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놀이 공간. 음악 전문 채널 Mnet에서 지난 2월 26일 새롭게 런칭한 라이브 음악쇼 는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이란 즐기는 것이라 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모토는 이적과 10㎝, 출신 가수들이 함께 했던 첫 회부터 현재 방영을 앞둔 빅뱅의 무대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는 이번 주부터 연출자 이상윤 PD의 입을 통해 새로운 놀이 공간과 놀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TV에서 볼 수 없는 무대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그 첫 무대는, 빅뱅이다.“늦어서 죄송합니다.” 스태프 한 명에게 지용이가 넙죽 인사를 하고 서둘렀다. 타 방송 스케줄에 문제가 생기면서 빅뱅은 약속된 리허설에 오지 못했다. 계획된 리허설 시간은 2시였지만 빅뱅이 출발한 건 5시가 넘어서였다. 본인들 잘못도 아니면서 미안해하고 황급히 준비하는 빅뱅은 역시 프로다웠지만 연출자로서는 리허설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닌 8시 녹화시간을 맞출 수 있느냐 없느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방송일이란 게 항상 이렇다. 준비에 준비를 해도 예상치 못한 구멍이 생기게 마련이다. 중요한 건, 한탄하는 대신 그 구멍을 티 안 나게 메우는 거다. 빅뱅이 도착하기 전에 밴드와 코러스 리허설을 끝내고,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카메라 리허설을 최대한 빨리 진행한다면, 어떻게든 녹화 시간만큼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예상치 못한 구멍은 다시 생기게 마련이다. 진짜 문제는 오히려 그들이 도착한 이후에 터졌다. 빅뱅의 밴드와 제작진이 준비한 음원이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며칠 동안 음원과 가사를 보며 무대 연출, 카메라 워킹과 앵글, 커트의 타이밍 등을 스태프들과 맞춰봤는데 차질이 생겼다. 이 부분을 정리하는 동안 멤버들은 카메라 리허설을 했다. 이 역시 생각처럼 풀리진 않았다. 멤버 별 솔로 무대마다 멤버 개개인이 더 잘하려는 욕심에 동선을 재설정하고 새로 맞추다보니 어느덧 녹화 시간을 30분 이상 넘기게 됐다. 스태프들의 짜증 섞인 고함들이 오고 갔고, 관객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이 상태로 녹화는 잘 될 수 있을까. 오전 8시부터 와서 기다리던 관객들이 느낄 지루함, 그리고 빅뱅의 무대를 준비해야 하는 긴장감에 짓눌렸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방송이다. 그리고 빅뱅은 빅뱅이었다. 어쩌면 이 꼬인 일정에서 나보다 더 신경 쓸 일도 많고 피곤했을 빅뱅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노래와 춤뿐 아니라, MC인 정원영 교수와 박경림의 토크 시간에도 방송과 팬을 위해 공개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혹시 ‘착각의 늪’을 아시는지?” 낯익은 전주와 첫 소절로 박경림이 관객, 그리고 스태프에게 웃음을 주는 동안 빅뱅은 마지막 무대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날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거짓말’ 앙코르 무대가 시작됐다. 다른 MR 없이 기타 반주 하나뿐이었지만 사운드는 꽉 찼고, 그들의 에너지와 관객의 열기 역시 공연장 전체를 가득 메웠다. 노래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구분 없이 모두 함께 즐기는 순간. 어쩌면 이 한 순간을 위해 아침부터 그렇게 속을 태웠나보다.
사진제공. Mnet
글. 이상윤(Mnet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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