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베이스), 김수열(드럼), 권선욱(보컬/기타), 김동현(기타), 김경주(키보드). (왼쪽부터)


아침(achime)의 음악은 오해받기 쉽다. 장르도, 스타일도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록된 네 곡이 모두 다른 스타일인 이 앨범에 대해 어떤 이들은 다양해서 신선하고 듣는 재미가 있다고 반기는 반면, 누군가는 산만하다고 비판하거나 과시욕을 의심한다. 작년, 1집 < Hunch >가 발매되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명확하게 단정 짓거나 분명한 입장이나 노선을 밝히기를 쉽게 요구 받는 이 땅에서, “호불호가 나뉘는 것”을 알면서도 이 ‘정의되지 않음’이 자신들의 색깔임을 꿋꿋하게 보여주는 아침의 태도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자신들을 향한 이런 저런 말들을 알고 있고 “좀 더 대중적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김연우부터 쿠루리, 비욘세에 이르는 멤버들의 다양한 음악 취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민주적인’ 밴드, 아침과 만났다.
5월 말에 단독 공연을 했다. 이번 EP를 내고 첫 라이브였는데 어땠나.
권선욱
: 되게 즐겁게 했다. 사실 우리를 보러 오신 분들한테 즐겁고 소중한 추억을 드려야 되는데 오히려 우리가 그런 추억을 선물 받은 것 같아 소중한 시간이었다.

밴드의 경우 앨범의 사운드를 라이브에게 구현하는 게 늘 숙제일 것 같다. 만족할 만한 라이브였나.
김동현
: 엄청 만족했다. 사실 녹음 버전에서는 많이 아꼈다. 자고로 록 밴드는 라이브에서 힘을 써야 하지 않나. 다른 멤버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나는 음이랄까 그런 것들을 라이브에서 터뜨리려고 일부러 좀 아꼈다. 그게 잘 표현된 것 같다.
김수열: 이번 앨범은 녹음할 때도, 후반 작업할 때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그걸 라이브에서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었는데, 그래도 밴드적인 편곡을 하려고 많이 노력해서 라이브에서 어떻게 되긴 한 것 같다.
권선욱: 이번 EP에 넣은 곡들은 공연할 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EP를 똑같이 하는 수준으로 하려면 많이 어설퍼질 것 같아서 처음부터 녹음할 때의 좋은 요소들은 남기고 새로운 부분을 더하는데 중점을 뒀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밴드로 기억되고 싶다”



김경주 “어렸을 때부터 가요를 너무 좋아했다”


권선욱 “노리플라이를 이겨보자는 원대한 꿈”
이번 EP를 듣고 받은 첫인상은 ‘스타일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지난 1집 앨범을 냈을 때도 그렇고 많이 듣는 얘기로 알고 있다. 어떤 장르나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는 게 대중들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인데, 그렇지 않은 길을 택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권선욱
: 노래를 내가 만들어서 그런 부분이 큰데, 나는 예술을 하면서 변하지 않는 건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좋은 걸 꾸준히 지키는 것도 굉장히 힘든 작업이지만 매번 새로운 작업을 보여주는 것 또한 예술을 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의 의무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멤버들이 각자 좋아하는 음악이 너무 달라서 아침의 앨범 안에 그 다섯을 다 녹여내는 것보다 각자가 좋아하는 걸 계속 해나가는 편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다른 스타일의 악곡들이 나오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는 이상 이렇게 매 작품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밴드로 기억되고 싶은 게 소망이다.

곡의 색깔이 다 다르니 각 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1번 트랙인 ‘02시 무지개’는 분명 멤버들이 연주한 곡일텐데 사운드가 너무 좋아서 마치 미디로 작업한 것 같았다.
권선욱
: 열심히 후반 작업 하면서 많이 고쳤다. (웃음) 이 곡의 가사가 한밤중에 어떤 소녀가 횡단보도에서 나풀나풀 춤을 추는 내용이다.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적인 느낌이어서, 이런 부분을 소리로도 어떻게 재현할까를 고민했다. 생 악기를 배제해야 한다고 할까, 뭔가 환상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음악으로 나타내야겠다고 생각해서, 오락기 소리라든지 오토튠 보컬을 사용했다. 보통 록 음악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의 요소들을 사용해서 유머러스하게 만들었다. 이 곡에서는 이 ‘유머러스함’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반면 2번 트랙 ‘첫사랑 자전거’는 분위기가 확 바뀐다. 어쿠스틱한 포크 록 느낌이다. 그리고 ‘02시 무지개’의 가사가 사운드에 싸여있는 느낌이라면 이 곡은 가사가 더 선명하게 들린다. 두 곡 모두 권선욱이 직접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특히 ‘첫사랑 자전거’ 같은 경우 쉽지 않은 경험인 것 같다.
권선욱
: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항상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어느 날 집에 가려고 자전거를 풀고 있는데 중학교 때 사귀었던 여자애가 한참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서 있더라. 그래서 “야, 너, 뭐” 이렇게 불렀더니 갑자기 잘 됐다는 말투로 “잠깐 자전거 좀 탈게” 이러더니 내 자전거를 타고 막 어디론가 갔다. 그러고는 몇 분 정도 있다가 왔는데 그 동안 내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멍- 하니 있었다. “야, 어디 가냐?” 이러면서 쫓아갈 수도 없는 거고 (웃음) 그렇게 있는데 아련한 옛날 생각도 나고. 그런데 그 친구가 돌아 와서는 그런 생각들을 얘기할 겨를도 없이 바로 가버렸다. 그 길로 자전거 타고 집에 들어가서 ‘아, 요거는 잊어 먹기 전에 일기를 쓰듯이 노래로 만들어 놓아야지’ 라면서 곡을 만들었다.

‘그녀는 입고 있던 옷이 바뀌었고 나는 가지고 있던 생각이 바뀌었네’ 라는 가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다른 인터뷰에서 보니까 본인이 쓰고도 감탄했던데. (웃음)
권선욱
: 잘 썼다고 생각하는 한 구절이다. 아, 이렇게 얘기하면 자뻑 인데. (웃음)
김동현: 충분히 자뻑 하고 있어. (웃음)
권선욱: 그냥, 십 몇 년 만에 만났는데 그런 둘에 대한 얘기를 할 겨를도 없이 겉모습만 변한 걸 봐버렸지 않나. 내 입장에서는 참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는데 상대방 여자애는 바뀐 게 옷 밖에 없는 거지. 뭐랄까, 나는 바뀌었고 쟤는 안 바뀐 것 같은데 또 옷은 바뀌었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느낌. 객관적인 차이가 아닌, 노래의 화자 입장에서 본 두 사람의 변화 같은 것이 한 번에 탁 정리되는 문장인 것 같아서 써 놓고 ‘아, 이건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다’ 라는 생각을… (웃음)

그럼 권선욱이 쓴 이 가사와 곡을 들었을 때 멤버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나.
김경주
: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그 첫사랑을 보고 나서 혼자 남은 사람은 왠지 되게 쓸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수열: 선욱이랑 초등학교 때부터 오래 된 친구니까 ‘(그 상대방이) 누구지?’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웃음)

아침이라는 밴드는 권선욱과 김수열 두 사람이 시작한 밴드인데,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
김수열
: 선욱이랑 나랑은 어렸을 때부터 계속 음악을 해 왔고, 군대 가기 전에도 함께 다른 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그게 뿔뿔이 흩어지고 내가 먼저 군대를 갔다 왔다. 제대하기 직전에 선욱이가 나한테 또 같이 밴드를 하자고 제안을 했지.
권선욱: 그것이 재앙의 시작이었어. (웃음)
김수열: 그래서 아침이 결성됐고 기타의 동현이 같은 경우는 소개를 받아서 1년 전에 합류를 했고, 키보드의 경주랑 베이스의 정민이는 과 후배들인데 “야, 일루 와봐, 쳐! 쳐!” 그런 식으로. (웃음)
권선욱: 우리가 노리플라이를 이겨보자는 원대한 꿈을 갖고 시작했는데 못 이겼고 여전히 못 이기고 있지. (웃음) 사실 우리가 예전에 했던 밴드에서 기타 치던 친구가 지금 노리플라이의 정욱재이고, 보컬인 권순관도 내가 예전에 그 사람 밴드에서 세션을 했었다. 같은 안양 사람이라서 로컬 밴드 그런 느낌으로 즐겁게 함께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 새 격차가 엄청나게 나서. (웃음)
김수열: 쳐다보지도 못해. (웃음)
권선욱: 같은 장소, 같은 공기에서 숨도 못 쉬어. (웃음) 또 10cm 분들과는 클럽 오디션을 같이 봤다. 이를테면, 데뷔가 같은 날인 거지. 그 때 그 사람들이 오디션 하는 걸 보고 ‘아, 이 사람들은 크게 한 번 터지겠다’ 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그 뒤를 우리가 올라가서 쭈글쭈글하게 어두운 음악을 연주했지. 그런 추억이 있다. (웃음)
김수열: 우울한데.
김동현: 그래서 우리 밴드 이름이 아침인 것 같다. (웃음) 형들이 하도 우울한 이야기를 해서 밴드 이름이라도 밝은 분위기로 가자고.

“우리는 출발과 도착 사이의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뿐”



김동현 “자고로 록 밴드는 라이브!”


김정민 “어릴 때는 힙합이나 가요를 좋아했다”
3번 트랙 ‘hyperactivity’는 짧은 가사인데 가사집을 자꾸만 보고 또 보게 되더라. 붕가붕가레코드 내부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보니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 소설 중에 거의 똑같은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 권선욱이 일본어를 전공했고 다른 인터뷰에서 일본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서인지 이번 EP를 들으면서 일본 인디 록 밴드의 음악이 떠올랐다. 특정 곡이 아니라 정서가 닮은 느낌이다.
권선욱
: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할까, 레퍼런스로 삼은 곡들이 지금 일본 인디 신에서 유행하고 있는 포스트 록이다. 시부야 계가 지나가고 잔뜩 생기고 있는 나카메구로 계 같은 것이 있는데, 그런 것에서 파생된 재즈적인 보이싱을 쓰는 록 음악들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그래서 그런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다른 멤버들의 음악 취향은 어떤가. 지금 즐겨 듣거나 들으면서 자란 음악은 어떤 것들인가.
김수열
: 선욱이랑 마찬가지로 일본 쪽. 이번 지산밸리락페스티벌에도 오는 쿠루리나 토(Toe)라는 밴드도 좋아한다.
권선욱: 동현이는 메탈리카, 메탈리카. (웃음)
김동현: 메탈리카, 메가데스는 우리 멤버 중에 안 들은 사람이 없을 거다. (웃음) 선욱 형이나 수열 형이 일본 음악 쪽이라면 나는 영국 음악을 되게 좋아한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일본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았는데 형들 덕분에 듣고 있다. 영국 음악도 라디오 헤드, 콜드 플레이는 당연한 거고 요즘은 댄서블 하면서 록킹한 음악을 좋아한다. 이런 내 색깔을 최대한 아침의 음악에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아침의 음악이 다양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기타를 치면 막 시끄럽다고 해서 이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웃음)
권선욱: 좋아. 나는 그냥 동현이가 좋아. 쟤가 하는 게 다 좋아. (웃음)
김동현: 이런 훈훈한 분위기 싫어. (웃음)
김경주: 어렸을 때부터 가요를 너무 좋아했다. 아이돌 음악을 좋아했고, 하로 프로젝트의 모닝구 무스메 같은 일본 아이돌 음악도 엄청 많이 들었다. 그런데 어렸을 때는 클래식 공부를 오래 해서 그런 걸 들으면 주위에서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안 좋게 봤다. 그리고 점점 펑키한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그래도 요즘도 가요가 제일 좋다. 요즘에는 김연우 씨 앨범을 계속 다시 듣고 있다. 원래도 좋아했지만 실제로 라이브 하는 걸 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나는 가수다’에서 보고 다시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김정민: 어릴 때는 힙합이나 가요를 되게 좋아했는데 요즘은 일본 음악이나 팝 쪽. 특히 비욘세나 섹션 위주의 밴드 같은 팝을 많이 듣는다.

이런 다양한 취향을 반영해 앨범을 만들다 보니 ‘어중간하다’라던지 ‘산만하다’라는 평을 듣는 것 같다. 그러면 “우리 산만하지 않아”라고 정리를 해서 보여줄 수도 있을텐데 이번 EP 역시 다양한 스타일이다. (웃음) 여전히 이런 태도를 취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권선욱
: ‘절대적인 것은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맞다. 우리는 확고한 어느 곳에 있긴 한데 그게 어딘지를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뭔가 지향해야 할 가치도 있고, 가야 할 곳도 확실히 있는데, 그래서 지금의 우리들은 과연 어디까지 온 것이고, 얼마나 더 가야 하나, 뭐 그런 얘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어중간하다고 평가되는 게 너무 싫다. 우리는 출발과 도착 사이의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뿐인데.
김수열: 그렇게 호불호가 나뉘는 것도 알고 있고, 어떻게 정리를 해야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긴 한데 그냥, 이것을 우리 스타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제 각각인 멤버들이 모여서 나온 음악이라 더 그런 것 같은데 어쨌건 일단 음악을 하는 건 우리이지 않나. 우리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권선욱: 그래, 너무 여기저기서 말이 많아서 탈이야. (웃음)

말이 많은 게 한국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메이저보다 다양하다는 인디에서도, 확실하게 정의되는 것이 판단하기 쉬우니까. ‘인디’ 라는 것도 무엇이냐고 했을 때 답하기 좀 애매모호한데, 동시에 아침의 음악은 참 ‘인디 밴드답다’라는 생각도 든다. 보편적인 다수보다 특정 취향이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대상인 것 같고, 다르게 말하면 야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생각도 든다.
권선욱
: (김수열을 가리키며) 야심의 남자가 저기 있는데. (웃음)
김수열: 야심만 있는데. (웃음)

아침의 야심은 구체적으로 뭔가 (웃음) 다른 인터뷰에서 권선욱은 음악이 취미인 것 같다고 말했고, 김수열은 최고의 퀄리티를 뽑아내서 아무도 넘보지 못 하는 수준의 음악을 만들어서 입신양명하고 싶다고도 했다.
권선욱
: 음악이 취미라는 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취미가 뭐냐 라고 할 때 “나는 등산을 가, 독서를 해, 영화를 봐”라고 남들은 얘기를 하는데 나는 그런 걸 특별히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게 남들이 취미 활동을 하는 시간에 음악을 만든다. 그래서 취미는 아닌데 남들이 취미 생활을 하는 시간에 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사실 야심이 없으면, 4번 트랙의 `dissolve’ 같은 음악들로만 앨범을 채우겠지. (웃음) 그런 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거니까. ‘첫사랑 자전거’나 ‘02시 무지개’ 같은 곡들도 끊임없이 삽입을 하는 이유는 역시 ‘한 곡만 터져 주라’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웃음)
김동현: 그것도 뭔가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이야. ‘02시 무지개’나 ‘첫사랑 자전거’ 같은 음악도 아침이 하고 싶은 음악이다. (웃음)
김수열: 나는 잘 모르겠다. 나름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우리 음악이 터지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번 앨범 같은 경우도 되게 만족하고 있고 좋다고 생각하는데.
권선욱: 좀 더 잘 해야지. (웃음) 그치만 이번 EP를 만들면서 한 가지 확실히 멤버들과 얘기를 했는데, ‘다른 거랑 비교하면서 하지 말자’였다. 어차피 우리는 인디 씬에서도 한 발자국 떨어진 음악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그게 야심이라면 야심인 밴드이기 때문에. 아까도 말했듯이 노리플라이처럼 안 되는 것에 대해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긴 하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말자, 우리들만의 음악을 확실히 만들어 가자고 다짐했다. 그런 다짐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중구난방이고 자기만족적이고 듣는 사람들은 말이 많아지는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이러니, 저러니 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김수열 “선욱이랑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했다”
멤버 각자도 좋아하는 트랙이 다를 것 같다.
김정민
: 녹음할 때는 ‘hyperactivty’가 제일 좋았는데 라이브 할 때는 ‘02시 무지개’가 좋았다. 표현이 되게 잘 됐고, 반응도 좋았고.
김경주: 나도 ‘02시 무지개’가 좋다. 근데 누가 들어도 미디인 것처럼 되게 기계적으로 쳐야 된다.
권선욱: 우리 경주가 네 살부터 피아노를 친 수재라서 미디같이 치는 건 아주 자신 있는 여자다. (웃음)
김동현: 나는 ‘hyperactivity’가 좋다. 라이브 할 때 재미있다.
김수열: 선욱이가 처음 데모를 들려줬을 때 ‘02시 무지개’를 듣고 너무 좋아서 며칠 동안 계속 그 곡만 들을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요즘에는 ‘hyperactivity’가 좋다.
권선욱: 그럼 내가 ‘dissolve’를 얘기해야지. (웃음) 이 곡은 내가 ‘프리 재즈’라고 얘기하는데, 기타 리프 말고는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나온 곡이다. 결국 정형화가 되긴 했지만 작업 방식은 재즈를 만드는 사람들, 특히 테마가 없이 프리하게 하는 사람들의 방식을 여실 없이 가져와서 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음악은, 물론 다른 세 곡도 우리 밖에 할 수 없는 것이지만 특히 이 곡은 우리 밴드밖에 못 하는 소리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아침은 붕가붕가 레코드가 인맥이 아닌 데모를 받아 합류한 첫 번째 케이스라고 하던데.
권선욱
: 그렇다. 우리가 첫 번째로 보낸 곳이기도 하고.
김수열: 심지어 제대로 음악을 보낸 것도 아니고 우리 마이 스페이스 페이지에 올려놨으니까 와서 들어보세요 했는데 들어 보고 좋아하셔서. (웃음) 사실 그 때 여러 곳에 보내려고 했다. 붕가붕가와 계약을 하고 나서 다른 데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왜 붕가붕가였나.
권선욱
: 그 때는 여기가 제일 만만했는데. (웃음) 심지어 여기서 바로 OK를 해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없었다. 그 때 당시를 생각해 보면 지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여기 저기 간 보는 것보다 걸렸으니까 빨리 물어버리자 그런 느낌. (웃음)
김수열: 장기하와 얼굴들이 확 뜰 때라서 그 효과를 누리고 싶었던 면도 있었다. 실제로 누렸고.
권선욱: 그래. 우리도 편승하자 그런 생각. (웃음) 브로콜리 너마저의 효과도 누렸다.
김수열: 그 분들이 워낙 우리를 좋아해서 같이 많이 했다.

처음 EP를 발매한 2009년과 비교하면 인디 신도 달라졌다.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10cm, 노리플라이 같은 히트 밴드들도 나왔고, 가볍게든 진지하게든 이 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런 변화를 신 내부에서 활동하는 밴드로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김수열
: 너무 좋게 생각한다. 그럴수록 야심도 커져만 간다. 좀 더 대중적이고 싶은 생각은 있다. 우리 음악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10cm나 노리플라이처럼 유명해지고 싶기도 하다.

스물아홉인 권선욱, 김수열과 다른 멤버들은 나이 차이가 좀 있다. 이십대 초반인 멤버들은 지금 같은 밴드 안에서 형, 오빠를 보면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할 것 같다.
김동현
: 뭐, 형들처럼 안 돼야지 그런 생각은 없다. 물론 더 잘 되면 좋지. 솔직히 밴드만 해서 힘들겠다는 생각은 한 적 있다. 요즘도 하고 있고. 그래서 밴드만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하는 거다. 여기 저기, 이것저것 다 하면서.
김경주: 일단 아침이 길게 갈 거라는 가정 하에,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까 두 가지를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일단 학교를 빨리 졸업하고 하나만 전념해보고 싶다.
권선욱: 그러다가 너 쪽박 찬다. (웃음)
김정민: 나는 아직까진 아무 것도 모르겠다.
권선욱: 정민이는 스물 두 살이니까 아직 애기지, 애기. 얼마나 좋아. 할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하지.

권선욱과 김수열은 음악인으로서 뿐 아니라 생활인으로서도 서른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수열
: 이십대 초반에는 오히려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포기한 것 같다. 되게 편하다. 다만 되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은 많이 하지. 친구들이 회사 다니고 돈도 많이 벌고 하는 걸 보면 ‘아, 다른 곳에 있구나’ 싶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친구들이 우릴 부러워하기도 하니까.
권선욱: 환상이지 그건. 나도 수열이랑 똑같은 것 같다. 스물 두세 살 때는 진짜 앞과 뒤를 계속 재면서 지내온 세월이었다면, 이제는 정말 앞만 보고 살 수 밖에 없구나 싶다. 그런 이 세상에 대해 뭔가 서운하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기쁘기도 하고.

본인들도 얘기했듯이 아침은 이런 저런 말을 많이 듣는 밴드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다.
김동현
: 이제는 우리 음악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실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쟤네는 음악이 이러니, 저러니 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김수열: 그냥 음악으로.
권선욱: 우리도 더 열심히 해야지. 열심히 하려는 마음만은 다 같은 다섯 명의 열정을 넓은 가슴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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