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리>, 살인사건보다 미스터리한 러브라인
, 살인사건보다 미스터리한 러브라인" /> 16회 tvN 금 밤 10시
허허벌판 생초리의 겨울도 어느덧 막바지다. 새 봄을 앞둔 환절기처럼 생초리 사람들 역시 딜레마의 계절을 통과 중이다. 숫자 감각이 돌아온 민성(하석진)은 일생일대의 출세 길 앞에서 알게 모르게 정이 든 생초리 직원들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그런 움직임을 눈치 챈 직원들은 또 다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에 휩싸인다. 더 오리무중인 것은 러브라인이다. 은주(이영은)에게 ‘신경 쓰인다’ 고백했던 민성은 복순(배그린)의 결혼 재촉에 자꾸만 심란해지고, 고백이 진심이라는 민성에게 은주는 ‘사적인 감정은 없다’며 마음을 숨긴다. 그녀를 사랑하는 지민(김동윤)은 민성에게 더 이상 은주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미묘한 기류를 눈치 챈 복순은 은주에게 자꾸만 유치한 시비를 건다. 의 러브라인이 흥미로운 것은 분명 그 멜로의 주축 인물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얽힌 주변 캐릭터들의 소소할 수 있는 감정 역시 소홀히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을 맴돌 뿐이지만 민성의 결혼 소식 앞에서 순간 말이 없어지는 나영(남보라)의 쓸쓸한 표정을 놓치지 않는 것처럼. 러브라인에 가담하는 모든 인물들의 심리에 개연성을 부여하면서 우연과 오해의 순간들 혹은 필연과 소통의 순간들이 빚어내는 감정의 서스펜스야말로 김병욱 사단 시트콤 멜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토록 자기중심적이고 안하무인이던 복순이 민성과 은주의 비밀을 알아채고도 따져 묻는 것이 아니라 서둘러 서울로 떠나며 끝내는 혼자 울음을 터트리는 어제의 마지막 신이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것도 그런 세밀한 공법 덕이다. 그리하여 무르익는 청춘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시청자들 역시 고민에 빠진다. 특정 커플을 응원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자꾸만 ‘신경 쓰이는’ 이 딜레마. 이 러브라인의 향방은 어찌될까. 이것이야말로 김도상 살인사건의 범인보다 더한 미스터리 아닌가.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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