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동조합이 파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MBC 노조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0일 열린 회의에서 출석 인원 36명 중 26명의 찬성으로 ‘파업 일시 중단, 현장투쟁 전환’이라는 방침을 가결했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조금 더 질긴 싸움을 위해 현업에 복귀할 것을 결의했다”며 “현업에서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만약 공정방송을 위협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면 언제든지 파업 투쟁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파업 중단의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5일부터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황희만 부사장에 대한 임명 철회,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고소 등을 요구하며 36일째 이어져온 MBC 총파업은 이렇게 긴 싸움의 막을 내리고 있다.
“국민들 앞에서 마음대로 파업을 접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그러나 한편에서는 조합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간단히 말해 “얻은 것이 없다”는 불만과 ‘국면 전환’이라는 노조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오전 열린 비대위 회의에 이어 오후 2시부터 열린 조합원 총회가 일곱 시간 반 넘게 이어지며 치열한 찬반 논쟁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1일 다시 열리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반발에 대해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적어도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우리의 투쟁은 쉴 수 없을 것이고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걸고 한 방에 싸움을 끝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으나, 조직 역량을 지키고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싸워야 한다는 고민이 이 결정에 들어있다”며 조합원을 설득했다. MBC 노조는 △공정보도 강화 특별위원회 △< PD수첩 > 사수 및 프로그램 공영성 강화 특위 △방문진 개혁과 MBC 장악 진상 조사를 위한 특위 구성 등 구체적인 투쟁의 방법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국면 전환하면 비겁하고, 더 가서 당하면 장렬하고 떳떳한가. 눈앞의 희생이 두려워 판단했다는 것으로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파업의 성과물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총회에서 발언에 나선 보도부문의 한 조합원은 “일터를 버리고 고민과 부담을 안고 매일 매일 참석했다.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끝내야 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고 분한 마음 뿐”이라며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한 기술부문 조합원은 “집행부를 믿고 지난 5주간 파업을 해왔는데 5주간 해보고 안 되니까 접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고, 다른 편성제작 부문 조합원도 “우리가 국민들 앞에서 마음대로 파업을 접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수위를 올려 투쟁해야 하지 않나”며 노조를 비판했다. 라디오부문 한 조합원은 “현재 라디오를 대체 제작하고 있는 선배들이 대체근무 거부까지 선언하기로 했었는데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는 바람에 나오지 않았다”며 “투쟁을 접는 것을 재고해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또, 보도부문 한 조합원은 지난해 신경민 앵커 퇴진 반대 제작거부 때 앵커 교체를 주도했던 전영배 보도국장을 사퇴시킨 사례를 예로 들며 이번 투쟁의 성과물 부재를 거듭 지적했다. 특히 노조가 제시한, 파업 이후 일상에서 투쟁하겠다고 밝힌 공정보도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며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국장, 본부장을 상대로 싸우는 일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론 집행부의 결정에 대한 찬성의견도 적지 않았다. 또다른 보도부문 조합원은 “파업이 공정 방송을 만들기 위한 것인 만큼 현장 투쟁으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다른 보도 부문 조합원 역시 “MBC 각 직능단체가 모여서 노조와 별도로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공정방송을 위한 보도투쟁을 하자. 이 정도 결의라면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다른 조합원은 “파업이 아니라고 싸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파업과 같은 심정으로 올라가야 한다. 파업 결정만큼 어려운 결정이다. 집행부의 판단을 믿는다”며 노조에 대한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파업의 종료 집행부는 이러한 조합원들의 뼈아픈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섭섭한 감정을 토로했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파업에서 김재철 사장을 완전히 고립시켰고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렸으며 우리 스스로 공정 방송 사수의 의지를 크게 각성시키는 효과를 거뒀다”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회사 밖으로 보면 안타깝게도 김재철 사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지 못했고, 천안함, 지방선거 국면 등으로 큰 이슈로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한계를 인정했다. 이근행 위원장도 “집행부의 판단과 조합원의 판단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괴롭다”고 토로하면서 “집행부는 밤샘 토론을 하겠으니 조합원들도 좀 더 논의를 해달라”고 말했다.
상당한 진통 끝에 파업 일시중단을 선언한 MBC 노조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를지도 모른다.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성금이 1억 4천만 원이나 모였고, 파업 중단 의사를 밝힌 10일, MBC 기자회 등 각 부문별 7개 직능단체는 입사 30년차 이상의 최고참 사원부터 신입사원까지 전체 1256명 가운데 81.8%가 참여한 1028명이 김재철 사장 퇴진에 동의의 뜻을 표하는 등 파업을 이끌어갈 동력은 아직도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MBC 사측은 노조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14일간의 노조위원장 단식 농성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파업을 길게 한다고 해서 (MBC가)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 전 < PD수첩 >이 보여준 것처럼 현장 투쟁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 성과”라는 이근행 노조위원장의 현실론은 MBC가 파업을 무기한으로 끌고 갈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노조는 파업 중단 결정을 내렸고 시청자들은 조만간 , , 등 그동안 보고 싶어 하던 예능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MBC는 파업을 통해 무엇을 얻었고, 김재철 사장은 무엇을 잃었을까. 그리고 시청자들은 앞으로 어떤 MBC를 마주하게 될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상황이 사태의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이다.
글. 원성윤 twel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국민들 앞에서 마음대로 파업을 접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그러나 한편에서는 조합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간단히 말해 “얻은 것이 없다”는 불만과 ‘국면 전환’이라는 노조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오전 열린 비대위 회의에 이어 오후 2시부터 열린 조합원 총회가 일곱 시간 반 넘게 이어지며 치열한 찬반 논쟁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1일 다시 열리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반발에 대해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적어도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우리의 투쟁은 쉴 수 없을 것이고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걸고 한 방에 싸움을 끝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으나, 조직 역량을 지키고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싸워야 한다는 고민이 이 결정에 들어있다”며 조합원을 설득했다. MBC 노조는 △공정보도 강화 특별위원회 △< PD수첩 > 사수 및 프로그램 공영성 강화 특위 △방문진 개혁과 MBC 장악 진상 조사를 위한 특위 구성 등 구체적인 투쟁의 방법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 국면 전환하면 비겁하고, 더 가서 당하면 장렬하고 떳떳한가. 눈앞의 희생이 두려워 판단했다는 것으로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파업의 성과물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총회에서 발언에 나선 보도부문의 한 조합원은 “일터를 버리고 고민과 부담을 안고 매일 매일 참석했다.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끝내야 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고 분한 마음 뿐”이라며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한 기술부문 조합원은 “집행부를 믿고 지난 5주간 파업을 해왔는데 5주간 해보고 안 되니까 접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고, 다른 편성제작 부문 조합원도 “우리가 국민들 앞에서 마음대로 파업을 접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수위를 올려 투쟁해야 하지 않나”며 노조를 비판했다. 라디오부문 한 조합원은 “현재 라디오를 대체 제작하고 있는 선배들이 대체근무 거부까지 선언하기로 했었는데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는 바람에 나오지 않았다”며 “투쟁을 접는 것을 재고해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또, 보도부문 한 조합원은 지난해 신경민 앵커 퇴진 반대 제작거부 때 앵커 교체를 주도했던 전영배 보도국장을 사퇴시킨 사례를 예로 들며 이번 투쟁의 성과물 부재를 거듭 지적했다. 특히 노조가 제시한, 파업 이후 일상에서 투쟁하겠다고 밝힌 공정보도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며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국장, 본부장을 상대로 싸우는 일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물론 집행부의 결정에 대한 찬성의견도 적지 않았다. 또다른 보도부문 조합원은 “파업이 공정 방송을 만들기 위한 것인 만큼 현장 투쟁으로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다른 보도 부문 조합원 역시 “MBC 각 직능단체가 모여서 노조와 별도로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공정방송을 위한 보도투쟁을 하자. 이 정도 결의라면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다른 조합원은 “파업이 아니라고 싸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파업과 같은 심정으로 올라가야 한다. 파업 결정만큼 어려운 결정이다. 집행부의 판단을 믿는다”며 노조에 대한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파업의 종료 집행부는 이러한 조합원들의 뼈아픈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섭섭한 감정을 토로했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파업에서 김재철 사장을 완전히 고립시켰고 ‘정치적 사망 선고’를 내렸으며 우리 스스로 공정 방송 사수의 의지를 크게 각성시키는 효과를 거뒀다”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회사 밖으로 보면 안타깝게도 김재철 사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지 못했고, 천안함, 지방선거 국면 등으로 큰 이슈로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한계를 인정했다. 이근행 위원장도 “집행부의 판단과 조합원의 판단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괴롭다”고 토로하면서 “집행부는 밤샘 토론을 하겠으니 조합원들도 좀 더 논의를 해달라”고 말했다.
상당한 진통 끝에 파업 일시중단을 선언한 MBC 노조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를지도 모른다. 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성금이 1억 4천만 원이나 모였고, 파업 중단 의사를 밝힌 10일, MBC 기자회 등 각 부문별 7개 직능단체는 입사 30년차 이상의 최고참 사원부터 신입사원까지 전체 1256명 가운데 81.8%가 참여한 1028명이 김재철 사장 퇴진에 동의의 뜻을 표하는 등 파업을 이끌어갈 동력은 아직도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MBC 사측은 노조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14일간의 노조위원장 단식 농성에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파업을 길게 한다고 해서 (MBC가)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얼마 전 < PD수첩 >이 보여준 것처럼 현장 투쟁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 성과”라는 이근행 노조위원장의 현실론은 MBC가 파업을 무기한으로 끌고 갈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노조는 파업 중단 결정을 내렸고 시청자들은 조만간 , , 등 그동안 보고 싶어 하던 예능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MBC는 파업을 통해 무엇을 얻었고, 김재철 사장은 무엇을 잃었을까. 그리고 시청자들은 앞으로 어떤 MBC를 마주하게 될까.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상황이 사태의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이다.
글. 원성윤 twelv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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