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복수, 뜨거운 야망, 치명적 사랑’, 5월 26일 첫 방송을 앞둔 SBS 의 캐치프레이즈는 강렬하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두 남녀와 그들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재벌가의 남매들, 그러나 이 격정 멜로드라마의 제작발표회는 엄숙하다기보다는 각 배우들의 매력이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자리였다. 끊임없이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우는 김남길(심건욱 역), 예의바르고 솔직한 태도의 한가인(문재인 역), 데뷔 20년차 여배우의 노련함을 보여주는 오연수(홍태라 역), 어떤 질문에도 주관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답을 내놓는 김재욱(홍태성 역) 등 네 명의 주연 배우와 함께 한 공동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심건욱의 캐릭터 소개에 ‘모든 걸 다 갖춘 남자’라는 말이 있다. 촬영하면서 스스로 그런 주문을 걸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 캐릭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
김남길 : 사실 건욱은 모든 걸 ‘잘 한다’기 보다는 열심히 노력해서 그 능력을 갖게 된 거고, 그게 스카이다이빙 같은 운동 능력이다. 이나 때 그랬듯 액션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몸을 사리지만 않으면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외적인 것보다 연기에 더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 지금 무엇을 해도 을 벗어날 수 없고, 사실 이런 얘기를 하는 내 자신이 좀 슬프기도 하지만 핑계가 먹히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깊이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사실 다른 배우들도 그렇다. 한가인 씨는 3년만의 작품이고, 나는 비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오연수 씨는 을 넘고 싶어 하고, 재욱이는 게이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 하다 보니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한가인 : 3년 만에 작품을 하는 거라 걱정이 많이 되고 방송 날짜가 가까울수록 잠을 못 잔다. 오래 전부터 ‘이제는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형민 감독님을 만나 뵈었는데 역할과 시놉시스가 너무 좋고 기존에 내가 했던 작품들과 다르기도 했고, 김남길 씨가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하게 됐다.
김남길 : 그래서 요즘 후회하고 계신다는 소문이…(웃음)
“내 안에 있는 뭔가를 끄집어내서 보여주는 게 중요” 문재인은 항상 1등만 하고 명문대를 졸업한 캐릭터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가인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김남길 :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웃음)
한가인 : 아…내가 학교 다닐 때 좋은 학교를 목표로 공부를 열심히 했던 부분이 있어서. 음, 그렇다. (웃음)
김남길 : 그래서 나와 얘기할 때 갭이 크다. 가인 씨는 고등학교 때 좋은 학교를 목표로 했던 분인 반면 나는 그것과 거리가 멀어서…
그런데 ‘예쁜’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
한가인 : 예쁜 애는 아닌 것 같다. 보면 볼수록 성질이 너무 사납다. (웃음)‘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예쁘지 않게 나오는 데 대한 걱정은 없다. 나는 원래 CF에 나오는 모습과 많이 다르고, 그래서 더 그 이미지를 깨고 싶다.
김남길 : 본인이 뭘 해도 예쁘다는 걸 아는 사람의 자신감이다.
한가인 : (남길 씨는) 본인이 뭘 해도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웃음)
오연수는 MBC 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언뜻 보면 비슷할 수도 있는 흐름이다.
오연수 : 연하남과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아주 다른 역할이다. 의 윤혜진은 무료한 여자였다. 남편을 너무 사랑했고, 그런데 자기 자리가 없어져버린. 그런데 홍태라는 굉장히 강한 여자다. 정략결혼을 했기 때문에 한 번도 사랑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여자가 건욱이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고 그로 인해 가족이건 아이건 다 버릴 수 있을 만한 감정을 느끼는 거다.
김재욱도 전작들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굉장히 강한 캐릭터다.
김재욱 : 전작에서 보여줬던 게이 캐릭터가 생각보다 파급력이 너무 오래갔다. ‘내가 그렇게 게이 같았나’싶을 만큼. (웃음) 그래서 좋은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이 작품을 만났다. 게이 이미지에 대해 전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게까지 부담이 크지는 않고, 그 걸 벗어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기보다 에서나 이번 작품에서나 내 안에 있는 뭔가를 끄집어내서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나쁜 남자’라는 타이틀인데 건욱이가 나쁜 남자일지 태성이가 나쁜 남자일지 아직 모르겠다. 다를 것 같으면서도 닮아 있는 두 남자가 많은 여자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여태까지 없었던, 재미있는 역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건욱과 재인에게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이 있고, 태라가 사랑을 원한다면 태성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이고 어떤 인간이라고 생각하나.
김재욱 : 홍태성이 가장 갈망하고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건 사랑, 특히 가족의 사랑이 가장 절실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아무리 갈구해도 그걸 얻지 못하니까 마치 어린애가 관심 받고 싶어서 사고치고, 주인이 집 비우면 강아지가 이것저것 물어뜯는 것처럼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멀어지는데 마침 그 때 자기가 여태까지 만났던 여자들과 달리 똑똑하고 매력 있는 재인에게 끌려서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물론 태성이는 그게 건욱이의 계략이라는 건 모르고, 어쩌면 자기가 이 여자로 인해 치유가 되고 가족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다는 무의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계산을 하는 인물이 아니니 본능적으로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궁극적으로 갖고 싶어 하는 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한가인은 아줌마라고 부르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최근 김남길과 한가인은 촬영 도중 아팠다고 들었다.
한가인 : 촬영 도중에 복통이 너무 심해져서 바로 응급실에 갔는데 그 날 두세 시간 뒤에 남길 오빠도 병원 가서 탈장 진단을 받았다고 들었다. 잘 걷지도 못했다던데, 드라마 후반이었으면 우리가 아파서 촬영에 지장이 더 컸겠지만 시작 전 홍역처럼 아팠던 것 같다.
김남길 : 영화 같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감독님과 배우들의 바람이 컸는데 방송 날짜도 당겨지고 우리가 아파서 며칠 쉬는 바람에 요즘 현장이 너무 바빠졌다. 탈장일 때 장동건-고소영 선배님들 결혼식이 있었는데 직접 전화해서 초대까지 해 주신 걸 안 갈 수 없어서 가긴 했지만 본의 아니게 남의 결혼식에 가서 인상을 쓰고 있으니까 두 분이 결혼하는 데 대해 너무 질투하는 것처럼 사진이 나와 버렸다. (웃음)
체중이 좀 더 줄어든 것 같은데 탈장 때문인가?
김남길 : 음, 이형민 감독님이 속을 썩이셔서? (웃음) 사실 오늘 새벽 5시에 라면 끓여먹고 잤는데 다행이다. (웃음) 때 살을 한 번 빼고 을 6, 7개월 찍고 났더니 살 찔 시간이 없다. 빼려는 건 아닌데 자꾸 빠지고, 사실 드라마 중간 중간 벗고 나오는 장면들이 있어서…
이형민 감독과의 작업은 어떤가.
김남길 : 의 박홍균 감독님이 그립다. 박 감독님도 정말 디테일하셨는데 이형민 감독님은 섬세하기도 하시면서 감정 신 같은 데서는 숨 막힐 정도로 디테일하시다. 그래서 얼마 전 박 감독님께 보고 싶다고 전화 드렸다. (웃음)
군 입대 관련한 기사들이 나왔는데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가?
김남길 : 확정된 게 없어서 아직 모르겠다. 촬영하다가 가게 되시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나로서는 이 드라마 마무리를 해야 하고, 아직 언제 간다고 확답을 드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의 이요원도 그랬고 의 한가인, 오연수도 마찬가지로 매번 기혼 여배우들과 멜로의 파트너인데.
김남길 : 한가인 씨 캐스팅 소식을 듣고 기뻤다.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니까 당연히 기뻤는데, 그렇지만 나도 한번 스캔들 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파트너와 정말 연애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보고도 싶은데 아무래도 결혼하신 분들과는 약간 거리를 두게 되는 건 있다. 사실 가인 씨는 내가 아줌마라고 부르는 걸 되게 싫어한다. 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한가인 씨의 이미지가 예쁜 여배우인데 비해 수더분하고 푸근한 성격이라 좋은 뜻으로 얘기한 건데 싫어하더라고. (웃음)
한가인은 많은 남자 연예인들의 이상형으로 꼽히곤 하는데 그로 인해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쓰이는 부분도 있는지.
한가인 : 일단 저를 이상형으로 뽑아 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남길 : 수상소감 같다. 이상형 월드컵에서 우승하신 것 같은데? (웃음)?
한가인 : 사실 이상형 월드컵에서 우승할 때마다 너무 기쁘다. 그런데 나도 영화나 드라마 보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실제로 저를 만나시면 환상이 깨지실 테니까 뵙지는 않는 게 좋겠고. (웃음) 저를 좋아해주시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기보다는 감사하고. 기회가 되면 같이 작품을 하고 싶기도 하다.
“김남길과 같이 있으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 오연수는 김남길과 열 살 차이인데 나이 차에 대한 부담은 없나.
오연수 : 의 (이)동욱이도 열 살 연하였지만 난 정신 연령이 어려서 원래 그런 걸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동욱이도 오빠 같이 듬직하게 느꼈고 남길이도 어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 내가 어려 보이려고 하는 멘트가 아니라 성격상 철이 없기 때문이다. (웃음)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격정 멜로’신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 그리고 남편 손지창 씨는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나.
오연수 : 아직 촬영하지 않았는데 훨씬 전부터 그런 기사가 나가서 좀 부담이 되긴 했는데 일단 TV라는 매체의 수위에는 한계가 있고, 홍태라라는 사람이 모든 걸 내던지고라도 사랑하려는 역할이라 뜨뜻미지근하게 사랑할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 같다. 남편은 내가 일하는 것에 대해 터치를 많이 안 하는 편이라 별 얘기는 안하는데 얼마 전 2년이 지나서야 얘기를 하더라. “그 때 조금 과하게 했다”고. 그래서 마음에 두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웃음) 사실 남편은 별 생각 안하는데 주위에서 어떠냐고 자꾸 물어본다고 하더라. 그런 걸 물어보는 게 좀 이상한 것 같다. 어떤 대답을 원하고 물어 보시는지 모르겠다. 남편이 그냥 괜찮다고 얘기해도 자꾸 그렇게 물어보면 듣는 입장에선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것 같고. 하지만 내 직업이 배우니까 그거 가지고 부부싸움을 할 것 같지는 않다.
홍태라는 가족도 있고 아이도 있지만 건욱에게는 ‘여자’이고 싶은 역할 같다. 실제로도 그냥 여자이고 싶을 때가 있나.
오연수 : 사실 내 성격 자체가 크게 여성스럽지는 않다. 그래서 여자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기보다는 하는 일이 배우니까 사람들에게 여배우로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있고, 나이가 들어도 아줌마가 아닌 여자처럼 보이는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다.
김재욱은 이나 등 전작에서 주로 또래의 남자 배우들과 연기했다.
김재욱 : 지금은 남길이 형 빼고는 다 여자라서 너무 행복하다. (웃음) 현장 가는 길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에서 같이 말 타고 칼 휘두르는 사람들이 다 남자였고 때도 다 남자배우였으니까.
그런데 사실은 김남길과의 호흡을 물어보려고 했다. (웃음)
김재욱 : 남길이 형은 일단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 일본 로케이션 때는 내가 촬영이 없어도 형 촬영을 항상 구경하러 갔다. 배울 게 너무 많고 촬영하면서도 서로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어서 굉장히 심각하다가 갑자기 장난치고 하니까 같이 있으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이다. 아, 좋은 의미에서. (웃음)
는 기대치가 높은 작품이지만 자칫 너무 무거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시청률에 대한 예감이나 기대가 있나.
김재욱 : 물론 시청률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드라마라는 건 이야기니까 그 이야기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거라면 무겁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게 정말 잘 만들어진다면 아무리 무겁건 어떻건 사람들이 빠져들지 않을까. 그런 믿음을 가지고 하면 더 자신감도 생길 것 같다.
김남길 : 방송 날짜가 다가올수록 시청률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는 없지만 처럼 높은 시청률의 작품은 배우가 살면서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거라고 생각한다. 시청률보다는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했다는 말씀을 듣고 싶은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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