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은 가수의, 가수에 의한, 가수를 위한 프로그램에 가깝다. 제대로 된 무대를 시청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때론 가수들이 서바이벌마저도 감수해야 하는 시대, 의 가수들은 기타 하나만 달랑 매고 유유자적 지방 주요 장소를 돌며 노래하고, 작곡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서도 MC 역할을 맡은 ‘가수’ 윤종신에게 이 1박 2일의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다음은 시즌 2로의 변화를 주도한 그에게 직접 들어 정리한, 에 대한 ‘디렉터스 컷’이다.오늘 멤버는 유독 재밌다. 걸그룹 걸스데이에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 그리고 조정치가 함께 하는 풍경이라니.
윤종신 : 노는 무대가 다른 사람들, 다른 느낌의 이들이 노래 하나로, 연주 하나로 같이 뭉칠 수 있다는 게 우리 프로그램 특징이다. 어떤 노래건 여기서는 통기타와 아코디언 등으로 편곡해서 하니까. 아까 걸스데이 댄스곡을 되게 느리게 편곡해서 불렀는데 되게 좋았다.
걸스데이 멤버들이 노래를 생각보다 잘 불러서 조금 놀랐다.
윤종신 : 잘 부르지. 봤겠지만 씨엔블루의 (이)종현이도 기타 잘 치지 않나. 세상이 변하고 있다. 같이 가는 거다. 아이돌은 아이돌대로 그 장르 안에서 토착화되고, 뮤지션은 뮤지션대로 토착화되고. 서로의 경계가 뚜렷할 것 같지만 그냥 필드만 다를 뿐 서로 인정한다.
그래도 방송에선 그 둘의 연결고리를 찾아줘야 하지 않나.
윤종신 : 간격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다 밥 먹고 사는 똑같은, 친밀감 있는 사람이니까. 홍대 인디 뮤지션이랑 걸스데이가 말이 안 통할 거 같지만 다 된다.
“는 노래와 이야기, 풍경이 있는 프로그램” 게스트의 노래를 편곡하기 위한 준비는 어떤가.
윤종신 : 그것도 거의 그 자리에서 한다. (조)정치가 코드만 조금 정리해오고, 악보 잘못된 거 있을 때 내가 수정하는 거 빼면, 거의 다 여기 와서 한다. 정치와도 잘 맞아가고 있다. 장단점이 뭔지도 알고. 거의 한 번만 연주를 맞춰보면 된다.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그럼 갈수록 최종 결과물로서의 새 버전의 지역 명곡도 더 마음에 드나.
윤종신 : 그렇지. 하림과는 부터 오래 함께 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비록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지만 좀 더 완성도 있게 만들자고 얘기했다. 그런 노하우도 보강하고. 오늘은 내가 쓴 곡으로 할 차례인데 전에는 그냥 포크였다면 이번에는 콘셉트가 좀 더 명확하다. 마지막에 만들어지는 뮤직비디오도 더 신경 쓰고 있다. 오늘도 새로운 걸 시도해보자고 미리 얘기했다. 전에는 하루 일과를 훑어서 편집해주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중간 중간 이미지 컷을 이용한 연출적인 것들을 많이 넣어 더 작품에 가깝게 하려 한다. 전에는 스케치에 가까웠지. 지난 경주 편부터 이런 시도들을 한다. 좀 더 듣는 맛, 보는 맛이 있게.
현장을 진행하며 그림이 될 것도 신경을 써야겠다.
윤종신 : 그게 중요하다. 물론 촬영할 때는 노래하는 걸 많이 따는데, 볼 때는 노래하는 것에서 풍경으로 디졸브되는 것도 많이 필요하다. 노래와 이야기, 풍경이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풍경의 비중이 크다. 사실 평범할 수도 있는 장소들인데 촬영팀이 되게 예쁘게 찍는다.
매주 다른 풍경을 찾아 지방으로 떠나는데, 이런 여행 콘셉트는 어떻게 나왔나.
윤종신 : 사실 SBS ‘패밀리가 떴다’를 하며 돌아다니다가 이 아이템을 떠올렸다. 음악 하는 사람들만 모아서 이런 걸 하면 어떨까. ‘패밀리가 떴다’를 하면서도 언젠가는 이런 걸 해봐야지, 했다. 그러다 을 하다가 로드 버전 음악 방송이라는 아이템을 발전시켜 이번 시즌 2가 나오게 됐다.
을 하며 쌓은 신뢰 덕일까.
윤종신 : Mnet과 인연이 깊어진 건 라고 봐야지. 솔직히 말하면, 그걸 하면서 내 감이 조금 신뢰를 가져 준 것 같다. 또 다른 매체보다 반 보 앞선 걸 여기서는 허락해주니까. 다른 곳은 검증된 것만 하려고 하지만 여기는 기본적으로 ‘한 번 해볼까?’라는 태도가 있으니까.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그렇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곡을 지역민에게 환원한다는 생각은 어떻게 나온 건가.
윤종신 : 말만 그렇지, 사실 ‘만리포 사랑’이 지역민만의 노래는 아니지 않나. 지역민이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전 국민의 노래지. ‘목포의 눈물’도 제목에 목포가 들어가지만 국민가요다. 이런 건 지엽적인 거고, 결국 보여주고 싶었던 건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음악이라는 게 별 거 아니다. 누구나 통기타 하나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쉽게 만들 수 있다. 작곡이라는 게 곡을 쓸 때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 이상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노래가 만들어지고 가사가 완성되는 걸 보여주려는 거다. 음악에 엄숙주의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진짜 가까이 있는 작업이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멤버와의 협업이 재밌을 수 있겠다.
윤종신 : 이게 더 재밌다. 가사 한 줄 한 줄에도 그 사람마다의 생각이 하나씩 들어가니까. 가사라는 것이 거창한 게 아니다. 지난주에도 한 친구가 ‘이상하죠?’라고 하며 뭔가 말했는데 ‘아니, 좋은데’ 하며 그냥 썼다. 너희가 쓰는 말이 그냥 가사가 되는 거다. 저런 것도 노랫말이 되고 멜로디가 붙으면 좋다는 걸 보여주는, 그런 느낌의 작업이다.
그런 과정을 다 즉흥적으로 하니, 왜 밤을 새는지 알겠다.
윤종신 : 이건 꼭 써주면 좋겠다. 왜 즉흥성이 중요하느냐면, 미리 준비하면 MT가 아니지 않나. MT 가기 전에 노래를 연습하진 않지 않나. 포켓 가요책 보고 노래 부르지. 그거랑 똑같은 거다.
그럼 본인은 매주 MT 가는 기분이 드나.
윤종신 :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는 출발하기 전에 재밌다. 기대도 되고. 오늘 올 애들은 어떨까, 이러면서.
이 여행이 본인에게 음악적 자극이 되나.
윤종신 : 자극이 되고, 애들 보면 에너지도 많이 얻는다. 또 이 친구들의 목소리가 얹힐 때 멜로디의 변화도 재밌고. 또 하루 종일 이야기 나누는 게 크다. 얘들의 정서를 느끼는 게 중요하고. 그리고 이런 것도 좋다. 좋은 멜로디의 곡을 이 친구들과 부르면 역시 좋은 곡은 누가 불러도 좋구나, 라는 걸 느끼는 것. 굿 멜로디는 누가 불러도 굿 멜로디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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