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은 사실 처음 잘 된 작품이다. 이후에 드라마로는 처음 인정받는 작품이라 신기하다. 배우가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한다고 인정받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항상 숨어왔는데 이제는 숨지 않으려고 한다.”
– 윤계상, 한 인터뷰에서
윤계상
윤계상
에메랄드 캐슬: 윤계상이 첫 소속사 오디션에서 부른 ‘발걸음’을 발표한 그룹. 초등학교 3학년 때 담배를 피워보고, 고교시절에는 자신을 남자답게 만들겠다고 숱하게 싸움도 하던 그는 “그냥 노는 게 좋았”고, 꿈도 없었다. 용산에서 램 딜러를 하면서 10대 시절 한 달에 200만원씩 벌다 보니 돈이 아쉽지도 않았다. 오디션 역시 그의 장래를 걱정한 아버지가 알아봐 준 것이라고. “인생이 우스운 거”였고, 자기 뜻대로 하면 되던 시절. 그러나, 윤계상은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세상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박진영: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려준 첫 번째 사람. 윤계상이 속할 god의 프로듀서였던 박진영은 당시 노래 실력이 부족했던 그의 문제들을 지적했고, 지기 싫어하는 윤계상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박진영이 한 번 크게 혼냈을 때는 원래 저혈압인 체질에 스트레스가 겹쳐 기절했을 정도. 또한 데뷔 전 연습생인 그들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먹을 것을 마련하기 위해 토끼를 직접 잡은 적도 있다. 이때의 기억 때문에 윤계상은 사형 제도를 반대할 정도.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윤계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뭔가에 노력하게 됐고, god로 데뷔한다.

god: 한 시대를 휩쓴 아이돌 그룹. 박진영방시혁의 곡들은 흑인음악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춤출 수 있는’, 또는 ‘춤 출 수 있지만 감상’할 수 있었고, 인기 리얼리티 쇼였던 MBC ‘god의 육아일기’(이하 ‘육아일기’)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면서 범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윤계상은 ‘거짓말’의 첫 소절에서 잘 드러나듯 노래의 화자처럼 듣는 사람을 감정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손호영-김태우가 노래, 데니안-박준형이 랩을 했다면 윤계상은 노래를 통해 연기를 하며 god의 감정선을 잡았다고 할 수 있을 듯.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잘 웃기는 모습으로 god의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코믹한 모습은 “한두 번 재미”로 했던 것이었고, 원래 무뚝뚝한 편이었던 그는 방송에서 웃기는 모습을 자꾸 요구하자 “진짜 내 모습을 보이기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방송을 통해 본 자신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실제 그의 모습에 어색해 했다.

한재민: ‘육아일기’에 god와 함께 출연한 아이. ‘육아일기’와 함께 god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윤계상은 동시에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았고, 가족에게도 “연예인”으로 비춰지는 것에 우울해졌다. god에서 “행복한 기억이 많”았지만 어느 자리를 가도 “god의 윤계상”이 되는 것이 갑갑했고, 자신을 100%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다. 한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지금 정점이기 때문에 이제 어떻게 내려가느냐를 고민할 때”라고 하기도 했다. 기쁠 때는 적극적으로 말하지만, 우울할 때는 ‘육아일기’에서 카메라가 돌아가도 말 한마디 안하던 이상한 아이돌. 하지만, 그 성격이 새로운 길을 열었다.

변영주: 윤계상의 연기 데뷔작 의 감독. 의 프로듀서는 ‘육아일기’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윤계상이 흥미로워 그를 캐스팅하려 했고, 변영주는 그가 인기 아이돌이라는 것과 상관없이 그에게 의 대본을 주고 연습을 해오라고 했다. 승부욕이 발동한 윤계상은 3일간 죽어라 연습해 에 출연했고, 이후 변영주를 은인으로 생각하게 된다. 에서 발레를 하며 “난생 처음 잘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것 같다”는 말을 하는 민재는 윤계상의 10대 시절과 겹치는 것이었고, 민재를 전형적인 반항아 대신 어느 것에도 열정을 쏟지 못하는 무표정한 10대로 보여준 그의 연기는 아이돌의 스타성을 지울 만큼 인상적이었다. 윤계상은 “연기를 하기 전까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할 만큼 연기에 푹 빠져들었고, 연기 활동과 god 탈퇴 시기와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걷는다.

故 정다빈: SBS 에 출연한 배우. 윤계상은 반항적인 10대 시절을 보낸 뛰어난 두뇌의 남자를 연기했다. 하지만 에서 윤계상의 매력은 반항적인 모습 사이에서 나오는 소년 같은 웃음에 있었다. 반항적이지만 너무 거칠지 않고, 소년 같지만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한다. 와 을 거치며 윤계상은 20대의 출연작들을 상처 입은 청춘의 성장담으로 채운다. 그건 배우로서 분명한 장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잘한다는 인정”을 받으면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미연: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채 뛰어든 의 성과도 괜찮았고, 변영주의 말을 듣고 군대에서 “100가지 표정”을 발견해보기도 했다. 제대 후 출연한 에서는 스스로 “가장 집중하며 젖어들었던 연기”라고 했을 만큼 연기에 열중했다. 그러나, 부터 그의 출연작들은 대중적으로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에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작자들이 선입견을 갖고 캐스팅 제의를 하는 일들을 겪고, 어떤 감독이 그에게 “주인공감은 아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상처를 입기도 한다. 또한 스스로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생각한 는 자신의 분량이 40여분 잘려나가기도 한다. “열정만 가지고 연기를 하면 안 되겠다”는 걸 알게 됐고, 작품 자체를 선택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어떤 감독이 자신에게 했던 “뭔가를 미칠 듯이 할 것 같은데 그게 잘 안될 것 같은 얼굴”이란 말을 부인할 수 없던 시절.

이윤정: MBC 에 윤계상을 캐스팅하며 “계상 씨가 계상 씨의 장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 감독. 그 말에 윤계상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했고, 에 출연하며 “하나에서 열까지 계산해서 연기”하는 대신 경험의 중요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후로 윤계상은 김하늘과 함께 에서 능글맞은 남자 친구를 연기하고, 에서는 역시 김하늘과 신념에 찬 군인을 보여줬다. 늘 청춘의 불안함을 담고 있던 윤계상은 에서 보여주던 건강한 웃음을 보다 어른이 된 얼굴로 에서 보여줬다. 그는 그렇게 청춘의 한 시절을 지나고 있었다.

공효진: MBC 에 함께 출연 중인 배우. “나를 이미지로만 바라보는 사람이 너무 많았”던 아이돌 생활을 하던 그는 에서 전직 아이돌 출신의 ‘비호감 연예인’을 감싸는 윤필주를 연기한다. 여주인공을 멀리서 지켜보는 ‘서브 남주’의 캐릭터는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윤계상은 무표정한 얼굴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미소나 부드럽게 조근조근 말하는 말투로 ‘너무 좋은 남자’ 윤필주의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만들어간다. 윤계상의 연기를 통해 윤필주는 그저 여주인공을 좋아하거나 마음씨 좋은 남자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그 상태에서 자신의 선의를 오해 없이 전달하는 사려 깊은 남자로 변한다. 여러 작품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윤계상은 자신이 가진 좋은 느낌을 직접 드러내는 대신 ‘좋은 분위기’로만 남길 수 있게 됐고, 그만큼 비현실적으로 좋은 남자이면서도 일상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에서 표정만으로 연기하기도 한다. 윤계상이 아직 연기자로 독고진만큼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10대 시절 자신의 길조차 몰랐던 소년은 20대가 되면서 할 일을 알게 됐고, 30대에 접어들면서 그것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더욱 깊게 고민하게 됐다. 윤계상은 여전히 자신의 을 찾아 걷고 있다. 그리고, 성장하고 있다.

Who is next
윤계상과 에 함께 출연한 이미연의 영화 OST를 맡은 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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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조영남송승헌엄태웅안내상이승철김성근 감독유아인토니 안류승범싸이윤상현김희철심형래정우성하정우진중권박신양배용준임성한 작가MC몽나탈리 포트만김희애이소라염정아김건모유세윤양준혁임재범이지아차승원박정현김수미성유리 – 윤계상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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