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런닝X맨’ 혹은 ‘용두사미’
‘런닝맨’, ‘런닝X맨’ 혹은 ‘용두사미’
‘런닝맨’ 일 SBS 오후 5시 20분
‘스파르타국스’라든가 ‘적극중기’, ‘유르스 윌리스’처럼 별명을 붙이기 좋아하는 ‘런닝맨’의 방식대로, ‘런닝맨’에 별명을 붙여보면 어떨까. 출연자들이 게스트를 쫓는 초반의 추격 미션은 ‘나 잡아 봐라’ 정도가 될 것이고, 후에 이어지는 게임은 말 그대로 ‘런닝X맨’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 전체를 두고 본다면 적합한 별명은 ‘용두사미’다. 추격 미션의 방식이 굳어지면서 게스트들은 단순히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지원군들을 이용해 출연자들을 속이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고, 승리는 이를 가장 스펙터클하게 구현해냈다. 승리는 축지법이나 변신술로 표현될 만큼 다양하면서 재치 있는 방식으로 출연자들을 피해갔고, ‘런닝맨’은 그런 승리에게 ‘승길동’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추격 미션이 끝나고 나면 대결이 주는 긴장감은 곧바로 사라지고 만다. 중간에 삽입되는 소소한 잡기 위주의 게임은, 출연자들끼리 웃고 장난치며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는 있지만 그게 전부다. 무엇보다 게스트들은 이 지점에 오면 거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출연자들 속에 뒤섞여있다. 특히 출연자들이 모두 다 함께 벌칙 면제권을 두고 벌이는 원찬스 미션은, 앞서 했던 미션들의 성공과 실패 여부나, 벌칙 면제권을 아무 의미 없게 만들어버린다는 점에서 그 허무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런닝맨’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예고였다. 허무하게 원찬스를 내 주고 만 제작진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조금 어려운 미션”을 준비했고, 이는 출연자와 제작진 간의 본격적인 대결구도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이 새로운 도전은 후반부의 허무함을 조여 주는 고삐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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