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일 KBS2 오후 5시 20분
그 흔한 1등의 수상소감조차 듣지 않았다. 당연했다. 애초에 ‘라면의 달인’ 편이 보여주려 했던 것은 1등의 탄생이 아니라, 노력의 고수와 평가의 고수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요리 과정에 앞서, 참가자들이 예선통과 후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가에 먼저 귀 기울였다. “아이디어가 맛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던 이윤석이 시중 요구르트를 모두 시음하며 소스와 면발의 조화를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남자의 자격’은 변화하는 과정 자체에 주목하는 특유의 따뜻한 시각을 오디션의 포맷 안에서도 유지할 수 있었다.
라면 한 그릇을 완성하는 과정을 부각시키기 위해 우승자의 표정보다 벌벌 떨면서 라면 위에 고명을 얹는 손과, 요리하는 참가자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지는 심사위원의 입에 더욱 집중했다. 심사위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가자들의 개선정도와 라면의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냉정하게 맛을 평가했던 심사위원들이 독설가처럼 비춰지지 않았던 이유는 “요리에 몰입하는 모습만큼은 우승감” 혹은 “칼질을 연구하는 모습에 반했어요”와 같은 인간적인 심사평을 균형감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경규 씨가 말을 거는 바람에 마지막 양념을 빠트렸다”고 투덜거리던 장소녀 씨와 갑자기 ‘하나빼기’ 심사를 제안하며 긴장의 끈을 한껏 조였던 심사위원 등 오디션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재밌는 에피소드는 살리면서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짤만한 상황이나 라이벌 구도는 만들지 않았다. 그 결과, 손에 땀을 쥘 만큼 치열하진 않았지만 어떤 자극적인 첨가물도 넣지 않은 순하고 담백한 맛의 오디션이 완성되었다. 마치 이경규가 만든 꼬꼬면의 국물처럼.
글. 이가온 thirteen@
그 흔한 1등의 수상소감조차 듣지 않았다. 당연했다. 애초에 ‘라면의 달인’ 편이 보여주려 했던 것은 1등의 탄생이 아니라, 노력의 고수와 평가의 고수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요리 과정에 앞서, 참가자들이 예선통과 후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가에 먼저 귀 기울였다. “아이디어가 맛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던 이윤석이 시중 요구르트를 모두 시음하며 소스와 면발의 조화를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남자의 자격’은 변화하는 과정 자체에 주목하는 특유의 따뜻한 시각을 오디션의 포맷 안에서도 유지할 수 있었다.
라면 한 그릇을 완성하는 과정을 부각시키기 위해 우승자의 표정보다 벌벌 떨면서 라면 위에 고명을 얹는 손과, 요리하는 참가자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지는 심사위원의 입에 더욱 집중했다. 심사위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참가자들의 개선정도와 라면의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냉정하게 맛을 평가했던 심사위원들이 독설가처럼 비춰지지 않았던 이유는 “요리에 몰입하는 모습만큼은 우승감” 혹은 “칼질을 연구하는 모습에 반했어요”와 같은 인간적인 심사평을 균형감 있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또한, “이경규 씨가 말을 거는 바람에 마지막 양념을 빠트렸다”고 투덜거리던 장소녀 씨와 갑자기 ‘하나빼기’ 심사를 제안하며 긴장의 끈을 한껏 조였던 심사위원 등 오디션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재밌는 에피소드는 살리면서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짤만한 상황이나 라이벌 구도는 만들지 않았다. 그 결과, 손에 땀을 쥘 만큼 치열하진 않았지만 어떤 자극적인 첨가물도 넣지 않은 순하고 담백한 맛의 오디션이 완성되었다. 마치 이경규가 만든 꼬꼬면의 국물처럼.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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