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 제대를 했다. 회사에 취직했다. 1년을 다녔다. 몇 년을 무명 배우로 보냈다. 큰 히트작도 많지 않았다. 데뷔한지 한참 지나 신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어라. 어느새 ‘강지환’이 돼 있었다.
강지환
강지환
성룡 : 강지환이 좋아하는 배우. 강지환은 영화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일요일마다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고, 성룡처럼 관객들을 재밌게 하는 배우를 좋아했다. 때론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의 주인공처럼 트럭을 몰고 다니는 꿈을 꾸기도 했다. 강지환은 활달하던 초등학교 시절과 달리 중학교 때부터 내성적으로 변해 겉으로는 자신의 뜻을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더욱 배우가 되고 싶어졌다고.

나한일 : 배우 겸 해동검도 협회 총재. 군 제대 후 회사를 다니던 강지환은 “내 오랜 꿈을 위해 젊음을 투자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아” 배우 일을 준비했다.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나한일에게 검도를 배웠고, 해동검도 2단의 실력을 갖췄다. 또한 영화 에서 주걸륜이 피아노를 치는 것을 보고 피아노를 배웠고, 연기학원에서 매달 독백, 즉흥연기, 상황극 등 과제를 내고 수강생의 순위를 매기는 경험을 하면서 “준비한 게 없으면 떨지만 비장의 카드 하나만 있어도 어깨를 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경희 : 드라마 작가. 본명이 조태규인 강지환에게 지금의 이름을 지어줬다. 조태규이던 시절 그는 배우가 될 방법을 몰라 무작정 뮤지컬을 했고, 춤과 노래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번번이 오디션에 떨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뮤지컬 의 연습실에 무작정 가서 청소를 하며 3개월간 버텼고, 심지어는 연출자의 눈에 들기 위해 그가 지나갈 때면 옷을 벗고 공연의 한 부분을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이런 열성으로 코러스를 따냈고, 얼마 뒤에는 뮤지컬 의 주연이 됐다. ‘실패했다. 그리고 또 실패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성공의 이유다’가 당시의 좌우명이었다고.

신동일 : 영화 의 감독. 강지환은 MBC , KBS , 등에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에서 고두심의 죽은 아들로 사진 속의 얼굴로 출연, 이를 본 어머니가 “우리 아들 나온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혼자 울며 무조건 유명해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좀처럼 일은 없었고, 주연급으로 출연한 KBS 의 조기종영 뒤에는 일이 끊겼다. 그 때 출연한 작품이 . 신동일 감독은 정직한 인물로 느껴지는 배우를 찾다 강지환을 보고 그가 적격이라고 생각했고, 강지환은 해맑아 보일 정도로 선한 얼굴로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 지극히 세속적인 상대 캐릭터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의 촬영이 끝나갈 때 쯤 MBC 제작진으로부터 오디션을 받는다.

한혜진 :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강지환은 오디션에서 제작진이 를 거론하며 독립영화를 “건드리자” 욱하는 감정에 독립영화에 대한 열변을 토했고, 그래서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남자 주인공 구재희로 캐스팅했다. 덜컥 일일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그는 첫 출연분인 15회에서 입술이 떨리며 경련이 일어날 만큼 긴장했다고.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연습뿐이었다. 한혜진은 그가 언제든 대본을 놓지 않는 모습에 놀랐고, 그의 차 안에는 “나는 구닥이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금보다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일상의 톤으로 다소 경박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진심을 드러내는 구재희의 캐릭터는 당시 남자주인공의 전형을 벗어났다. 드디어 무명에서 탈출한 순간.

김하늘 : MBC 과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강지환은 이 작품에서 췌장암으로 죽어가는 남자를 연기, 이를 위해 일부러 술을 엄청나게 마셔 얼굴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에서 빛나는 부분은 불치병 환자 연기 가 아니다. 그는 과거에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연인에게 죽음을 앞두고 90일만 함께 있자고 하는 남자를 애써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대신, 일상에 지쳐 과거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모습으로 소화했다. 특히 사랑 앞에서 좌충우돌하며 눈물, 콧물 다 흘리는 애처로운 모습을 연출, ‘사랑할 만한’ 남자이기 보다는 ‘사랑하게 되는’ 남자로 연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내 주변에 있는 남자 같고, 때론 찌질하기도 하지만 진심어린 모습에 결국 여자가 마음을 주게 만드는 강지환식 ‘미성숙한 남자의 로맨스’의 시작. 강지환은 이 끝난 뒤 역할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5개월 정도 술을 계속 마시기도 했다.

한지민 : K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과 KBS 은 강지환의 ‘시대 2부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로, 격동의 시대에서 세상에 무관심하다 한 여성을 만나 시대와 사랑을 자각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는 을 “(사랑하는) 여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좀 더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으로 바라보았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했던 남자가 사랑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독립운동을 하는 과정은 이 멜로드라마와 시대극, 희극과 비극이 뒤섞인 독특한 작품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경박하고 코믹한 캐릭터이면서도 비극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정확하게 짚어낸 강지환의 연기는 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또한 자비를 들여 디자이너 정욱준에게 의뢰, 일제시대 ‘모던보이’의 이미지를 살려낸 수트는 시청자에게 그의 비주얼을 새삼 느끼게 만들었다.

성유리 : 에 함께 출연한 배우로, 강지환이 좋아하는 핑클의 멤버이기도 했다. 은 에서 보여준 연기를 보다 완성된 모습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이 작품에서 코믹할 때도 진지한 멜로드라마의 톤을 잊지 않고, 웃음기 하나 없는 후반부에서도 다소 치기어리고, 그만큼 열정적인 청년의 얼굴을 잃지 않는다. “희로애락을 모두 보여주는 배우”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자신의 이상에 한 발 더 다가선 셈. 하지만 과 은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고, “내 연기를 보고 대중이 즐겨야 하는데 반응이 없으면 일단 주연배우로서 책임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던 그는 자신의 스타성에 대해 고민했다. 특히 작품성은 좋은 평가를 받았던 과 이 실패했을 때는 “미니시리즈는 거의 밤을 새고 찍는데 반응이 없으면 미친다”고 할 만큼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지섭 :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강지환은 소지섭을 처음 만날 때 “‘우와 소지섭이다’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고 할 만큼 그를 스타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연예계 스타인 수타를 연기한 것은 강지환이었고, 연출을 맡은 장훈 감독이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는 듯한 느낌을 너무 잘 표현”했다고 할 만큼 수타를 잘 소화했다. 타인에게 안하무인인 수타를 위해 감독에게 “내일부터 싸가지 없이 행동하겠다”며 양해를 구했고, 끊임없이 뭔가 먹는 버릇 등 수타의 동작은 모두 그가 설정했다. 경박한 성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소지섭이 연기한 강패에게 자극받아 영화에 더 집중하게 되는 과정을 몇 번의 표정 변화로 보여주는 모습은 그만의 연기 스타일로 완성됐다고 해도 좋을 듯. 강지환은 로 온갖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그가 정말 얻은 건 ‘스타’인 것만 같았던 소지섭이 “내가 막 해도 기둥이 될 수 있는” 든든한 친구가 될 만큼 현장을 즐기고, 대중성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벗어난 것일지도.

신태라 : 의 영화감독. 을 보고 “멀쩡하게 잘 생긴 사람이 망가지면 그것만큼 코미디도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강지환을 캐스팅했다. 강지환은 손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캐릭터 특유의 행동 등 모든 장면에서 다양한 연기를 준비해 신태라 감독을 기쁘게 했다. 에서도 홍길동을 연기하기 위해 무기로 쓰는 봉을 직접 고르고, 뉴욕에서 선글라스를 구했으며, 전국의 절을 돌아다닌 부모님을 통해 미니목탁을 얻기도 했다. “대본을 보면 나만의 창이 열린다. 캐릭터 분석만큼은 자신 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캐릭터 해석에 자신을 보일 수 있는 이유. 에서도 자신을 모든 업무에 미숙한 국정원 요원으로 해석, 초보 국정원 요원이 심각한 상황에 투입되는 아이러니로 웃음을 이끌어냈다. 또한 좀처럼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강지환은 대신 거리 홍보에 나섰고, 영화는 큰 성공을 거뒀다.

지성 : CF에 함께 출연한 것을 계기로 강지환과 친해진 배우. 강지환은 지성이 주연한 SBS 에 나오기도 했다. 강지환은 친구들과는 편하게 대화하며 술을 마시지만, “불편한 곳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할 만큼 내성적인 성격이다. 신태라 감독은 그를 “낯선 사람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사춘기 소년 같다. 술 한 잔을 먹어야 친해지는 타입”이라고 말했다. 대신 강지환은 자신을 오랫동안 좋아해준 팬을 아끼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에 관해 잘 알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은 소중하게 지키고 싶다”고 말하고, 바쁜 상황에서도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이 자신의 팬클럽 이름을 얘기하면 사인을 해줄 정도. 무명시절부터 여러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성장한 배우가 얻은 자산이라 할 만하다.

함은정 : SBS 의 상대역. 강지환이 이 작품에서 연기하는 이진수는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인기 작가로, 함은정이 연기하는 강승연에게 온갖 일을 시키며 ‘프로’가 되는 것의 어려움을 실감하게 만든다. 데뷔 초에는 실제로도, 배역 상으로도 미숙하지만 열정만큼은 많았던 청년이 이제는 막 사회에 나서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 된 셈. 장난과 강박증, 조증과 우울증을 오가는 것 같은 이진수는 강승연의 말대로 ‘미칠락 말락’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강지환은 이진수의 다양한 모습을 괴팍하지만 유능한 프로작가의 캐릭터 안에 통합 시킨다. 과거의 강지환이 미성숙한 청년이 서서히 일과 세상에 진지해지는 변화를 보여줬다면, 이진수를 통해서는 이미 완성된 자아를 가진 캐릭터 속에서 상황에 따라 여러 모습의 농도를 조절한다. 그는 늘 배역 안에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그 폭을 서서히 넓혀 간다. 이진수는 그런 강지환의 또 다른 단계가 될 것이다. 처음부터 프로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스타도 아니었다. 하지만, 강지환은 계속 늘고 있다. 연기든, 인기든.

Who is next
강지환과 CF에 함께 출연한 그룹 빅뱅의 탑과 MBC 에 함께 출연한 김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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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

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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