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거워요KBS 의 진행자인 김신영은 한바탕 댄스 타임이 끝난 후 “절거운 하루네요! 절거움이 넘쳐나네요!”라고 소감을 말한 바 있다. 마음이 흡족하고 흥겨움이 절정에 달한 순간, 그녀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절겁다’라고 표현한다. 이에 해당되는 표준어가 ‘즐겁다’라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김신영의 이러한 화법은 중설중모음 ‘ㅡ’와 중설고모음 ‘ㅓ’의 구분이 모호한 경상도 일부지역의 방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김신영은 단지 방언을 차용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절↘거↗워요→’와 같이 억양을 구사함으로써 문장에 리듬감을 부여하고 감정을 풍부하게 한다. 이를 통해 ‘절거워요’는 그저 ‘즐거워요’의 잘못된 발음이 아니라 ‘정말이지 뭐라 설명할 수 없이 신이 나고 즐거워요’의 축약어로 기능하게 된다.
1. 즐거워요
2. 절거워서 웃는 게 아닙니다. 웃으니까 절거운거에요!
그러나 ‘절거워요’의 진정한 미학은 이것이 단순히 즐거움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즐거움에 도달하기 위해 견뎌야 하는 수많은 고난 또한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김신영은 엄청난 순발력과 입담, 뛰어난 관찰력과 놀라운 연기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만족하지 않고 몸개그에서까지도 두각을 나타내는 전천후 개그우먼이다. 그런 그녀가 ‘절거움’을 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땀과 체력을 투자한 개그가 성공했을 때에 국한된다. 실제로 ‘ㅓ’는 혀의 위치가 입천장에 닿을 듯 올라가는 평순모음 ‘ㅡ’에 비해 발음이 쉽다. 에너지를 소진한 그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대사를 전달하기에 ‘절거워요’가 보다 합리적이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니 그녀가 엄정화나 이효리에 버금가는 격렬한 댄스를 선보이며 정직하게 웃음과 승부할 때는 주저 없이 ‘절거워요!’라고 외쳐주자. 눈물을 삼키며 작은 몸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그녀가 한 번도 방송의 구원투구로 제 몫을 해내지 못한 적은 없지 않는가. 그녀의 경기가 패배로 끝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타선의 문제라는 걸 우린 잘 알고 있다.
용례
* 솔직히 춤출 때 보다 사랑받을 때가 진심으로 절거워요.
* 뉴스는 앞으로 못하겠지만 일단은 나는 절거워요.
* 뉴스에 날 일이지만 보는 사람은 절거워요.
* 방송에서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래도 절거운 건 절거운 거예요.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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