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킹은 “한국에 오게 돼서 영광입니다”라는 한국어 인사로 연설을 시작하며 자신의 어설픈 발음에 대해 “유대어로 말씀드렸는데 알아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해 청중을 웃겼다. 이어 “제가 저라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라며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예의 그 셔츠에 ‘멜빵’ 차림을 보여주었다. CNN의 간판 시사 토크 쇼 의 진행자로서 25년 동안 5만 여명의 시대적 인물들과 만나고 그들에게 촌철살인의 질문을 던져 온 래리 킹. 그는 생애 처음 방문한 한국에서 명성에 어울리는 카리스마보다 시종일관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가져 온 다양한 위기에 직면한 우리에게 ‘연결’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그의 목소리에는 50년 이상 최고의 저널리스트로서 살아온 역사의 무게가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 연설 후 질의응답과 기자회견을 통해 만난 래리 킹과의 일문일답을 여기에 옮긴다.

기조연설에서 테드 터너가 왜 본인에게 CNN의 앵커직을 제안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그 멋진 음성과 따뜻한 휴먼 터치를 직접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더 이상 를 진행하지 않는 지금 심정은 어떠한가.
래리 킹: 그 시절을 이렇게 그리워할지 몰랐다.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만두었지만, 최근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일본 지진 대재앙, 무바라크 하야 같은 소식들을 보면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반면, 타블로이드에 복잡한 가쉽들이 잔뜩 적혀 있을 땐 돌아가고 싶지 않다.

“SNS 시대에도 인간과 인간의 대화는 여전히 존재할 것”
래리 킹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라는 것”
래리 킹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라는 것”
이번 포럼의 주제가 ‘연결’이다. 한국은 북한과 중국과 인접해 있고, 분단국가이다. 서유럽과 미국 역시 인접한 중동 근본주의자들의 영향을 받는다. 서로 다른 정치 제도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인접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한국은 북한의 상황에 어떻게 연결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가.
래리 킹: 내가 대답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질문으로 느껴진다. 영국과 아일랜드만 봐도 정말 해결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도 빌 클린턴은 자기 생애 중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대답했지만 그렇지 않길 빈다. 내가 국제 정치 이슈 전문가가 아니고 이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힘들지만, 난 폭력보다 대화를 믿는 사람으로서 상대와 ‘커넥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국은 유일한 분단국가로 알고 있는데 한국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1인 독재, 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와 직면하고 있지만, 나는 전쟁, 무기, 싸움을 믿지 않는다. 같은 민족인 만큼 공통분모도 그만큼 많고, 이를 기반으로 연결을 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들은 자신의 아들들이 전장에서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노력하면 된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이다.

SNS의 시대에 대담 프로그램은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이라고 보는가.
래리 킹: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질문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게스트가 진행자에게 압도되는 분위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대화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고, 로봇의 토크쇼나 전자적인 토크쇼는 없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대화는 여전히 필요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토크쇼는 전자기술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면서 가치의 측면에서 가장 공감했거나, 동의하지 않았던 게스트는 누구였나. 그리고 방송에서 밝힐 수 없었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신념이나 믿음의 이슈가 있었다면 무엇이었나.
래리 킹: 최고의 질문을 하고 잘 경청하는 것이 내 역할이니만큼 나의 견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인터뷰 하는 것을 보면 공화당은 공화당 사람이, 민주당은 민주당 사람이 인터뷰한다고 하는데, 그들의 가치관에 공감을 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장 영감을 준 사람은 마틴 루터 킹과 넬슨 만델라였다. 특히 넬슨 만델라 같은 경우, 오랫동안 감옥에 수감되는 등 킹 목사가 직면하지 않았던 고난을 경험했다. 그는 이후 폭력적인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평화적 수단을 택했다. 한번은 넬슨 만델라의 집에 초대된 적이 있는데 그 어떤 종교 지도자보다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감옥에서 석방된 날 정치인들을 만난 것이 아닌 일반 대중들 속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방송에서 대중적으로 한 번도 밝히지 않았던 것이 있다면 내가 여성들의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여기의 대중들이 동의할지 모르겠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더욱 동의할 것이다. 특히 한국 전쟁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텐데, 최근 고엽제가 한국에 매립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위험성을 아는 만큼 미국 시민으로서 미국 정부에 이를 물어봐야 하고, 다시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하나.
래리 킹: 고엽제도 그렇고 지뢰도 마찬가지이다. 지뢰 역시 여전히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물론 베트남과 한국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상황이라고 본다. 우리가 한국전쟁에 참전했을 때는 좀 더 정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베트남보다 좀 더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엽제 자체는 용인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터넷이 발달된 나라이다 보니 어린이들이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디지털 시대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을지 두 자녀를 둔 당신의 조언이 궁금하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있어 연결은 어른 세대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는데 어떻게 보는가.
래리 킹: 11살, 12살 두 아이가 있다. 이들을 보면 나보다 더 잘 연결되어 있다. 컴퓨터나 IT기기도 나보다 잘 다룬다. 여기에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가르칠 가치나 개념은 모든 국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존중하라는 것이다. 어떤 법이든지 그것이 교통법이든 뭐든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나는 코미디언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두 명을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내 아들에게도 다른 문화권에서 온 친구가 있다. 아주 친한 친구 중에는 흑인 친구도 있는데 40년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 내 아들이 속한 운동팀에 백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데 이에 대해 어떻게 느끼냐 묻자 자신은 그런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하더라.

기술을 통해서 기계를 만들고 사람들의 연결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도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잊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래리 킹: 기술을 멈추지 마라. 당장 내일에도 새로운 기술은 어쨌든 계속 나타날 것이다. 명심할 것은 연결이 가지고 있는 가치다. 아마도 우리가 의사소통 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기술과 연구를 중단해서는 안 될 것이지만 그 가치를 항상 생각하길 바란다.

“북한의 지도자에게 질문을 하고 싶다”
래리 킹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라는 것”
래리 킹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라는 것”
계속 ‘연결’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현재 인터넷은 지리적인 거리를 뛰어넘고 있다. 그리고 연결만큼이나 단절의 위험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인터넷의 개방성, 보편성이 개인이나 국가의 주권과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와 구글의 충돌도 이와 같은 사례다. 당신이 보기에 인터넷이 주권이라는 측면에서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래리 킹: 인터넷이 국가 주권을 침해하더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수주의, 민족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잘못을 할 수도 있고 인터넷이 주권의 나쁜 점을 강조할 수도 있다. 중국도 한국도, 주권이 인간의 감정이입을 앞설 수 없다.

남북한을 통틀어 그리고 과거와 현재,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을 통틀어 누구에게 질문을 한다면 무슨 질문을 하고 싶은가.
래리 킹: 북한의 지도자이다. 보통사람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사악한 사람일 때 인터뷰의 흥미로움이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이 살아있다면 하고 싶었다. 그런 사람들은 본인이 특이하다고 생각을 잘 안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관점,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하다. 왜 군사력을 강화하는지, 뭐가 걱정돼서 나라를 그렇게 통치하고 있는지. 서울이나 한국의 발전을 보면 민주주의를 통해 나라가 번영하는데, 북한의 지도자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현재의 방식으로 그렇게 통치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기조연설에서 속도전이 중요하지만 빠른 것보다 정확한 전달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인터넷 속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방송시기가 정해져 있는 방송이나 뉴스가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래리 킹: 채널이 많아지고, 커뮤니케이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내가 남보다 빠른 것이 중요해졌고, 새로운 스토리나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 만들기 전에 먼저 보도를 하는 게 중요해졌다. 미디어의 특징, 기자의 성격상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내가 기자였던 시대에는 정확한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칙부터 배웠다.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 기기 발전하는 반면 문화에 대한 갈망도 커지는 것 같다. 특히 한국은 문화 강국으로 불리고 최근 서구권에서도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는 K-POP 공연을 개최하라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IT와 문화를 어떤 방법으로 연결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그 발전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래리 킹: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세상을 장악 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SNS를 통해 미디어가 질문 받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프로듀서인 동생과 의견을 나눈 적이 있는데 그는 퀄리티가 더 좋아지고 있다고 보더라. 동생의 의견에 동의한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적인 연결을 선호하지만 디지털 미디어가 있기 때문에 촉발된 부정적 측면도 있는 반면 나쁜 효과를 억제 하는데도 기여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측이라기보다 나의 개인적인 바람이다.

세계가 변화하고 있는데, 이런 세상에서 언론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리고 가 끝난 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래리 킹: 기술은 발전하지만, 언론의 목적은 변하지 않는다. 육하원칙을 밝히는 것이 언론의 궁극적 목적이다. 향후 계획은 코미디 투어다. 유럽에 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사실 오늘 포럼에서 한 이야기는 최근 한 얘기 중 가장 진지한 것이다. 보통 아이들 이야기나 CNN 초창기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책 출간을 앞두고 북 투어도 예정되어 있고 라스베가스에 가서 코미디 투어를 한 다음, 쓰러질 예정이다. (웃음) 여름에는 아무 것도 안 하고 푸틴 러시아 전 대통령 초청이 있어서 모스크바에 가서 쉴 생각이다. 지난 54년간 매일 밤 일정이 있었다. 의사로부터 이제 좀 쉬라는 권고를 받았다.

지금 가장 관심 있는 이슈는 무엇인가.
래리 킹: 항상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요즘 제일 재미있는 것은 IMF 총재의 성 스캔들이다. 그의 포지션 때문에 관심이 간다. 다른 것으로는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서, 어떤 게임이 있고, 어느 팀이 승리했는지 늘 궁금하다. 사회적인 이슈로는 오바마와 이스라엘의 국경 갈등이다. 나는 유대인이지만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지역 전반에 많은 애정이 있다. 최근 일어나는 일들이 내일 세계를 어떻게 바꿀지 생각하고 있어서 관심사는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당신 후임으로 온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래리 킹: 그 분은 인터뷰하면서 개인적인 의견을 좀 더 피력하는 성향이다. 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쇼가 잘 되길 늘 희망한다. 나도 완전히 은퇴 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도 1년에 4번 정도 스페셜을 진행한다. 알츠하이머에 대한 스페셜을 끝냈고, 다음에는 조니 뎁과의 대담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운 순간이 많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됐을 때는 국장과 친구니까 연결해서 좋은 스토리를 내보내고 싶은 의욕도 있었지만, 타블로이드 성 가쉽을 생각하면 별로 그립지 않다. 장모님이 내 차를 타고 절벽에 있는 듯 한 복잡한 심경이다. (웃음)

스스로 돌아봤을 때 훌륭한 ‘연결자’라고 생각하는가. 아쉬움은 없는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래리 킹: 내 인생이 항상 ‘연결’을 만들어 온 삶이기 때문에 만족한다. 그러나 매번 완벽한 인터뷰를 했는가 돌아본다면 또 그렇지도 않다. 아직도 인터뷰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카스트로와 대담하고 싶었는데 결국 못했다. 하지만, 나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아쉬워하기보다 미래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젊은 기자들이나 나를 흠모하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경쟁력을 가지라는 것이다. 내가 자질이 있나, 이 일을 좋아하는가 생각해보고 조금이라도 회의가 든다면 하지 마라. 일하고 있는 매체의 크기 등 각자가 처한 조건은 다를 것이다. 그것이 불만이더라도 일 자체를 정말 사랑해야 한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한다는 100%의 확신이 있을 때 해야 한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야 한다. 스스로의 직감, 본능을 믿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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