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은정│여름아이
함은정│여름아이
여름이다. 봄은 소녀의 계절, 겨울은 여인의 계절이라지만 함은정은 꼭 여름 같이 웃는다. 정직하게 동그라미를 그리는 입술에서는 소나기처럼 “아하하하하”하는 웃음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구름 한 점 없는 그 얼굴이 하도 청량해 하얀 강아지 같다고 했더니 “백구요? 저, 그 별명 너무 좋아해요! 하하하”하며 또 웃는다. 소담한 꽃봉오리 속에 숨긴 비밀은 없다. 드러난 부분은 죄다 햇빛에 반짝이는 여름날 풀잎처럼 함은정은 스스로 무장하지 않아 상대를 무장 해제시킨다. “저는 별로 세상을 어렵게 사는 편이 아니거든요. ‘당신이 저를 미워하는지 안 미워하는지 모르겠지만, 전 당신이 좋아요’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해요”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그 누가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있을까.

목표가 있어 기다림 또한 즐길 줄 아는 아이돌
함은정│여름아이
함은정│여름아이
열린 창문 틈새로도 훅 밀려들어오는 것이 한여름의 열기다. 웃음이 그친 얼굴에 또렷한 물음표가 떠오르면, 거기 함은정이 품은 뜨거운 태양이 엿보인다. SBS 에서 영화 (이하 )로, KBS 와 으로 건너뛰는 동안 겹쳐지는 캐릭터가 없는 것을 “복 받은 일”이라고 하면서도 슬며시 “제가 겁이 없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요부 역할도 하고 싶고, 수녀도 되어보고 싶고, 위험한 역할도 욕심나요. 여러 가지를 할수록 제 자신이 풍부해지는 것 같고, 좀 재미있어요”라고 진심을 덧붙인다. 그러더니 를 경험하기도 전에 촬영한 에서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 놓기도 한다. “아무래도 연기를 한 번 해 본 사람과 다섯 번, 열 번해본 사람이 다르잖아요. 경험의 차이가 있으니까요. 작년에 읽은 시나리오가 지금 읽으면 다르더라구요.” 선택은 과감하되, 실행은 신중하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 백희와 끈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의 승연이 그녀의 얼굴 위로 겹쳐진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선명한 모습은 백댄서 출신으로 간신히 데뷔해 다른 멤버들 간의 질투를 염려하는 의 은주다. KBS 로 연기를 시작한 그녀는 누군가의 아역들을 거쳐 티아라의 멤버가 되기까지 제법 긴 시간을 보냈다. “제가 티아라에서 연습생 기간이 제일 길어요. 그런데 순간순간이 다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새로 춤을 배우면 그게 재미있어서 하루 더 있고, 다른 멤버가 들어오면 그 재미로 하루 더 있고. 그렇게 4년이 흘렀어요.” 목표가 있으니 과정이 즐거웠다는 그녀는 다행히 기다림의 재미를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즐겁게 목적지에 도달한 덕분에 그녀는 그룹 생활을 하면서도 먼저 주목받기 위해 초조해 하는 대신 “기다리다 보면은, 자기한테 맞는 곡이 온다니까요. 진짜!”하고 어른스러운 지론을 펼쳐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어디까지 변신할 수 있는지 계속 해 보고 싶어요”
함은정│여름아이
함은정│여름아이
함은정│여름아이
함은정│여름아이
앞질러 가는 것보다 결국 원하는 곳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그 깨달음은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어마어마한 미모, 천재적인 연기력보다는 차근차근 배우고 익혀 더 나은 차기작을 꾸준히 선보이는 것이 재산임을 그녀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도전의 재미를 놓치지 않고 “사람들이 저인 줄 몰라볼 정도로 변하는 게 재미있어요. 어디까지 변신할 수 있는지 계속 해 보고 싶어요”라며 눈을 빛낸다. 화려하지 않지만 무궁무진한 여배우의 이름이 떠올라 “전도연처럼?”하고 되묻자 함은정의 함성이 터져나온다. “와아! 감사해요! 그렇게 되면 영광이죠. 오늘, 궁금한 거 다 물어보세요!” 그리고 어느새 그녀의 얼굴엔 무장 해체된 강아지가 떠올라 있다.

화려해 보이지만, 냉정하게 말해 아이돌은 연습생과 예술인 사이에 놓인 험한 지류를 건너는 징검다리 같은 것이다. 보는 눈, 듣는 귀가 많아 한 발 한발 내 딛을 때마나 위태롭지만, 잘 버티면 결국 건너편에 도달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여정은 서두르지 않고, 옳은 방향으로 향하는 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를 촬영 할 때, 백희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 시청자가 있으면 너무 감사했어요. 한명씩 내 편으로 만드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게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우가 해야 하는 역할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함은정은 침착함과 방향감각, 그리고 자신의 편이 되어 응원하는 사람들을 이미 얻었다. 그래서 조금 서툴고, 어쩌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녀는 결국 건너편에 도달하는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한 여름에 피는 밝은 꽃 한 송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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