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희│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고전영화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051912391916951_2.jpg)
그러나 임원희가 마냥 웃기기만 했던 적은 없다. 에서도, 에서도 그는 진지했고 주인공의 선의와 대립했다. 그리고 스스로 비운의 영화라 일컬은 에서 그는 배우로서 전혀 다른 쓰임새를 보여줬다. 느릿느릿 악의라곤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음성을 내뱉으면서도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을 자르고, 선과 악을 유린한다. “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섭섭하긴 하지만 (웃음) 계속 작품을 하다보면 로 굳어진 코믹 이미지도 자연스레 상쇄되지 않을까요? 제가 뭐 이제부턴 진지한 이미지만 하겠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시간에 맡길래요.” 때론 한계가 되기도 하는 자신의 장점을 애써 부정하거나 포장하려하지 않고, 그저 계속 연기를 할 것만을 다짐하는 임원희의 차분함은 그가 좋아하는 영화들에게서도 발견되는 미덕이다. 처럼 현란하지 않아도 견실하게 짜인 흑백필름에 담긴 진심에선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숨 가쁘게 달려가는 영화의 속도전에 지친 당신이라면 임원희가 전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이런 영화들을 요즘 누가 찾아볼까 걱정도 되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얻어지는 게 분명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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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 엘리아 카잔
“말론 브란도가 부두 노동자로 나오는데 젊은 시절 그의 모습이 정말 멋있어요. 영화 마지막에 사람들이 뒤엉켜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아 이 영화 정말 대단하구나’ 했죠. 과거 영화들은 특히 액션이 정말 리얼해요. 지금처럼 철저하게 합을 짜는 게 아니라 날 것 그대로죠. 예전 영화들은 찾아볼수록 대단한 거 같아요. 명작이라는 영화들을 보면 그렇게 불리는 이유가 다 있더라구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둣가는 전쟁터다. 바닷바람에 거칠 대로 거친 사내들의 살아남기 위한 싸움은 피도 눈물도 없다. 그러나 각종 암투와 부정행위에 더럽혀질 대로 더렵혀진 부둣가에도 사랑이 싹트고 정의가 고개를 내민다. 그래서 형제를 잃고 목숨까지 위협 받으면서도 사랑을 지키고 양심을 지켜낸 테리(말론 브란도)의 마지막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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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 피에르 그라니에-데페르
“는 프랑스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죠. 오래 전에 본 건데도 아직도 머릿속에 영화의 이미지가 또렷해요. 아무래도 장 가방의 영향이 크죠. 그의 배우로서 이미지에 확 갔던 거 같아요. 장 가방의 아우라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예요. 사실 영화 자체는 굉장히 잔잔한데도 말이죠.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 연기를 배우는 느낌이에요.”
국내에선 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는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노부부의 일상을 담았다. 자식도 없고, 서로에 대한 애정마저도 없는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기르는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것뿐이다. 대화도 거의 없이 건조하게 흐르는 화면 위로 명배우들의 황혼 또한 함께 흐른다. 1971년 베를린 영화제 남, 여주연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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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 존 휴스턴
“험프리 보가트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 중 하나예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재미있어요. 여왕같이 거만하던 여자가 헐렁한 남자와 배를 함께 타면서 둘 사이에 감정 변화가 일어나게 되요. 그런 모습이 요즘의 어떤 멜로 영화보다도 섬세해요. 험프리 보가트도 원래 잘 생긴 배우는 아닌데 을 보면 그가 풍기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거예요.”
사실 에서 1차 대전이라는 우울한 시대적 분위기는 중요치 않다. ‘아프리카의 여왕’이라는 이름의 증기선을 타고 모험을 벌이며 티격태격, 아웅다웅 로맨틱한 감정이 피어나는 두 남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짐승남 찰리(험프리 보가트)와 철벽녀 로즈(캐서린 헵번)의 콤비 플레이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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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 조지 스티븐스
“옛날에는 TV에서 좋은 영화를 참 많이 해줬어요. 특히 를 즐겨봤는데 제가 어렸을 땐 유난히 서부영화를 많이 본 기억이 나요. 도 좋아하지만 에서 마지막에 꼬마가 ‘쉐인-’하고 외치던 걸 잊을 수가 없어요. 촌스러울 수도 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서부영화라고 해서 총 싸움만 하는 게 아니라 잔잔한 감성이 있어서 참 좋았어요.”
은 서부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근면하고 순수한 개척민들의 마을에서 악당은 그들을 괴롭히고, 외부에서 온 수수께끼의 인물은 월등한 능력으로 악을 물리친다. 그러나 이 특별한 건 마을에 평화를 주고 떠나는 셰인과 소년 조이의 절절한 우정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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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 리처드 브룩스
“버트 랜커스터가 이 영화로 그 해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어요. 정말 그럴 만한 것이 에서 그가 연기하는 걸 보면 ‘아 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는 건 저런 거구나’ 하고 절로 감탄하게 되요. 버트 랜커스터도 미남과의 배우는 아닌데 인간적인 매력이 풍기죠. 한국으로 치면 토속적인 배우랄까요? (웃음)”
는 ‘본 영화는 논쟁의 여지가 높으므로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의 시청을 제한하길 강력하게 권고합니다’라고 선언할 만큼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영화는 전도가 이윤을 남기는 하나의 사업으로 전락해버린 세태를 비추면서 신앙이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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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혜 sev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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