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경계의 시간이다. 어둠과 빛이 혼재된 푸른 어스름은 불안과 기대가 묘하게 혼재되어 있고, 아침은 아직 유예되어 있다. “새벽에 작업을 했던 경험을 담아” 직접 지었다는 박새별의 정규 1집 제목 이 앨범 성격과 너무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 건 그래서다. 미니멀한 건반 연주로 서정성을 살린 ‘Seasky’와 피처링을 담당한 페퍼톤스의 유쾌함이 잔뜩 묻어나오는 ‘해피송’, 세련된 라틴 스타일의 편곡의 ‘잃어버리다’ 등 웰메이드한 넘버들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음에도 은 더 나은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는 면에서 아직 경계의 시간에 머물고 있는 미완의 작품이다. 그건 아마 박새별이라는 신예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기대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연세대 심리학과라는 타이틀을 뒤로 하고 음악의 세계에 뛰어들어 유희열과 정재형, 루시드 폴 같은 탁월한 싱어송라이터가 즐비한 안테나 뮤직의 식구가 되었더라는 이 얄미운 신인이라니. 하지만 정말 그녀가 디딜 다음 지점이 궁금한 건, 그녀가 천재나 소위 ‘엄친딸’ 따위라서가 아니다. 그녀는 동틀 녘 어스름 안에서 아침을 기다리며 경계의 시간을 걷고 있는 고민 많은 청춘일 뿐이다.
“계속 하다보면 박새별만의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요” “정말 존경하는 선배가 1집을 듣고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이 과연 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앨범 안에 배치된 폭넓은 장르의 스펙트럼은 무시 못 할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혹자는 백화점식 구성이라 말했고, 혹자는 박새별만의 음악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제가 이 앨범만 내고 음악 그만 할 건 아니잖아요. 2집, 3집을 내다보면 박새별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제 막 1집을 낸 가수에게 너무 가혹한 기준이 적용되는 게 아닐까 싶지만 음악을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그녀에게 이런 고민은 반드시 스스로 거쳐야 하는 성장통에 가깝다. 그녀는 그렇게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언제나 스스로 답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타입이다. 이제 갓 20대 중반을 넘긴 그녀의 지난 시간을 짧다고 말할 수 없는 건, 그 기간을 온전히 자신의 고민과 선택으로 채워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경계의 시간에 선 새벽별처럼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언니와 단 둘이 보낸 호주에서의 몇 년은 “맞다고 생각했던 게 틀리고, 죄악이라 여겼던 게 허용되는” 혼돈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서울에서 역시 그녀는 외국에서 살다온 타자였다. 검정고시를 위해 재수학원을 다녔지만 외국에서 생활하던 대로 화장을 하고 다니는 그녀에게 선배들은 나이트클럽에 가느냐는 식으로 말하길 서슴지 않았고 그녀는 “나는 원래 우울한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침이 언제 올지 모를 그 어스름 속에서 음악은 말하자면 유일하게 반짝이며 그녀를 위로해준 새벽별이었다. “언젠가 MP3 플레이어가 망가져서 한 달 동안 음악을 못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정말 그 땐 우울증에 걸리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녀는 고민을 가장한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대신 행동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그리고 좀 더 나은 삶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던 수단은 공부였다. 그렇게 입학한 심리학과는 결코 인생의 최종 답안이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녀 스스로 그토록 우울했던 시절을 돌아보고 “나는 그토록 우울했던 만큼 긍정적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게 도와줬다.
아는 교회 오빠를 통해 안테나 뮤직의 정동인 대표를 만나게 되는 과정에 따른 수많은 행운보다 그녀가 심리학이 아닌 음악을 자신의 길로 선택한 결심이 현재의 그녀를 만들었다 말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또한 그것은 앞서 말했듯, 음악이란 길 위에서 다시 고민을 거듭하는 그녀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그녀는 아침을 부르는 새벽녘 어느 즈음을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날이 밝을 걸 알기에 새벽이 아름답다고 말하진 말자. 그 자체의 빛깔만으로 새벽하늘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새벽별은 충분히 빛난다. 아직 경계의 시간에 선 박새별처럼.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계속 하다보면 박새별만의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요” “정말 존경하는 선배가 1집을 듣고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이 과연 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앨범 안에 배치된 폭넓은 장르의 스펙트럼은 무시 못 할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혹자는 백화점식 구성이라 말했고, 혹자는 박새별만의 음악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제가 이 앨범만 내고 음악 그만 할 건 아니잖아요. 2집, 3집을 내다보면 박새별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제 막 1집을 낸 가수에게 너무 가혹한 기준이 적용되는 게 아닐까 싶지만 음악을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그녀에게 이런 고민은 반드시 스스로 거쳐야 하는 성장통에 가깝다. 그녀는 그렇게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언제나 스스로 답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타입이다. 이제 갓 20대 중반을 넘긴 그녀의 지난 시간을 짧다고 말할 수 없는 건, 그 기간을 온전히 자신의 고민과 선택으로 채워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경계의 시간에 선 새벽별처럼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언니와 단 둘이 보낸 호주에서의 몇 년은 “맞다고 생각했던 게 틀리고, 죄악이라 여겼던 게 허용되는” 혼돈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서울에서 역시 그녀는 외국에서 살다온 타자였다. 검정고시를 위해 재수학원을 다녔지만 외국에서 생활하던 대로 화장을 하고 다니는 그녀에게 선배들은 나이트클럽에 가느냐는 식으로 말하길 서슴지 않았고 그녀는 “나는 원래 우울한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침이 언제 올지 모를 그 어스름 속에서 음악은 말하자면 유일하게 반짝이며 그녀를 위로해준 새벽별이었다. “언젠가 MP3 플레이어가 망가져서 한 달 동안 음악을 못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정말 그 땐 우울증에 걸리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녀는 고민을 가장한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대신 행동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그리고 좀 더 나은 삶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던 수단은 공부였다. 그렇게 입학한 심리학과는 결코 인생의 최종 답안이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녀 스스로 그토록 우울했던 시절을 돌아보고 “나는 그토록 우울했던 만큼 긍정적일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낼 수 있게 도와줬다.
아는 교회 오빠를 통해 안테나 뮤직의 정동인 대표를 만나게 되는 과정에 따른 수많은 행운보다 그녀가 심리학이 아닌 음악을 자신의 길로 선택한 결심이 현재의 그녀를 만들었다 말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또한 그것은 앞서 말했듯, 음악이란 길 위에서 다시 고민을 거듭하는 그녀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그녀는 아침을 부르는 새벽녘 어느 즈음을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날이 밝을 걸 알기에 새벽이 아름답다고 말하진 말자. 그 자체의 빛깔만으로 새벽하늘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새벽별은 충분히 빛난다. 아직 경계의 시간에 선 박새별처럼.
글. 위근우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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