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프린세스>, 공주님은 어디로 사라졌나
, 공주님은 어디로 사라졌나" /> 12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제목이 독이 된 걸까. 통통 튀고 억척스럽던 명랑 공주 설(김태희)이 갈수록 해영(송승헌)만의 공주가 되어가고 있다. 극 초반 의 가장 큰 약점은 설의 활약에 비해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해영 캐릭터였다. 하지만 막상 멜로가 본격화되면서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은 설의 매력이다. 어제 입궁 이래 최대의 위기 앞에서 눈물만 흘리고 “아무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는 해영의 말에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설은 윤주(박예진)의 비아냥대로 “비련의 공주” 그 자체였다. 비록 윤주 앞에서 호기롭게 “꼭 다시 돌아오겠다” 선언하며 출궁했지만, 위기의 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흑기사 해영의 안전망 안에 머물렀을 뿐이다. 카페에서 커피로 시비가 붙은 사람에게 “제가 지금 돈이 없어서…”라며 몇 번이나 고개 숙이던 설의 모습은 생활력 강하고 억척스럽던 초반의 캐릭터와 동일인물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지금 이 설 공주의 가장 큰 위기는 다름 아닌 8회 정우(류수영)의 지적처럼, 그녀가 여전히 “박해영에게 흔들리고 오윤주에게 휘둘리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12회에 이르도록 설은 자신이 진짜 공주라는 사실 하나도 혼자 힘으로 증명해내지 못한다. 해영에게 “정말 내가 공주란 걸 믿어요?”라고 질문할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조차 없는 공주가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 스토리는 클라이맥스를 향해감에도 불구하고 가 좀처럼 몰입지수를 높이지 못하는 이유는 극의 중심이 되어야 할 타이틀 롤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마지막 장면에서 설은 드디어 해영 부친에 대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실마리 하나를 손에 쥐었다. 과연 설은 우리 모두의 공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아니면 “공주 말고 내 여자”하라던 해영의 말에 순응한 채로 머물게 될까.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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