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홍대 상상마당에선 붕가붕가레코드의 창립 6주년 기념 공연이 열렸다. 비록 레이블 소속 뮤지션들이 총출동하는 방식이 아닌 앨범 발매를 앞둔 미미시스터즈의 단독 공연이었지만 오히려 이것은 6년이라는 시간동안 이 레이블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2005년, 관악구 캠퍼스 밴드의 기념 음반을 만드는 것으로 출발했던 붕가붕가레코드는 ‘그’ 장기하와 얼굴들을 히트시켰고, 이제는 그들과 함께하며 인기를 얻은 ‘그’ 미미시스터즈의 정규 앨범과 공연으로 화제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과연 이러한 6년 동안의 양적 성장은 ‘지속가능한 딴따라질’과 가내수공업을 특징으로 내세웠던 그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장기하와 얼굴들, 눈뜨고 코베인, 아마도 이자람 밴드 등이 성장하는 동안, 본인 역시 ‘그’ 곰사장이 된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에게 들어보았다.미미시스터즈의 첫 공연에 붕가붕가레코드 6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게 흥미롭다. 이런 기획이 3년 전만 되어도 가능했을까 싶다는 의미에서.
고건혁 대표 : 당연히 불가능했겠지. 2, 3년 전에는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이번 프로젝트에 우리 회사 역량이 많이 투여됐다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미미시스터즈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꾸려졌고, 우리는 서포트 해주는 입장이었으니까.
“이제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 세 가지 층위로 분리됐다” 그게 회사의 역량이 아니라면 정확히 회사가 하는 서포트라는 건 어떤 걸 의미하나.
고건혁 대표 : 회사의 역할을 간단히 말하자면 아티스트가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조언 혹은 녹음과 믹싱에 필요한 재원으로 지원하고, 그 결과물을 최대한 많은 대중에게 전달하고, 그것으로 수익을 만드는 것이다.
그 지원, 특히 물적 투자에 있어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이 등장할 즈음과 비교해 달라진 게 있나.
고건혁 대표 : 2008년에는 다 내부적으로 소화했었지. 우리 수석 프로듀서, 그 당시엔 엔지니어였던 친구 집에서 모든 것이 이뤄졌고, 장비 사는 것 외에는 거의 무자본으로 만들어졌다. 인건비도 거의 안 주듯 하고. 현재는 인건비도 지급이 되고, 경우에 따라 작업 규모가 크다면 외부 스튜디오를 빌리거나 하면서 재정 투자가 많아지고 있다. 또 전에는 소화할 수 있는 작업만 했는데 이제는 소속 아티스트도 많아지고 외부에서 원하는 것도 많아지면서 여러 개를 동시에 진행한다. 작업에 소요되는 절대적 기간도 길어졌다. 장기하의 싱글은 모든 걸 합쳐 1개월, 1집도 3개월을 넘지 않았는데 2집은 벌써 6개월 정도 작업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4개월은 더 걸릴 것 같다.
즉 과거에 비해 투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붕가붕가레코드의 모토인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해서는 결국 들어간 게 많은 만큼 나오는 것도 많아야 한다.
고건혁 대표 : 이런 종류의 문화 산업이라는 게, 인풋에 대한 아웃풋이 불투명하지 않나. 계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수익 위주로 투자를 한다. 가장 보수적으로 수익 규모를 잡고, 그에 맞춰 투자를 한다. 만약 인건비가 적게 지불되면 수익이 나온 이후 인센티브를 지불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지금 장기하 2집에 대해 많이 투자할 수 있는 건 1집 판매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판매량의 50퍼센트 정도로 예상해 손익분기점을 잡아 투자를 한다. 그에 반해 아직 판매량이 부족한 팀은 재고에 대한 부담이 없도록 과거와 같은 수공업으로 진행한다. 그렇게 이원화되고 있다. 지금 고민은 그 둘 사이 간극이 너무 크다는 거다. 물론 배부른 고민이지. 많이 팔리는 팀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이니까.
과거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내세울 땐 가내수공업으로 지출 비용을 줄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는데, 지금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은 조금 다른 의미일 것 같다.
고건혁 대표 : 말한 것처럼, 처음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내세울 땐 경제적 의미가 컸다. 어떤 방법이 나온 상태는 아니었고, 어떻게든 음악으로 먹고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지.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됐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음악으로 먹고 사는 게 가능한 팀이 됐다. 그러면 그 팀의 고민이 생기게 된다. 반짝 스타처럼 등장했는데, 이제 그런 인기가 아닌 음반 퀄리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를 고민하게 되는 거다. 그런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은 걔가 하고 싶은 작업의 퀄리티를 유지시켜주는 거다. 경제적인 문제는 해결이 됐으니까. 하지만 우리 소속의 7팀 중 6팀은 아직 경제적 문제가 해결 안 됐으니까, 경제적 차원 역시 중요하다. 또 하나의 고민은 스태프들이다. 그들이 여기서 일하는 것도 딴따라질인데 이 친구들이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서포트 해주고 그걸로 어떻게 돈을 만들어 경제적 생활을 유지하게 해줄지도 고민이 된다. 즉 이제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 세 가지 층위로 분리됐다. 예전과 같은 의미, 그 문제가 해결된 다음 어떻게 좋은 작업을 할 것인가, 그리고 딴따라질의 의미를 우리 안에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그 중 두 가지 층위는 결국 뮤지션과의 관계인데, 지속가능한 관계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것만큼이나 파트너십도 중요하지 않나.
고건혁 대표 : 자잘한 문제들은 늘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우리는 서로의 한계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 거 같다. 예를 들어 뜨거운 연애가 아니라 연애 경험 많은 사람끼리 ‘남녀 관계는 이런 거다’라며 좀 포기하며 만나는 사이 같은 거다. 좀 미적지근하면서도 편한 사이? 다만 경계하는 건, 최근 장기하가 한 얘기인데, 당연한 관계라고는 생각하지 말자는 거다. 당연히 이렇게 해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갈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재밌는 지적인데, 한국에선 의리라는 말로 갑과 을의 관계를 고착화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고건혁 대표 : 사실 우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도, 의리나 그런 건 적성에 안 맞는 사람들이었다. 생일 축하 같은 거 잘 안 해주고, 서로 따뜻한 말 잘 안하고, 좀 데면데면한 게 있다. 한국적인 조직문화, 가령 ‘우와아아’ 하며 몰고 가는 걸 경계한다. 그렇게 되면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강제로 뭘 시키게 되지 않나. 그러면 일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아랫사람들이 가진 포텐셜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초창기에 같이 회사 만든 학교 선후배들을 제외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어를 쓴다.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좋아서 만든 걸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거” 그런 소위 오피셜한 면모는 이 조직에 대해 사람들이 상상하던 것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고건혁 대표 : 우리의 실제보다 큰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게 과하단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가령 장기하를 88만원 세대의 대표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것과는 다르다. 나 같은 경우도 젊고 의지 넘치는 기업인으로서 섭외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쪽에서 원하는 걸 충족해주면서 약간 교란을 한다. 실제로는 의지도 없고 열심히 안 한다는 이미지도 던져주는 거지. 책 도 그런 의도로 썼다. 출판사에서 요구한 건 일종의 자기개발서였는데 우리랑은 맞지 않는 거 같았다. 그래서 안티 텍스트로 삼은 게 였다. 재능 있는 애들이 근성까지 있어서 성공하는 이야기인데 우리는 재능은 모르겠고 근성은 확실히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다. 꼭 단호한 결의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어쩌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일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단호한 태도가 없으면서도 무엇 때문에 6년 동안 음악이라는 분야를 쥐고 이렇게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건가.
고건혁 대표 : 음악, 특히 록음악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듣는 이로 하여금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면이 있다. 하필 우리 세대에서 주류였던 게, 얼터너티브록이었고, ‘Do It Yourself’의 애티튜드를 가진 밴드들이 대중음악 질서를 바꾼 걸 보았으니 반하게 된 거지.
그런 밴드의 록킹함이 레이블의 색깔이 된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이자람 밴드를 비롯해 그 시대의 얼터너티브록과는 거리가 먼 밴드들이 많지 않나.
고건혁 대표 : 우리 회사 밴드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면 다들 싫어하고. 하하하. 그래서 우리 회사 작업이 재밌는 거 같다. 한 장르 안에서 장르의 문법을 착실히 따르며 완성도를 만드는 음악보다는 새롭고, 송라이팅이 좋은 노래가 흥미롭다. 현재 장기하 2집은 사이키델릭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나는 그 장르에 관심이 없지만 내 귀에 신선하고 좋게 들리면 된다. 이런 걸 요구하니까 아티스트들도 그런 걸 고려하고. 내 취향이나 회사의 지향은 굳이 따지자면 새로운 것이다.
앞서 얼터너티브 이야기를 했는데 이것이 장르이기도 하지만 어떤 ‘대안’의 의미이기도 하지 않나.
고건혁 대표 : 개인적으로 그런 걸 지향하는 게 있다. 뮤지션들도 똑같은 거 하는 걸 되게 싫어하고. 다만 새로운 것만을 위해 하는 작업, 흔히 아방가르드라고 하는 건 안 하는 것 같다. 대중음악 안에서 대중음악이 아닌 걸 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장기하의 경우 언더와 오버를 교란하는 존재였는데 그런 균열에 흥미를 느끼나.
고건혁 대표 : 그게 이 일을 하며 가장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지. 예스24같은 대형 사이트에 다른 음반을 제치고 30분 만에 디자인된 표지가 1위로 올라와 있을 때, SM이나 로엔 사이에 붕가붕가의 앨범이 끼어있을 때 재밌지. 그런데 그건 한 순간의 재미이고, 일탈이다.
그럼 가장 지속적인 재미는 무엇인가.
고건혁 대표 : 새 작업을 들을 때? 개인적으로 지겨움을 빨리 느끼는 성격이다. 그래서 아티스트가 신곡 작업해서 가져올 때,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떻게 앨범을 낼지 얘기할 때 가장 재밌다.
그런 새로움과 수입이라는 면이 상충하진 않나. 가령 장기하 2집이 싸이키델릭으로 나오면 대중은 당황할 수 있다. 안전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나.
고건혁 대표 : 그런데 그걸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 역으로 질문하고 싶다. 장기하 1집의 스타일이 뭘까. 나는 메이저 음반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게, 그들은 꼼꼼하게 대중을 분석하고 꼼꼼하게 작업물을 그에 맞춰 만든다. 나는 그런 노력을 할 자신이 없다. 즉 1집에 맞춰 대중에 영합하는 건 옵션 사항이 아닌 거다. 그렇게 하기 싫은 게 30이면 그렇게 못하는 게 70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대중의 코드에 부합하는 걸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좋아서 만든 걸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거다.
결국 이 모든 건 하고 싶은 일과 수익의 조화로 귀결된다. 현재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까지 상근이 되려면 회사가 더 커져야 하는데 그 때도 그런 조화가 가능할 거 같나.
고건혁 대표 : 현재 상근 스태프가 5명인데 만약 10명으로 유지하려면 매출로 40억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전체 음악 시장 규모가 1600억 정도라 하면 그 중 1퍼센트까지 가져가도 16억이다. 좀 거친 계산일 수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매출은 음악 시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첫 번째로는 인디 음악 시장이 커져야 하고, 둘째, 음악 외적인 걸 찾아야 한다.
음악 외적인 건 어떤 걸 말하는 건가.
고건혁 대표 : 다른 레이블은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꾸리는데, 우리는 반 이상이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인적 구성에 맞는 회사의 방식이 뭐냐고 할 때, 창작의 의미를 음악에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를 테면, 우리 디자이너는 음반 디자인을 하는데 거기에 한정하지 않고 그가 디자인한 작품에 뮤지션이 음악을 더하는 작업도 있지 않을까. 나 역시 글을 쓰면서 출판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사실 나뿐 아니라 스태프들 모두가 느끼는 게 음악 하는 사람들의 하인 같다는 기분이다. 그래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게, 비즈니스적인 면도 있지만 자아실현의 측면도 있는 거다.
앞서 딴따라질의 의미를 확장할 필요에 대해 말했는데,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라도 딴따라질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겠다.
고건혁 대표 : 좋은 버릇일 수도 있고 나쁜 버릇일 수도 있는데 일석이조를 좋아한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하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자아실현을 하며 경제적 문제도 해결하는 그런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글. 위근우 eight@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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