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헤이는 밤
시 헤이는 밤
시, 쓰십니까? 어린 시절 타의에 의해 그토록 자주 쓰게 되었던 시가 성인의 일상에서 사라진지는 꽤 오래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최근 이창동 감독의 를 보며, 홍상수 감독의 를 보며 문득 시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가탄신일과 함께한 지난 연휴, 오랜만의 귀향길에서 돌아오던 일요일은 1년 전 한 사람을 떠나보낸 바로 그날 이었습니다. 보내지 아니 하였지만 떠난 사람에게, 귀경 기차의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비를 보며, 시인지 편지인지 모를 글들을 적어 내렸습니다. 결코 쉽게 쓰여지지 않았던, 아니 쉽게 쓰여 질 수 없었던 시였습니다. 초라한 습작을 여러분들께는 차마 보여드리지 못하겠지만 대신 1년 전 새벽, 스스로에게 최초의 악수를 내밀었던 최후의 그 남자 앞에 윤동주의 시 몇 구절을 옮겨 적습니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中
P.S. 독자 여러분, 2009년 5월 23일 우리 가슴에 노란 꽃씨 하나 심고 떠난 그분에게 각자 1년 만에 부치는 안부의 시를 써보는 건 어떨까요? 혹은 어제 밤 막을 내린 2010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안은 에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한 앞에 바치는 축시도 좋구요. 물론 여기가 아니라도, 어디에라도 말입니다.

글. 백은하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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