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패>, 마지막회의 진짜 비극
, 마지막회의 진짜 비극" /> 마지막회 월-화 MBC 밤 9시 55분
순리대로 돌아왔다. 막순(윤유선)은 쇠돌(정인기)의 마음을 받아들였고, 김 대감(최종환)은 친자식에게 환영 받지 못 하는 인생을 반성하며 관직을 버렸다. 천둥(천정명)과 달이(서현진)는 혼인을 하고, 동녀(한지혜)는 서당에 모인 여식들에게 “탐관오리들을 향해 역모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의로운 일”이라고 가르치며 는 끝이 났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을 마지막 한 회에 몰아서 보여줘야만 했는가 하는 점이다. 는 초반만 하더라도 다양한 주변인물들의 서사가 중심인물인 천둥과 귀동(이상윤)의 성장과 아래적(我來賊)의 활약에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중심서사 없이도 흡인력을 잃지 않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중심인물들의 더딘 성장과 출생의 비밀에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하며 는 그 활력을 잃었다. 한 차례 민란이 실패로 끝나는 것을 목격한 ‘후일담 세대’인 천둥이 회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아래적에 가담하기까지, 천둥과 귀동 사이에서 자신이 집착하는 것이 사랑인지 신분인지 혼돈을 겪던 동녀가 제 감정의 정체를 알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중심인물들의 갈등과 주변인물들의 서사는 이가 빠져 헛돌기 시작했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민중의 삶을 바라본다는 의 장점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민란에 대한 서사를 그리며 뻔한 영웅서사를 피해간다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으나, 그렇다고 중심인물들만 대책 없이 느린 호흡으로 성장시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천둥은 죽고 민란은 실패하였으나 사람들은 그로 인해 아주 조금씩 각성하고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결말은 비극적인 결말이라기보단 더 없이 모범적인 결말이다. 진짜 비극은 이 모범적인 결말이 그 의미를 음미할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시간에 쫓겨 치러졌다는 점이다. 32부작이라는 넉넉했던 편성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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