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일본 열도를 덮친 지진의 여파는 컸다. 사망, 실종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선 유출 위험은 일본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TV, 극장가도 흔들렸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를 비롯 TBS, 후지TV, 아사히TV 등은 대다수의 오락 프로그램, 드라마의 방영을 취소함과 동시에 지진 관련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NHK 종합채널은 지진이 발생한 11일부터 15일까지 연일 24시간을 뉴스 프로그램으로만 채웠고, TBS, 후지TV 등 민영 방송사들은 광고 없이 장시간에 걸쳐 지진 상황을 보도했다. 2NE1 출연 예고로 화제가 됐던 3월 11일 아사히TV의 은 당연히 결방됐다. 극장가의 움직임도 수선했다. 다수의 예정됐던 시사회, 무대인사가 취소됐고, 배급사 쇼치쿠는 3월 26일 예정됐던 영화 의 개봉을 연기했다. 은 1976년 중국에서 일어난 지진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배급사 쪽은 “극중에 묘사되는 지진과 구출의 장면들이 현 시점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2월 19일부터 상영 중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는 영화 초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쓰나미 장면이 이번 동북지역 재난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상영 중지됐다.
임시 휴업에 들어간 일본 연예계 문화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본의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하나인 쟈니즈사무소는 3월 15일 “소속 그룹과 탤런트의 3월 예정 라이브 공연을 모두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해당하는 공연은 TOKIO, 타키&츠바사, Hey!Say!JUMP, 야마시타 토모히사 등 총 6개 팀의 18개 공연이다. 그리고 동시에 쟈니즈사무소는 공연을 위해 준비한 10톤 트럭과 전력차를 피해 지역에 투입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물류 이송, 전력 공급에 공연을 위해 마련한 자원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국제아니메페어2011(3월 24일부터 27일까지 예정)’도 취소됐다. 행사를 주최하는 도쿄도는 3월 16일 “동일본 대재앙에 따른 전력수요상황의 악화, 회장까지의 교통수단 확보의 불안을 이유로 행사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전시, 음악회 등의 취소 소식도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오카모토 타로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오카모토 타로 기념관은 3월 16일부터 18일까지 임시휴관을 결정했고, 3월 19일과 20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던 음악 페스티벌 ‘GO!FES 2011’도 중지됐다. 이 밖에도 일본 내 주요 음반사들은 CD와 DVD의 발매일을 연기했다. 소니뮤직, 에이벡스, 유니버설뮤직 등은 가솔린 공급부족과 교통사정을 고려해 3월 발매 예정의 음반과 DVD를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서 3월 23일 발매 예정이었던 카라의 신곡 (유니버설 뮤직 발매)도 공개가 미뤄졌다.
지진, 쓰나미, 방사선 공포로 임시 휴업에 가까운 일본 연예계지만 슬픔을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한류스타들처럼 기부금을 피해지역에 보내는 스타들도 있지만 더 눈에 띄는 건 모금행사 혹은 자선공연 등을 통해 도움을 주려는 스타들의 움직임이다. 나카야마 히데유키, D-Boys 등이 소속된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는 스타들의 각종 상품을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WAV 자선 프로젝트 ~모이자~지금이야말로 단결!’을 실시했고, 배우 이세야 유스케는 최근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의식주 캠페인 단체 ‘REBIRTH PROJECT’를 통해 자원봉사에 나섰다. 그는 니가타현 쌀 농가의 도움을 받아 재해지에 쌀을 공급할 계획이다. 배우 와타나베 켄은 메시지 사이트 ‘kizuna311’을 개설했다. 그는 “재해지 사람들에게 빛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자원봉사자들과 만들어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 첫 번째 콘텐츠로 미야자와 켄지의 시 의 낭독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화음악가로 유명한 칸노 요코는 3월 12일 자작곡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재난의 한 가운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지금 현재 가능한 일을 합시다.’ 재앙이 열도를 휩쓸고 간 뒤 일본의 트위터 타임라인에 가장 많이 올라온 문구다. 국내 언론에서도 수차례 보도된 일본 사람들의 침착함은 사실 이 다짐의 결과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일본인들은 재앙 속에서도 그들만의 희망을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다. ‘계획 정전’이 실시된 이후엔 “낮에 미리 자고 밤에 활동합시다”라는 다소 유머가 섞인 멘션이 타임라인에 올라왔고, 그래픽 디자이너 하라 켄야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모든 미술관들이 전시를 취소하고 있다. 모두가 침묵해버리면 나라의 활기가 사라진다”는 우려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와타나베 켄은 메시지 사이트 ‘kizuna311’을 열면서 “엔터테이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 이것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라고 썼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2인조 그룹 스키마스위치는 “노래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란 말을 시작으로 자신들의 노래 를 불러 영상을 공개했다.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가 소속된 호리프로는 유튜브의 일본의 옛날 이야기를 낭독하는 동화 채널을 열었다. “연일 뉴스 영상이 TV를 도배하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응원이 필요하다”는 게 동기였다.
재앙으로 모두가 힘들어할 때 가수가, 배우가, 아티스트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미래를 향해 걸어갈 희망을 만들어내는 거다. 스타에게 현재 가능한 일은 모두에게 희망의 별 하나씩을 달아주는 용기다. 그리고 일본의 많은 연예인들은 이를 아름답게 해내고 있다. 2010년 세상을 뜬 애니메이션 감독 곤 사토시의 프로덕션은 생전에 곤 감독이 남긴 일러스트레이션을 “재해민들에게 용기가 된다면”이란 취지로 공개했다. 이 일러스트는 한 소녀가 두 팔로 무릎을 감싼 뒤 아픔을 참고 있는 듯한 그림이다. 음악잡지 < MUSICA >가 주축이 돼 개설된 메시지 사이트 ‘HOPE FOR TOMORROW’에는 록밴드 sleepy.ab의 나리야마 츠요시, 5인조 록밴드 유니콘 등이 코멘트, 노래 동화 등을 올리고 있고, 음악 사이트 OTOTOY는 편집음반 ‘Play for Japan’의 제작 저작권료를 제외한 모든 수익금을 재해지역 성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이 앨범에는 총 112개의 그룹이 참여했다. 생활잡화점 LoFT의 기획도 돋보인다. LoFT는 ‘절전’을 테마로 ‘Off Project’를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에게 작품을 의뢰해 모인 작품을 로프트 홈페이지,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공개하는 내용이다. 암흑의 상황에서도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밝힐 때 어둠을 걷힐 수 있다. 일본의 연예계, 그리고 문화계의 분전은 힘들지만 일본열도가 다시 희망을 찾아 밝게 빛날 날을 예고하고 있다. 재앙은 새로운 시작의 터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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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임시 휴업에 들어간 일본 연예계 문화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본의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하나인 쟈니즈사무소는 3월 15일 “소속 그룹과 탤런트의 3월 예정 라이브 공연을 모두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해당하는 공연은 TOKIO, 타키&츠바사, Hey!Say!JUMP, 야마시타 토모히사 등 총 6개 팀의 18개 공연이다. 그리고 동시에 쟈니즈사무소는 공연을 위해 준비한 10톤 트럭과 전력차를 피해 지역에 투입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물류 이송, 전력 공급에 공연을 위해 마련한 자원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국제아니메페어2011(3월 24일부터 27일까지 예정)’도 취소됐다. 행사를 주최하는 도쿄도는 3월 16일 “동일본 대재앙에 따른 전력수요상황의 악화, 회장까지의 교통수단 확보의 불안을 이유로 행사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전시, 음악회 등의 취소 소식도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오카모토 타로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오카모토 타로 기념관은 3월 16일부터 18일까지 임시휴관을 결정했고, 3월 19일과 20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던 음악 페스티벌 ‘GO!FES 2011’도 중지됐다. 이 밖에도 일본 내 주요 음반사들은 CD와 DVD의 발매일을 연기했다. 소니뮤직, 에이벡스, 유니버설뮤직 등은 가솔린 공급부족과 교통사정을 고려해 3월 발매 예정의 음반과 DVD를 미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서 3월 23일 발매 예정이었던 카라의 신곡 (유니버설 뮤직 발매)도 공개가 미뤄졌다.
지진, 쓰나미, 방사선 공포로 임시 휴업에 가까운 일본 연예계지만 슬픔을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의 한류스타들처럼 기부금을 피해지역에 보내는 스타들도 있지만 더 눈에 띄는 건 모금행사 혹은 자선공연 등을 통해 도움을 주려는 스타들의 움직임이다. 나카야마 히데유키, D-Boys 등이 소속된 와타나베 엔터테인먼트는 스타들의 각종 상품을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WAV 자선 프로젝트 ~모이자~지금이야말로 단결!’을 실시했고, 배우 이세야 유스케는 최근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의식주 캠페인 단체 ‘REBIRTH PROJECT’를 통해 자원봉사에 나섰다. 그는 니가타현 쌀 농가의 도움을 받아 재해지에 쌀을 공급할 계획이다. 배우 와타나베 켄은 메시지 사이트 ‘kizuna311’을 개설했다. 그는 “재해지 사람들에게 빛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자원봉사자들과 만들어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 첫 번째 콘텐츠로 미야자와 켄지의 시 의 낭독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화음악가로 유명한 칸노 요코는 3월 12일 자작곡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재난의 한 가운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지금 현재 가능한 일을 합시다.’ 재앙이 열도를 휩쓸고 간 뒤 일본의 트위터 타임라인에 가장 많이 올라온 문구다. 국내 언론에서도 수차례 보도된 일본 사람들의 침착함은 사실 이 다짐의 결과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일본인들은 재앙 속에서도 그들만의 희망을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다. ‘계획 정전’이 실시된 이후엔 “낮에 미리 자고 밤에 활동합시다”라는 다소 유머가 섞인 멘션이 타임라인에 올라왔고, 그래픽 디자이너 하라 켄야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모든 미술관들이 전시를 취소하고 있다. 모두가 침묵해버리면 나라의 활기가 사라진다”는 우려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와타나베 켄은 메시지 사이트 ‘kizuna311’을 열면서 “엔터테이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 이것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라고 썼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2인조 그룹 스키마스위치는 “노래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란 말을 시작으로 자신들의 노래 를 불러 영상을 공개했다.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가 소속된 호리프로는 유튜브의 일본의 옛날 이야기를 낭독하는 동화 채널을 열었다. “연일 뉴스 영상이 TV를 도배하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프로그램이 사라졌다. 응원이 필요하다”는 게 동기였다.
재앙으로 모두가 힘들어할 때 가수가, 배우가, 아티스트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미래를 향해 걸어갈 희망을 만들어내는 거다. 스타에게 현재 가능한 일은 모두에게 희망의 별 하나씩을 달아주는 용기다. 그리고 일본의 많은 연예인들은 이를 아름답게 해내고 있다. 2010년 세상을 뜬 애니메이션 감독 곤 사토시의 프로덕션은 생전에 곤 감독이 남긴 일러스트레이션을 “재해민들에게 용기가 된다면”이란 취지로 공개했다. 이 일러스트는 한 소녀가 두 팔로 무릎을 감싼 뒤 아픔을 참고 있는 듯한 그림이다. 음악잡지 < MUSICA >가 주축이 돼 개설된 메시지 사이트 ‘HOPE FOR TOMORROW’에는 록밴드 sleepy.ab의 나리야마 츠요시, 5인조 록밴드 유니콘 등이 코멘트, 노래 동화 등을 올리고 있고, 음악 사이트 OTOTOY는 편집음반 ‘Play for Japan’의 제작 저작권료를 제외한 모든 수익금을 재해지역 성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이 앨범에는 총 112개의 그룹이 참여했다. 생활잡화점 LoFT의 기획도 돋보인다. LoFT는 ‘절전’을 테마로 ‘Off Project’를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에게 작품을 의뢰해 모인 작품을 로프트 홈페이지,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공개하는 내용이다. 암흑의 상황에서도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밝힐 때 어둠을 걷힐 수 있다. 일본의 연예계, 그리고 문화계의 분전은 힘들지만 일본열도가 다시 희망을 찾아 밝게 빛날 날을 예고하고 있다. 재앙은 새로운 시작의 터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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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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