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는 대작들의 서바이벌 오디션 현장이다. 올해는 유난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편이 많다. 자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이미 흥행 파워를 검증받은 영화들이다. 19일 <캐리비안의 해적-낯선 조류>를 시작으로 <쿵푸팬더2>, <트랜스포머3>,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까지 ‘나는 속편이다’라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대작들이 7월까지 극장가에서 관객을 상대로 서바이벌 오디션을 펼친다. 유료 관객들이니 평가는 더욱 냉철하다. 새내기 속편에서 베테랑 속편까지 경력도 다양하지만 관객들은 나이가 많다고 점수를 더 주지는 않는다. 본격적인 경연에 들어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서바이벌 오디션 현장을 찾았다.
<캐리비안의 해적> | 5월 19일


도전자 ‘늙고 지친’ 잭 스패로우
도전 곡명 ‘낯선 조류’
경력 9년차, 4회째 도전
평가단 점수 1회 230점, 2편 462점, 3회 496점
멘토 롭 먀셜(‘시카고’, ‘나인’, `게이샤의 추억` 작곡)

출사표 “멤버가 좀 바뀌었어. 올랜도 블룸처럼 잘생긴 윌과 키이라 나이틀리처럼 예쁜 엘리자베스는 탈퇴했지. 멋진 외모의 소유자는 나 하나면 충분하지 않아? 제프리 러시만큼 못돼 보이는 바르보사 선장은 여전히 내 친애하는 적이지. 이번 곡은 ‘젊음의 샘’을 찾아 떠나는 내용이야. 매력덩어리 해적 선장이 악명 높은 해적 ‘검은수염’가 주인인 ‘앤 여왕의 복수’호의 선원 신세가 된다는 이야기지. 페넬로페 크루즈보다 씩씩한 옛 사랑 안젤리카도 함께 가는데 느낌이 참 묘해. 인어떼는 보너스야. 이번 곡은 3D니까 안경 꼭 쓰라구. 내 자랑처럼 들리겠지만, 벌써 난리가 났다니까.”
제 점수는요~ “무대 배경은 참 잘 만들었네요. 특히 인어떼 연출, 잘 봤습니다. 그런데 점점 노래가 안일해지는 것 같네요. 실력은 점점 떨어지는데 인기와 점수는 점점 좋아지니 아이러니입니다. 칭찬만 받다 보니 발전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보세요. 스패로우 씨는 귀여운 오만과 유머, 아슬아슬한 실수가 매력인데 이번엔 잘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안젤리카, 검은수염 부녀도 존재감이 떨어져요. 윌과 엘리자베스를 다시 불러오는 게 어떤지 곰곰이 생각해보시길. 그런데, 3D는 왜 욕심낸 거죠?”

<쿵푸팬더> | 5월 26일


도전자 ‘드래곤 워리어’ 포
도전 곡명 ‘2’(부제: 출생의 비밀)
경력 4년차, 2회째 도전
평가단 점수 1회 467점
멘토 여인영 혹은 제니퍼 여(‘신밧드-7대양의 전설’, ‘마다가스카’, ‘쿵푸팬더’ 작사)


출사표 “이번 곡은 제목처럼 두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하나는 제 아버지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쿵푸 사부들을 제거해 중국을 집어삼키려는 악당을 해치우는 이야기죠. 지난 번엔 국수집 배달원이 용의 전사가 되는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엔 업그레이드된 필살기로 무공을 발휘하는 내용을 재미있게 표현해볼까 합니다. 노래하다 넘어지고 구르고 끼이는 건 기본이죠. 베이비 포의 귀여운 모습도 깜짝 공개했습니다. 거위가 왜 제 아버지가 됐는지 ‘출생의 비밀’도 들려드릴 거고요. 유일하게 한국계 멘토이니 더 많은 관심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 점수는요~ “노래가 참 웃기고 푹신하네요. 새로운 맛은 없어도 귀엽고 깜찍한 느낌을 잘 살렸어요. 어디선가 이미 들어본 듯한 멜로디인데도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유머와 액션을 잘 살린 무대였습니다. 무엇보다 베이비 포가 가장 훌륭했어요. 팬더 아들과 거위 아빠의 끈끈한 가족애도 삼삼하네요. 3D 실력도 잭 스패로우 씨보단 좋았습니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 6월 2일


도전자 ‘회춘한’ 프로페서 X
도전 곡명 ‘퍼스트 클래스’
경력 12년차, 5회째 도전
평가단 점수 1회 120점(추정치), 2회 147점, 3회 209점, 4회 132점
멘토 매튜 본(‘스타더스트’, ‘킥애스’ 작사 및 작곡)

출사표 “엑스맨 노래도 세 번이나 불렀고 울버린 노래도 했으니 이젠 엑스맨의 기원에 대해 노래할까 합니다. 1960년대가 배경인데 냉전시대와 인권운동 시기야말로 저희 두 돌연변이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가 갈라서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할 거라 판단했습니다. 이전보다 무대가 심심할 것 같을까봐 새로운 돌연변이 댄서들도 준비했죠. 신기한 묘기들, 여러분들도 좋아할 거라 확신합니다. 세계 최고의 텔레파시 능력을 가진 저는 알 수 있어요. 1, 2회 도전 때 저의 멘토이셨던 주인공 브라이언 싱어 씨도 무대 기획·제작으로 참여해주셔서 든든합니다.”
제 예상은요~ “잭맨 씨 모습이 안 보여서 아쉽긴 하지만 ‘나는 싱어다’ 우승자였던 브라이언 싱어 씨의 귀환에 기대가 큽니다. 스토리텔링이 조금 엉성하긴 해도 엉뚱한 유머에 장기가 있는 매튜 본 씨의 활약도 기대를 걸어보겠습니다. 두 분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실지 궁금하네요. 3, 4번째 도전은 좀 실망스러웠는데 이번엔 좀 다르겠죠? 실력에 비해 그간 평가단 점수는 좀 낮은 편이네요. 일단 무리하게 3D 시도를 안 한 것만으로도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트랜스포머> | 6월 30일


도전자 ‘업글’ 옵티머스 프라임
도전 곡명 ‘3’(부제: 달의 뒷면)
경력 5년차, 3회째 도전
평가단 점수 1회 744점, 2회 743점
멘토 마이클 베이(‘나쁜녀석들’, ‘더 록’, ’아마겟돈’, ‘진주만’ 작곡)

출사표 “베이 씨가 그러더군. ‘두 번째 도전은 엉망이었어. 좋은 점도 있고 재미도 있었고 점수도 좋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구. 어떤 면에서는 분명 실패였어’라고. 우리 콘셉트는 ‘(가진 자의) 겸손’이야. 베이 씨처럼 실패를 거울 삼아 이젠 겸허하게 변신해볼까 해. 이번엔 허풍 떨지 않겠어. 연습 장면도 그래서 공개 안 했지.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해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과 로봇을 발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이 오지 않아? 트랜스포머의 기원을 보고 싶지? 우주에서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벌이는 대규모 전투가 보고 싶어? 베이 씨 말처럼 확실히 두 번째보다는 나을 거야.”
제 예상은요~ “겸손한 척 자신만만이군요. 인정할 건 인정하니 좋습니다. 지난 번은 정말 실망스러웠어요. 그래도 궁금하긴 하네요. 연습 장면도 안 보여주고 무대 세트만 맛보기로 보여주고 끝내다니요. 작사가들 파업 때문에 두 번째 도전이 실패였다는 패인 분석은 이번엔 분명 다르다는 얘기겠죠? 가장 높은 평가단 점수를 계속 유지하기 바랍니다. 그런데 백댄서 메건 폭스 씨는 정말 괘씸죄로 하차시킨 건가요?”

<해리 포터> | 7월 14일


도전자 ‘다 큰’ 해리 포터
도전 곡명 ‘죽음의 성물 2’
경력 11년차, 8회째 도전
멘토 데이비드 예이츠(‘해리포터와 혼혈왕자’,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작곡)
평가단 점수 1회 425점, 2회 397점, 3회 273점, 4회 374점, 5회 359점, 6회 295점, 7회 287점

출사표 “이젠 좀 질리시나요? 너무 질질 끈다구요? 그래도 끝이라니 섭섭하지 않습니까? 멘토가 지금껏 부른 것 중 가장 짧고 강렬할 거라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조금 두려워요. 미국에서 한번 시험 삼아 불렀는데 반응이 아주 좋긴 했어요. 일곱번째 호크룩스의 정체, 볼드모트와 덤블도어 교장, 스네이프 교수의 비밀 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원곡을 들어보신 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요. 조금 징그럽겠지만 어른이 된 저와 친구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판타지 전쟁 연출만으로도 점수가 팍팍 올라갈 수 있도록 마법을 써볼까 합니다. 거대 거미와 드래곤, 거인족 등 다양한 마법 생명체도 무대에 올릴 예정이에요. 3D 효과도 1년간 공들였답니다. 60초, 아니 60일 후에 공개하겠습니다.”
제 예상은요~ “거, 뜸 좀 들이지 마세요. 아무튼 해리, 헤리미온느, 론, 볼드모트 모두 매년 고생 많았습니다. 마지막이라니 아쉽군요. 볼드모트가 어떻게 최후를 맞게 되는지, 일곱 번째 호크룩수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스포일러가 너무 많이 돌았으니 ‘생방송’ 개봉은 안 되겠습니까? 그냥 해본 소립니다. 마지막 도전이니 마법사들과 죽음을 먹는자들 간의 전쟁 안무도 화끈하게 보여주면 좋겠네요. 역시 피날레는 결혼식이겠죠?”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