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09년 10월 박승대 대표가 SBS (이하 ) 기획작가로 3개월간 일했다는 것, 어떤 이유로 박승대 대표와 SBS 관계자가 성민의 방송 출연을 막았다는 것이 밝혀진 전부다. 박승대 대표 측은 성민이 행사 참여를 위해 회의와 연습에 무단 불참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초점은 성민의 방송 활동 당시 성실성 여부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지 진실게임처럼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만을 판단하는 것으로 끝날 성질이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SBS 개그 프로그램의 구조적인 문제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캐스팅 문제
성민이 박승대 대표에 의해 출연 정지를 당한 시기는 지난 2009년이었다. 당시 박승대 대표는 침체일로를 걷던 의 부활을 위해 기획작가로 투입됐다. 그런데 박승대 대표는 2005년 윤택, 김형인 등 출연 개그맨의 노예계약 논란과 함께 에서 물러났다. 이때도 개그맨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박승대 대표가 방송 출연을 무기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인물이 같은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문제로 논란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물론 박승대 대표가 자신의 주장처럼 아무런 잘못이 없을 수도 있다.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데 있다. 개그맨을 매니지먼트하는 소속사의 사장이 개그 프로그램의 작가로 투입돼 캐스팅에 개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SBS가 여러 유명 개그맨을 발굴해낸 박승대 대표의 눈을 믿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감정이든 성실성 문제든 한 기획사의 사장이 임의로 개그맨의 캐스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건 구조적으로 개그맨 캐스팅 기용 절차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안고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자생은 극약 처방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의 이상덕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사에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에 신경을 좀 써줬으면 한다. 코미디는 결코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코미디가 ‘대세’가 아니라고 해서 폐지해버리거나 지원을 줄이면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코미디에 관심을 갖고 투자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상덕 작가의 말처럼 코미디 프로그램은 한 사람의 힘으로 갑자기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는 박승대 대표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폐지됐고, 오히려 논란만 남았다. 올해 들어 의 부활 소식이 들려오고, 이에 고무된 SBS 공채 개그맨들이 대학로의 소극장에 모여 새 코너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명한 캐스팅 시스템 등을 만들지 않은 채 단기적인 처방에만 그친다면 와 개그맨들의 비극은 계속될지 모른다.
글. 김명현 기자 eigh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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