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위에서 우아하게 손을 흔들던 여배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수미, 이혜영, 염정아, 최지우, 김하늘, 서우는 KBS ‘1박 2일- 여배우 특집’에서 그들의 예능감을 마음껏 드러냈다. 지정된 음식을 사오는 ‘브런치’ 미션를 수행하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제작진이 차 안에 숨겨둔 미션종이를 찾아내고 환호했다. 우아한 여배우들의 이런 모습이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을 뿐, 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들의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1박 2일’에 출연한 여섯 명의 여배우들이 자신의 예능감을 슬쩍 내보였던 순간을 되짚어 봤다.

카펫 김수미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안녕하세요. 오늘 누군가는 내 손에 죽을 겁니다” 첫 인사치고는 너무나도 강렬했던 ‘엄니 포스’의 김수미. 김수미는 처음만나 서먹해 하는 여배우들에게 “몇 작품씩 같이 한 걸로 치자”며 깔끔하게 정리해줬고, 이승기를 미리 찜해둬 혹시나 생길 수 있었던 멤버쟁탈전을 차단했다. 김수미는 여배우들이 벽을 허물고 놀 수 있는 멍석, 또는 레드카펫을 깔아준 셈이다. 이런 김수미의 예능감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수없이 보여준 것이었다. 지난 해 김영옥과 나문희, 김자옥과 출연한 MBC 에서 는 윤여정을 완벽하게 성대모사하기도 했다. 재치 있는 입담과 개인기, 거기에 QTV을 진행할 만큼 진행솜씨까지 갖춘 완벽한 예능인인 셈. 김수미는 아끼는 후배 조인성에게 직접 만든 게장을 꾸준히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1박 2일’을 통해서는 이승기가 ‘김수미 게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유추 이혜영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콩밭 매는 아낙네야’에서 콩밥을 떠올리고, ‘감옥’을 유추해 내는 이혜영. 그러자 강호동은 이혜영에게 예능감이 죽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 이혜영은 KBS ‘여걸식스’에서 고정출연했었다. 콘셉트를 스스로 백치미로 정하고, 조혜련과 뿅망치 대결에서 뿅망치가 고장 날 정도 세게 타격을 주고 받으며 웃음을 일으켰다. 심지어 가수 활동 당시에는 라이브로 한 적 없었다던 ‘라 돌체 비타’를 쇼를 위해 라이브로 소화하기도 했다. ‘1박 2일’ 전부터 이혜영은 예능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었다.

돌진 염정아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염정아는 미션 봉투를 가장 빨리 받아 들었고, 가장 먼저 뛰어갔다. 또한 목적지에 대한 힌트로 주어진 자음 피읖과 디귿을 보고 팔당대교를 유추해 내고, 음악을 듣고 조용필의 ‘큐’와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를 맞혔다. 염정아는 예능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고, 순발력과 두뇌도 좋다. 그래서 염정아는 MBC , SBS 등 빠르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토크쇼에서 강점을 보였다. “같이 말하는 사람보다는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MBC 촬영당시에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전미선을 찾아다녔다고 할 정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도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은 ‘1박 2일’처럼 돌발상황이 많은 프로그램에서 최적의 예능감이라 할만하다.

애교 최지우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브런치 미션’에서 수박을 사러갔던 최지우는 지금 어디냐고 묻는 이혜영의 질문에 “언니 마음속에 있어”라고 대답한다. 초를 다투는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최지우는 애교를 잃지 않는다. 수박을 살 때도 급하게 수박만 사기 보다는 “이거 잘 익었을까요?”라고 물으며 수박을 두드린다. 그만큼 그는 각각의 상황에서 여유를 갖고, 그 상황 자체에 빠져든다. 과거 최지우를 화제로 만든 프로그램 중 하나도 KBS 였다. 최지우는 당시 귀신의 등장에 옥수수를 든 채 ‘엄마’를 부르짖으며 손발을 떨다가도, 귀신이 넘어지는 모습에 곧 웃음을 터뜨리는 등 순간의 상황에 몰입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웃겼다. 최지우는 ‘1박 2일’에 좀 놀고 싶어 출연했다고 한다. 정말 최지우는 어디서든 잘 동화되고, ‘잘 논다’

김하늘 X2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김하늘에게 필요한 자막이 있다면, ‘x2, x3’일 것이다. 회를 썰어주는 아저씨에게는 “완전빨라 완전빨라”라고 말하고, 노래 맞히기 미션을 할 때는 정답인 ‘핑클’을 세 번 정도 외친다. 무슨 일이든 기본 두 번 이상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김하늘의 리액션은 노홍철이 떠오를 정도다. 청순가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김하늘이지만, 그는 이미 전부터 활동 곳곳에서 예능감을 발휘했다. 온스타일 < 김하늘의 Travel Diary in Italy >에서는 스쿠터를 타고 이탈리를 돌아다니다 이탈리아 방송사와 갑자기한 인터뷰에서 상대방의 언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질문에 맞게 대답하는 순발력을 보였다. 2006년 SBS에서는 정답이 틀렸을 때 얼굴에 맞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시원하다’고도 했다. 사실 다른 어떤 출연자들보다도 야생예능 ‘1박 2일’에 가장 어울리는 예능인일지도 모른다.

모방 서우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1박 2일’의 여배우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웃겼나?
낯선 여자 선배들과 함께 있어서인지, 서우는 마치 ‘1박 2일’의 김종민처럼 주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우는 KBS 에 출연했을 때 이미 자신의 예능감을 증명한 바 있다. 박명수와 ‘그대안의 블루’를 부를 때, 박명수의 현란한 손 모션을 따라하거나, KBS 에 함께 출연한 천정명이 술자리에서 버릇처럼 ”나만 많이 마신 것 같은데“라는 멘트를 한다며 천정명을 따라하는 모습은 서우의 장점을 보여준다. 서우는 앞에 나서지는 않지만 자신이 어떻게 해야 그 상황에서 웃길 수 있는지 안다. 조용히 사람들 안에 흡수되는 듯 하지만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흡수할 수 있는 서우는 큰 눈을 깜박이며 천연덕스럽게 상대팀 멤버를 속일 수도 있지 않을까. 주변 사람들이 서우에게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서우의 예능감이 움직일 것이다.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