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좋은 곡과 뮤지션의 개성이 만난 음악들
이시영│좋은 곡과 뮤지션의 개성이 만난 음악들
속을 알 수 없는 신인이었다. MBC 에서 전진과 함께 새로운 커플을 이루던 이시영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필모그래피만큼이나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로맨틱해야 할 첫 만남에 웨딩드레스를 똑바로 잡아주지 않는다고 전진을 타박하고, 취미를 공유하자며 건담 프라모델을 만드는 신인 여배우라니. 청순, 발랄, 섹시의 어떤 카테고리에도 쉽게 포함되지 않던 그는 요컨대, 한 개인으로서는 흥미롭되 과연 그의 본업인 연기 안에서 어떻게 소비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 자체 만화를 원작으로 한 KBS , MBC 를 비롯해 KBS 에서도 어딘가 만화적인 악역으로 등장한 건 그래서 흥미롭다. 도회적인 외모의 신인이 주인공의 대척점에 설 때, 빤한 스테레오타입의 비호감 캐릭터가 등장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 성형을 하고 돌아온 오민지(꽃보다 남자)는 그 탄생부터가 일반 악역과는 달랐고, 부태희(부자의 탄생)는 다분히 속물적이지만 어딘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성격 때문에 짜증나기보다는 관찰하고 싶어지는 재벌 2세였다.

하지만, 이처럼 조금 붕 뜬 듯한 캐릭터로 자주 활용된다는 것이 그의 연기자로서의 가장 큰 가능성은 아니다. 오히려 에서 대중에게 각인된 독특한 이미지를 지워나가며 작품에 더 밀접하게 닿은 연기를 보여주려 할 때, 그는 건담 마니아나 아마추어 복서 이시영이 아닌 배우에 근접한다. 최근 영화 를 촬영하며 “대본상의 상황 자체가 너무 재밌기 때문에 코믹 연기가 아닌 현준(송새벽)과 다홍이의 사랑에 충실한 드라마 연기를 하려 했다”는 그의 태도는 그래서 긍정적이다. 실제로 “과장된 톤과 오버스러운 연기”를 지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온 다홍은 이시영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사랑스러운 여성이다. 이것이 그의 정점은 아니겠지만, 안정된 연기와 독특한 느낌이 조화를 이루며 좋은 배우가 되는 건,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다. 좋은 곡 구성과 뮤지션의 개성이 만난 다음의 매력 가득한 플레이리스트처럼.
이시영│좋은 곡과 뮤지션의 개성이 만난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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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은 여러 가수분들에 의해 리메이크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인데 우리 영화 OST에도 사용되었어요. 음악감독님이 영화 분위기에 맞게 편곡하시면서 제가 불렀고요. 노래 가사와 리듬이 애절하면서도 담담하게 와 닿는 곡이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었는데 이번에 제가 불러서 더 좋아하게 됐어요.” 노래는 제목 그대로 ‘세월이 가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이야 잊는다 해도’ 사랑의 기억 정도는 잊지 말자는 이야기지만, 정말 세월이 가도 흔들리지 않는 건 이 노래가 받는 사랑이다. 노래 추천을 해준 이시영뿐 아니라 최고의 보컬리스트 이은미, Mnet 의 신예 박보람 등 수많은 가수들을 통해 재탄생되었고, 원곡과 리메이크곡 모두 매 시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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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FreeTEMPO의 < Sounds >
“포근한 멜로디와 세련된 사운드 덕분에 프리템포의 곡들은 국내에서 많은 팬을 보유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 ‘Rain’을 가장 좋아해요. 빗방울 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가사가 없어서 몽환적이기도 하고, 잔잔함 때문에 기분이 정화되기도 해요. 혼자 음악을 들을 때 들으면 참 좋은 곡이에요.” 한국 인디 신이 시부야케이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부터 시부야케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대표하는 프리템포 역시 국내 음악 팬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의 일렉트로닉은 신나지만 감성적이고, 클럽에도 어울리지만, 책 읽는 밤에도 어울린다. 특히 인트로의 건반 소리가 빗소리를 연상시키는 연주곡 ‘Rain’은 그루브하지만 몸을 들썩이기보다는 조용히 귀 기울이는 게 어울리는 곡이다.
이시영│좋은 곡과 뮤지션의 개성이 만난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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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Jason Mraz의 < Life Is Good (EP) >
“제이슨 므라즈는 정말 너무 좋아하는 음악가예요. 옷 스타일도 사랑스럽고 라이브 실력도 최고고요. 노래 실력뿐 아니라 기타 실력 역시 정말 훌륭하고요. 다시 한 번 내한 공연을 온다면 이번엔 꼭 콘서트장에 가 보고 싶어요. 그의 모든 음악을 다 좋아하지만, 그 중 ‘Freedom Song’은 요즘 더 많이 듣는 노래예요.” 수많은 배우와 엔터테이너들이 ‘그의 플레이리스트’ 코너를 통해 ‘Geek In The Pink’와 ‘lucky’ 등 역시 수많은 제이슨 므라즈의 곡을 추천했었다. 그만큼 그는 한국에서 유독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감성적인 멜로디와 기타 연주, 특유의 음악을 즐기는 태도가 결합되어 제이슨 므라즈만의 매력을 만들어낸다. ‘Freedom Song’ 라이브 동영상에서 기타를 치며 춤을 추는 그의 모습을 본다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이시영│좋은 곡과 뮤지션의 개성이 만난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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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Jamiroquai의 < Dynamite >
“자미로콰이의 음악에서만 느껴지는 분위기와 매력적인 음색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 중 ‘Talullah’는 색소폰 소리와 발라드풍의 리듬이 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이국적인 바에 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음악이에요.” 그루브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자미로콰이를 들으면 된다. ‘Virtual Insanity’나 ‘Feels Like it Should’ 같은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만 들어도 리듬이 얼마나 사람을 신나게 만들 수 있는지 알게 될 테니. 하지만 ‘Talullah’는 자미로콰이 특유의 착착 감기는 리듬 커팅이나 통통 튀는 베이스 라인 대신, 제이 케이의 서정적인 보컬 라인을 전면에 내세운 곡이다. 특히 브라스 사운드도 리듬에 맞춰 빵빵 터지기보다는 멜로디 라인을 서포트하며 곡 전체를 감미롭게 감싸준다.
이시영│좋은 곡과 뮤지션의 개성이 만난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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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Utada Hikaru의 < Distance >
“우타다 히카루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지만 저는 그의 1집 앨범을 가장 좋아해요. 그 앨범에 수록된 ‘Automatic’이란 곡을 무척 좋아했는데 그렇게 그의 음악을 듣다 보니 2집 앨범에 있는 ‘For You’도 굉장히 좋더라고요.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지는 곡입니다. 물론 우타다 히카루의 목소리도 좋고요.” 데뷔 앨범 < First Love >로 그야말로 J-Pop 최고의 여성 아티스트가 된 우타다 히카루의 인기와 실력을 언급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For You’는 상당히 흥미로운 곡인데, 곡 중간 중간 간헐적으로 나오는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제외하면 거의 리듬 파트만을 반주로 삼은 채 보컬의 힘만으로 멜로디를 끌고 간다. 그 역량도 탁월하지만, 덕분에 홀로 남은 고독을 노래하는 곡 특유의 황량함이 더욱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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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모두 서로 다른 매력이 있고, 저에게는 두 작업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작업이에요. 다만, 거의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드라마의 경우에는 연기를 잘하든 못하든 거의 여과되지 못하고 방송으로 나가게 되죠. 그래서 후회도 많이 하지만 덕분에 더 크게 느끼고 더 빨리 빨리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찬찬히 공을 들여 자신의 가장 자신 있는 부분만 보여주고 싶은 건 꼭 배우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시영은 그럴 수 없는 환경에 대해 투덜대기보다는 그 환경에 맞춰 좀 더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고민한다. 드라마의 조연으로, 서브 여주인공으로, 영화의 메인 여주인공으로 올라가는 꾸준한 상승 곡선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에서 백윤식, 김수미, 이한위를 비롯해 최근 충무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던 송새벽 등의 선배들이 “너무 많이 가르쳐주셔서 배우고 느낀 것이 많았다”는 그는 얼마나 더 성장하고 싶은 걸까. 대중과 만난 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 속, 여전히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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