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A│여왕벌의 반전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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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였다면 그야말로 ‘퀸 비(queen bee)’ 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늘씬한 키에 비현실적으로 글래머러스한 몸매, 그와 상반되게 손바닥만으로도 가려질 것처럼 작은 얼굴과 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는 분명 지나(G.NA)에 대한 첫인상의 대부분을 결정짓는다. 심지어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고등학교 시절에는 부회장과 치어리딩 팀 단장으로 활약했다. 영화에서 미식축구팀 단장과 사귀는 금발 미녀 우등생들이 도맡아 하는 그 치어리딩 팀 단장 말이다. 게다가 지난해 히트한 데뷔곡 제목은 ‘꺼져줄게 잘 살아’였다. ‘떠나’도 ‘헤어져’도 아니고 ‘꺼져’라니 보통 센 캐릭터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그 때, “측면 한 번 봐 주세요”라는 포토그래퍼의 주문에 카메라로부터 시선을 뗀 지나가 도움을 청하듯 외쳤다. “측-면- 이 뭐예요?” ‘뭐’보다는 ‘모’에 가까운 동그란 입모양과 함께 고양이 같던 눈매도 강아지처럼 동그래졌다. 그리고, 그게 지나의 진짜 얼굴이다.

음악과 시련이 함께해 온 시절
G.NA│여왕벌의 반전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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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차고 다니던 아기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할머니 생신인데 노래 한 곡 불러봐’ 하면 혼자 식탁 위에 올라가서 노래하고, 다섯 살 때 디즈니랜드에 갔는데 제가 없어져서 정신없이 찾아보니 한복 입은 동양인 아기가 스노우 화이트(백설공주)하고 ‘뷰티 앤 비스트’의 비스트 사이에서 춤을 추고 있었대요. 하하! 교회 합창단, 학교 밴드, 항상 제 삶에 음악이 없었던 적이 없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야 한국에 와 살기 시작해 아직 말이 서투르다는 고백과 달리 가까이 마주앉은 지나는 수다를 즐기는 옆집 아가씨처럼 천진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가 대학에 들어가 좋은 직업을 얻길 기대하셨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몰래 축제에 나가 노래를 불러 기획사들로부터 명함을 받고, 대학 합격을 조건으로 한국에서 오디션을 보게 해 달라고 가족들을 설득한 것만으로도 인생 1막이 부지런히 지나간다.

하지만 그 다음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오디션에 붙은 뒤 이미 합격한 대학마저 포기하고 한국에 남았지만 지나가 속했던 걸 그룹 ‘오소녀’는 2007년 회사의 재정악화로 데뷔를 코앞에 두고 해체됐다. 원더걸스의 유빈, 애프터스쿨의 유이, 시크릿의 효성, 티아라의 멤버였던 지원 등이 오소녀 출신이다. 트레이닝을 받는 사이사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혼자 초등학교 과정 국어를 공부하며 가수가 되기만을 꿈꿨지만 하루아침에 지낼 곳조차 없어졌던 그 막막한 시기에 대해 지나는 구구절절 힘들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 때,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저나 그 친구들 모두 지금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앞으로 보여드릴 게 더 많다는 걸 사람들이 꼭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라는 말로 결의를 다질 뿐이다.

“드디어 1집 앨범을 들고 갈 수 있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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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긴 우여곡절 끝에 데뷔곡 ‘꺼져줄게 잘 살아’에 이어 올해 초 첫 번째 정규 앨범 < Black & White >를 내놓은 지나는 예상보다 훨씬 고되었던 워밍업 기간에 대해서도 씩씩하게 회상한다. “다른 애들이 1, 2년 걸릴 걸 저는 4, 5년 걸렸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말을 더 많이 배웠어요. 노래하는 제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듣는 사람들도 감동을 받을 수 없잖아요. 예전의 저였다면 ‘나이 더 들면 안 되는데, 빨리 나와야 되는데’ 했겠지만. 요즘은 주위에서 ‘어린 스물다섯 살의 지나’ 라고 말씀해 주시니까 괜찮아요. 하하!” 하지만 이 달 말 모처럼 캐나다에 돌아가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며 “할아버지가 집에 와서 청국장 먹고 가라고, 또 제가 좋아하는 깻잎장아찌도 해 놓으셨대요!”라며 잔뜩 들떠 있던 얼굴이 금세 조금 가라앉는다. “처음 한국에 오디션 보러 왔을 때 ‘가수 될 때까지 안 돌아갈 거예요’ 했는데 드디어 1집 앨범을 들고 갈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런데, 뭔가 더 잘 해서 가고 싶었거든요. 조금만 더 잘!” 그리고 숙소에 없으면 항상 연습실에 있기 때문에 갑자기 사라져도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이 악바리 아가씨는 이 날 Mnet 에서 신곡 ‘Black & White’로 첫 1위를 했다. 하루하루 더해진 근성의 ‘조금만 더!’로.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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