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는 질문과 상황을 던져서 주고받기보다 자기 페이스대로 흐름을 주도하는 MC다. 게다가 <야행성>은 보조MC나 게스트 한두 명만으로 진행하던 MBC ‘양심냉장고’의 서사구조에 리얼 버라이어티 식의 집단 MC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리얼 버라이어티로 풀어가기에는 장소와 시간의 한계가 발생한다. 또 그 많은 MC들을 참여시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퀴즈가 필요하고, 뒷부분의 감동을 위해서 <야행성>의 웃음은 퀴즈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동원된 퀴즈는 ‘쟁반 노래방’처럼 하나로 종결되는 미션이 아니기 때문에 시민들을 만나기까지 시간끌기용일 뿐이란 인상이 짙다.

능숙한 예능인이 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야행성>은 공익이나 의미를 찾는 쪽으로 치중할 것인지, 아니면 요즘 예능처럼 조금 모자란 남자들의 수다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출지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자 자신의 캐릭터와 분량에 대해서만 고민하기 전에, 기획 자체에서 웃음 포인트를 어디에 둘지 영민한 고민이 절실하다. 해적 방송과 같은 느낌에 시민들을 직접 찾아가는 콘셉트라면, 굳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게임과 퀴즈에 몰두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시청자들은 그들이 파키스탄 근로자들을 찾아가 펼치는 족구 게임을 그리 오랫동안 봐줄 이유도 없고, 직업이 그럴진대 예능감이 아직 없다며 전전긍긍하는 것도 어불성설인데 이미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도 그런 푸념은 많이 보여주고 있는 까닭에 신선하지도 않다. 시청자들은 그들이 능숙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인으로 탄생할 때까지 기다려줄 이유가 없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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