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에는 동이만 있다
에는 동이만 있다" /> 21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이 드라마가 가 아닌 나 이었다면 장희빈의 사약과 함께 가장 극적인 양대 사건이었을 인현왕후(박하선) 폐위 에피소드가 어제부로 마무리되었다. 머리 장식이 하나하나 내려지고 소복 차림이 된 중전이 힘없이 걸음을 옮기는 장면은 슬프고 애틋한 연출이었다. 하지만 극 전체에 큰 울림을 주지는 못했다. 동이를 중심으로 모든 사건이 흘러가는 드라마는 이 비극의 주인공인 인현왕후조차 “오래 기다리시게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동이의 다짐이나 듣고 있어야하는 조연으로 전락시킨다. 폐서인이 되기 전 인현왕후의 역할이라곤 울고 있는 동이에게 “넌 활짝 웃는 것이 예쁜 아이”라는 대사로 이 작품의 뿌리가 ‘캔디’임을 재확인시켜준 것뿐이었다. 의 아이러니는 그것이다. 주연과 조연이 뚜렷했던 한 이야기를 그 주변인의 시각으로 다시 쓸 때 그것의 가장 큰 효과는 권력 관계의 역전에서 오는 약자 혹은 타자의 재발견이다. 가령 을 노비인 향단이나 방자의 시각으로 다시 쓴다고 할 때 기대되는 발칙한 전복의 쾌감 같은. 그러나 에는 약자 동이의 재발견이 아니라 슈퍼히어로이자 최후의 승자인 동이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는 그녀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조차도 주변 인물들의 대사에서 빠지는 법이 없다. 이렇듯 확실한 일인자인 그녀가 아무리 평균 2회당 1번꼴로 위기에 빠져도 긴장감이 생겨날 리 없다. 오히려 동이 때문에 전전긍긍해하는 장희빈(이소연)의 입장에 더 몰입하기가 쉽다. 때마침 내수사로 감찰을 나간 동이는 그곳 횡령의 배후에 희빈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번 사건은 새롭게 발생하지만 배후에는 늘 장희빈이 있고, 해결의 중심에는 역시 동이가 있다. 극 중반부에 들어선 는 아직도 여전히 동이 빼고는 할 말이 없는 작품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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