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을 집필하는 소현경 작가의 최근작들은 마치 평행우주처럼 보인다. SBS 에서 연인 신지현(남규리)을 배신한 강민호를 연기하는 배수빈은 에서 고은성(한효주)을 지켜주던 박준세였다. 박준세의 아버지를 연기한 최정우는 SBS 의 마혜리(김소연)와 의 신지현의 아버지다. 또한 그의 아내를 연기하는 유지인은 에서 선우환(이승기)의 어머니였다. 한 작가의 작품에서 같은 배우가 자주 나오는 건 얼마든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와 에서 최정우가 모두 건설 회사 오너고, 고은성의 아버지도 건설업자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고은성은 요리를 전공했고, 설렁탕 프랜차이즈를 경영하는 선우환의 할머니에게 일을 배운다. 신지현은 교통사고로 뇌사상태가 된 뒤 송이경(이요원)의 몸에 빙의, 한강(조현재)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송이경은 원래 호텔에서 근무했었다. 마혜리도 검사가 되기 전에는 패션을 전공하고 싶어 했다.
남성적이고, 개발시대를 대표하던 건설업을 하던 아버지 시대의 일이 보다 여성적인 일을 하는 딸의 세대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딸은 부모 세대의 어두운 진실과 마주한다. 고은성은 새어머니의 진실을 알았고, 신지현은 마혜리처럼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악연의 고리를 알게 될 것이다. 에서 로 올수록 여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의 죄를 조사하게 되는 건 흥미롭다. 마혜리는 검사로서 아버지의 사건을 조사해야 하고, 신지현은 영혼의 상태로 주변 사람들의 진실을 파헤친다.
동화의 외피를 두른 사회 잔혹극 주인공의 믿음과 달리 인간은 그리 선하지 않고, 이 시대의 죄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시작됐다. 에서 “나를 위해 울어줄 세 사람”을 찾으라는 스케줄러(정일우)의 말은 소현경 작가가 세 작품에서 다루는 테마이기도 하다. 나를 위해 울어줄 세 사람조차 찾기 어려운 세상의 진실. 의 시작과 끝이 고은성이 아닌 새어머니 백성희(김미숙)의 얼굴과 뒷모습인 것은 흥미롭다. 은 고은성이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친딸과 함께 아등바등 살아오는 사이 악인이 돼 버린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에서는 마혜리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재개발 비리, 어린이 성추행 등 세상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고, 은 신지현 앞에서 선한 얼굴을 하고 있던 친구와 약혼자의 실체가 폭로된다. 에서 과거 뚱뚱한 외모로 고통 받던 마혜리는 외모를 사람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에게 반드시 아름다운 내면이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 역시 그러하다. 그 점에서 소현경 작가의 작품은 찰스 디킨즈의 21세기 한국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혼이 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은 을 연상시키고, 순수한 여성이 가난한 척 하는 부자 할머니를 위기에서 구하는 의 제목이 찰스 디킨즈의 과 비슷한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찰스 디킨즈가 그러했듯, 소현경 작가도 동화적인 설정으로 이 시대의 사람과 세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물론 소현경 작가의 이야기는 헤피엔딩이다. 그의 작품에서 완전한 악인은 없다. 악인들은 늘 상황에 몰려 악한 행동을 한 것이고, 그들은 자신의 죄를 깨닫는 순간 새롭게 살아간다. 또한 에서 선우환의 할머니는 모든 직원들에게 완벽에 가까운 복지를 보장하고, 의 검찰청은 마혜리를 통해 보다 따뜻한 모습으로 바뀐다. 소현경 작가는 개발시대, 또는 아버지의 시대에서 시작된 죄의 고리를 끊고,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마저 인간에 대해 말해야할 만큼 변하는 세상 소현경 작가의 동화적인 세계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에는 고은성처럼 완벽한 품성과 지혜를 가진 여성은 좀처럼 없을 것 같다. 또한 착한 신지현보다는 에서 신지현을 속인 그의 친구와 약혼자가 더 많을 것 같다. 소현경 작가의 세계관도 조금씩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신지현이 빙의한 송이경이고, 송이경이 신지현과 달리 세상으로부터 수많은 상처를 받았다. 의 고은성은 선우환의 할머니의 기업을 이어받아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 거라는 꿈을 키웠다. 반면 신지현은 나를 위해 울어줄 세 사람조차 찾기 어렵다. 그렇게, 세상은 점점 비관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소현경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이 비관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가치를 갖는다. SBS 은 인간을 인간답게 죽지도 못하게 하는 현실에 정면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윤지훈(박신양)이 파헤치는 한 사람의 죽음에는 정치, 경제, 군에 이르는 온갖 권력의 부정한 모습이 들어있고, 부검의는 그것을 폭로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에 이은 은 동화적인 틀 안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민한다. 인간은 정말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는 존재인가. 은 순수한 주인공, 판타지적인 설정, 멜로 코드의 결합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온갖 우울한 소식들만 가득한 이 시대의 인간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동시간대의 MBC 는 재벌 드라마의 외피 속에서 미스터리한 과거를 가진 김인숙(염정아)을 통해 인간다움에 대해 묻는다. 드라마가 인간에 대해 묻고 있다. 소현경 작가는 그 물음이 대중적인 설정의 드라마 안에까지 녹아들고, 일정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증거다. 드라마는 그렇게 변한다. 아니, 세상이 변한다. 드라마마저 인간에 대해 말해야할 만큼.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남성적이고, 개발시대를 대표하던 건설업을 하던 아버지 시대의 일이 보다 여성적인 일을 하는 딸의 세대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딸은 부모 세대의 어두운 진실과 마주한다. 고은성은 새어머니의 진실을 알았고, 신지현은 마혜리처럼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악연의 고리를 알게 될 것이다. 에서 로 올수록 여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의 죄를 조사하게 되는 건 흥미롭다. 마혜리는 검사로서 아버지의 사건을 조사해야 하고, 신지현은 영혼의 상태로 주변 사람들의 진실을 파헤친다.
동화의 외피를 두른 사회 잔혹극 주인공의 믿음과 달리 인간은 그리 선하지 않고, 이 시대의 죄는 자신의 부모로부터 시작됐다. 에서 “나를 위해 울어줄 세 사람”을 찾으라는 스케줄러(정일우)의 말은 소현경 작가가 세 작품에서 다루는 테마이기도 하다. 나를 위해 울어줄 세 사람조차 찾기 어려운 세상의 진실. 의 시작과 끝이 고은성이 아닌 새어머니 백성희(김미숙)의 얼굴과 뒷모습인 것은 흥미롭다. 은 고은성이 주인공이지만, 동시에 친딸과 함께 아등바등 살아오는 사이 악인이 돼 버린 여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에서는 마혜리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재개발 비리, 어린이 성추행 등 세상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고, 은 신지현 앞에서 선한 얼굴을 하고 있던 친구와 약혼자의 실체가 폭로된다. 에서 과거 뚱뚱한 외모로 고통 받던 마혜리는 외모를 사람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에게 반드시 아름다운 내면이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 역시 그러하다. 그 점에서 소현경 작가의 작품은 찰스 디킨즈의 21세기 한국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혼이 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은 을 연상시키고, 순수한 여성이 가난한 척 하는 부자 할머니를 위기에서 구하는 의 제목이 찰스 디킨즈의 과 비슷한 것은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찰스 디킨즈가 그러했듯, 소현경 작가도 동화적인 설정으로 이 시대의 사람과 세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물론 소현경 작가의 이야기는 헤피엔딩이다. 그의 작품에서 완전한 악인은 없다. 악인들은 늘 상황에 몰려 악한 행동을 한 것이고, 그들은 자신의 죄를 깨닫는 순간 새롭게 살아간다. 또한 에서 선우환의 할머니는 모든 직원들에게 완벽에 가까운 복지를 보장하고, 의 검찰청은 마혜리를 통해 보다 따뜻한 모습으로 바뀐다. 소현경 작가는 개발시대, 또는 아버지의 시대에서 시작된 죄의 고리를 끊고,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마저 인간에 대해 말해야할 만큼 변하는 세상 소현경 작가의 동화적인 세계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에는 고은성처럼 완벽한 품성과 지혜를 가진 여성은 좀처럼 없을 것 같다. 또한 착한 신지현보다는 에서 신지현을 속인 그의 친구와 약혼자가 더 많을 것 같다. 소현경 작가의 세계관도 조금씩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신지현이 빙의한 송이경이고, 송이경이 신지현과 달리 세상으로부터 수많은 상처를 받았다. 의 고은성은 선우환의 할머니의 기업을 이어받아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 거라는 꿈을 키웠다. 반면 신지현은 나를 위해 울어줄 세 사람조차 찾기 어렵다. 그렇게, 세상은 점점 비관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소현경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이 비관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로운 가치를 갖는다. SBS 은 인간을 인간답게 죽지도 못하게 하는 현실에 정면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윤지훈(박신양)이 파헤치는 한 사람의 죽음에는 정치, 경제, 군에 이르는 온갖 권력의 부정한 모습이 들어있고, 부검의는 그것을 폭로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에 이은 은 동화적인 틀 안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민한다. 인간은 정말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는 존재인가. 은 순수한 주인공, 판타지적인 설정, 멜로 코드의 결합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온갖 우울한 소식들만 가득한 이 시대의 인간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동시간대의 MBC 는 재벌 드라마의 외피 속에서 미스터리한 과거를 가진 김인숙(염정아)을 통해 인간다움에 대해 묻는다. 드라마가 인간에 대해 묻고 있다. 소현경 작가는 그 물음이 대중적인 설정의 드라마 안에까지 녹아들고, 일정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증거다. 드라마는 그렇게 변한다. 아니, 세상이 변한다. 드라마마저 인간에 대해 말해야할 만큼.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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