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바꾸는 단 하루" />
한 남자가 침대에서 눈을 뜬다. 그의 이름은 조지(콜린 퍼스). 그러나 그는 아직 완벽한 조지가 아니다. 대학 교수이자 흠잡을 데 없이 평범한 중년 남성의 코스튬을 갖추기 전, 잠이 덜 깬 그는 온전히 죽은 연인의 것이다. 짐(매튜 구드)이 조지의 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일상은 눈을 뜨면서부터 죽은 연인과 함께 시작한다. 세수를 하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짐의 기억은 틈틈이 끼어들고, 무심히 보아오던 주변의 풍경들도 달라 보인다. 살아가는 모든 기쁨을 잃은 후 죽음을 결심한 조지의 하루는 어떻게 끝날까? 조지의 자살 시도부터 내면까지, 동성애자인 톰 포드 감독의 자전적인 요소들이 투영된 영화 은 5월 27일 개봉한다. │모든 것을 바꾸는 단 하루" />
매 장면이 그대로 화보가 된다 │모든 것을 바꾸는 단 하루" />
디자이너 톰 포드의 연출 데뷔작인 은 패션계에 입문한 후부터 은퇴하기까지 줄곧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그의 영화 답게 모든 장면이 빈틈없는 디자인을 거쳤고, 엄격하게 재단됐다. 설원 위에 펼쳐진 짐의 교통사고 장면은 죽음의 현장보다는 매끈한 구찌 화보에 가깝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렬된 조지의 서랍은 물론이고, 커피 자판기의 종이컵조차도 패션지 어느 페이지에서 발견될 법 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완벽하게 매만져있는 조지의 일상은 도무지 ‘일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1962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조차, 베트남전과 핵무기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레트로 트렌드를 들여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그러나 지나치게 아름다워 현실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화면은 배우들의 기품이 더해지면서 견고함을 얻는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원작 소설에서는 다소 비호감으로 그려졌던 찰리를 납득할 만한 여자로 만든 것은 온전히 줄리언 무어의 힘이다. 지난 해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콜린 퍼스에게도 이견이 없을 듯하다. 연인을 잃은 동성애자의 비애를 넘어 하루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삶의 잔인함과 아이러니를 담아낸 그의 절망은 영화를 ‘퀴어 무비’라는 좁은 틀에 머물지 않게 한다.
글. 이지혜 seven@
한 남자가 침대에서 눈을 뜬다. 그의 이름은 조지(콜린 퍼스). 그러나 그는 아직 완벽한 조지가 아니다. 대학 교수이자 흠잡을 데 없이 평범한 중년 남성의 코스튬을 갖추기 전, 잠이 덜 깬 그는 온전히 죽은 연인의 것이다. 짐(매튜 구드)이 조지의 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일상은 눈을 뜨면서부터 죽은 연인과 함께 시작한다. 세수를 하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짐의 기억은 틈틈이 끼어들고, 무심히 보아오던 주변의 풍경들도 달라 보인다. 살아가는 모든 기쁨을 잃은 후 죽음을 결심한 조지의 하루는 어떻게 끝날까? 조지의 자살 시도부터 내면까지, 동성애자인 톰 포드 감독의 자전적인 요소들이 투영된 영화 은 5월 27일 개봉한다. │모든 것을 바꾸는 단 하루" />
매 장면이 그대로 화보가 된다 │모든 것을 바꾸는 단 하루" />
디자이너 톰 포드의 연출 데뷔작인 은 패션계에 입문한 후부터 은퇴하기까지 줄곧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그의 영화 답게 모든 장면이 빈틈없는 디자인을 거쳤고, 엄격하게 재단됐다. 설원 위에 펼쳐진 짐의 교통사고 장면은 죽음의 현장보다는 매끈한 구찌 화보에 가깝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렬된 조지의 서랍은 물론이고, 커피 자판기의 종이컵조차도 패션지 어느 페이지에서 발견될 법 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완벽하게 매만져있는 조지의 일상은 도무지 ‘일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1962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조차, 베트남전과 핵무기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레트로 트렌드를 들여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그러나 지나치게 아름다워 현실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화면은 배우들의 기품이 더해지면서 견고함을 얻는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원작 소설에서는 다소 비호감으로 그려졌던 찰리를 납득할 만한 여자로 만든 것은 온전히 줄리언 무어의 힘이다. 지난 해 베니스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콜린 퍼스에게도 이견이 없을 듯하다. 연인을 잃은 동성애자의 비애를 넘어 하루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삶의 잔인함과 아이러니를 담아낸 그의 절망은 영화를 ‘퀴어 무비’라는 좁은 틀에 머물지 않게 한다.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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