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 류승완 감독이 다큐를 찍는다면" />
두 남자가 빌딩 옥상에서 길거리를 향해 돈을 뿌린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부랴부랴 돈을 줍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교통은 마비된다. 다행히도 이건 실제 상황이 아니다. MBC 50주년 특별다큐 시리즈 중 의 김현석 감독이 연출한 페이크다큐 ‘돈’이다. 30일 열린 시사회 겸 기자간담회에서 책임 프로듀서인 이우호 보도제작국장은 이 기획된 배경에 대해 “다큐멘터리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새로운 개념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경 시작된 기획초반단계부터 MBC 소속 기자, PD뿐만이 아닌 외부인사 영입을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등을 연출한 이명세 감독과 의 류승완 감독 등이 제작에 합류하게 되면서 은 극영화와 페이크다큐, 정통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55분짜리 “하이브리드 다큐”로 탄생했다.
때문에 연애, 비밀, 전화, 돈, 술 등 일상을 관통하는 주제들로 꾸며지는 의 25부작(예정)은 각 편마다 색다른 개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시사회에서 공개된 몇 가지 시리즈는 이 전형적인 다큐멘터리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류승완 감독이 북한 공작원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간첩’은 다큐멘터리에 각종 드라마 자료화면을 콜라주하고, 지난 50년간 언론에 공개된 대표적인 간첩 사건 뉴스들을 삽입하며 부담스럽지 않게 남북 분단과 간첩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우호 국장이 직접 연출한 ‘새드 무비를 아시나요?’ 또한 자체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연애 풍속 변천사를 더욱 흥미롭게 그려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다큐멘터리가 비교적 딱딱한 설명조에 그쳤다면, 은 다양한 요소의 혼합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조금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셈이다.
다양한 형식 속에서 빛나는 사실 │이명세, 류승완 감독이 다큐를 찍는다면" />
이날 참석한 이명세 감독은 “(다큐에 담기 위해) 인터뷰를 한다고 했을 때 분명 좋지 않은 쪽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작품을 위해 이것을 써야하는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참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인간적인 고민들이 많았다”고 극영화 작업과 다큐멘터리 작업의 차이를 설명했다. 교육 문제를 다룬 ‘학교 밖 칠판’(가제)을 제작한 의 권칠인 감독은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과 살아있는 인물들 그 자체를 담아내는 것의 교감 같은 부분들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류승완 감독 역시 “(극)영화 작업과는 달리 ‘다시 한 번 가죠’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재미있으면서 어려웠던 지점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 모두 형식은 최대한 다양화했지만, 다큐멘터리의 본질인 ‘사실’만은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의미다.
방송분야에서 장르의 크로스오버가 진행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MBC 이나 KBS ‘1박 2일’ 등은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이지만 때론 현실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영화감독들을 끌어들여 장르의 경계를 파괴하고자 한 의 새로운 시도는 큰 의미를 가진다. 물론 “굉장히 낯설게 느껴져서 시청률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른 장르들이 “서로 배우면서 조금씩 좋아지고 진화하는 과정”의 일환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은 다큐멘터리 역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기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오는 6월 2일 밤 11시 5분, ‘새드 무비를 아시나요?’를 통해 그 첫 번째 발걸음을 옮긴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편집. 장경진 three@
두 남자가 빌딩 옥상에서 길거리를 향해 돈을 뿌린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부랴부랴 돈을 줍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교통은 마비된다. 다행히도 이건 실제 상황이 아니다. MBC 50주년 특별다큐 시리즈 중 의 김현석 감독이 연출한 페이크다큐 ‘돈’이다. 30일 열린 시사회 겸 기자간담회에서 책임 프로듀서인 이우호 보도제작국장은 이 기획된 배경에 대해 “다큐멘터리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새로운 개념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경 시작된 기획초반단계부터 MBC 소속 기자, PD뿐만이 아닌 외부인사 영입을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등을 연출한 이명세 감독과 의 류승완 감독 등이 제작에 합류하게 되면서 은 극영화와 페이크다큐, 정통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55분짜리 “하이브리드 다큐”로 탄생했다.
때문에 연애, 비밀, 전화, 돈, 술 등 일상을 관통하는 주제들로 꾸며지는 의 25부작(예정)은 각 편마다 색다른 개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시사회에서 공개된 몇 가지 시리즈는 이 전형적인 다큐멘터리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류승완 감독이 북한 공작원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간첩’은 다큐멘터리에 각종 드라마 자료화면을 콜라주하고, 지난 50년간 언론에 공개된 대표적인 간첩 사건 뉴스들을 삽입하며 부담스럽지 않게 남북 분단과 간첩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우호 국장이 직접 연출한 ‘새드 무비를 아시나요?’ 또한 자체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연애 풍속 변천사를 더욱 흥미롭게 그려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다큐멘터리가 비교적 딱딱한 설명조에 그쳤다면, 은 다양한 요소의 혼합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조금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셈이다.
다양한 형식 속에서 빛나는 사실 │이명세, 류승완 감독이 다큐를 찍는다면" />
이날 참석한 이명세 감독은 “(다큐에 담기 위해) 인터뷰를 한다고 했을 때 분명 좋지 않은 쪽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작품을 위해 이것을 써야하는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참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인간적인 고민들이 많았다”고 극영화 작업과 다큐멘터리 작업의 차이를 설명했다. 교육 문제를 다룬 ‘학교 밖 칠판’(가제)을 제작한 의 권칠인 감독은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과 살아있는 인물들 그 자체를 담아내는 것의 교감 같은 부분들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류승완 감독 역시 “(극)영화 작업과는 달리 ‘다시 한 번 가죠’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게 가장 재미있으면서 어려웠던 지점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들 모두 형식은 최대한 다양화했지만, 다큐멘터리의 본질인 ‘사실’만은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의미다.
방송분야에서 장르의 크로스오버가 진행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MBC 이나 KBS ‘1박 2일’ 등은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이지만 때론 현실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영화감독들을 끌어들여 장르의 경계를 파괴하고자 한 의 새로운 시도는 큰 의미를 가진다. 물론 “굉장히 낯설게 느껴져서 시청률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른 장르들이 “서로 배우면서 조금씩 좋아지고 진화하는 과정”의 일환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은 다큐멘터리 역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기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오는 6월 2일 밤 11시 5분, ‘새드 무비를 아시나요?’를 통해 그 첫 번째 발걸음을 옮긴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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