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 도사’, 공든 섭외가 아깝다
‘무릎 팍 도사’, 공든 섭외가 아깝다
‘무릎 팍 도사’ 수 MBC 오후 11시 5분
‘무릎 팍 도사’는 작가 공지영을 “오랜만에 만나는 무릎 팍 정신에 걸맞은 의뢰인”이라고 소개했다. 공지영은 이에 부응하듯, “살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데, 그게 진짜 행복인지 모르겠다”는 의미심장한 궁금증을 가지고 ‘무릎 팍 도사’를 찾아왔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은 지금까지는 불행했음을 의미하는 것일 터,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작가의 극적인 인생과 비연예인 게스트와 만날 때 더 좋은 토크를 들려주는 ‘무릎 팍 도사’의 궁합은 딱 맞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무릎 팍 도사’는 공지영의 자전적 소설 몇 장만큼의 이야기도 토크에 담아내지 못했다. 공지영은 자신의 외모와 책의 판매량을 연관시키는 말들에 대해 “당시에는 정말 예뻤기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말하는 솔직함을 가진 작가였지만, ‘무릎 팍 도사’는 그녀가 사전 인터뷰하듯 정리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을 그냥 듣고만 있었다. 강호동이 인용한 ‘소설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거고 행복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라는 명언이 성립 되고 공지영의 궁금증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공지영의 소설이 왜 그녀에게 필요했는지, 지금 공지영이 행복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물었어야 했다. 물론 이혼을 비롯해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게스트에게 있어 고통일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끌어낼 이유가 없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녀가 받은 고통의 원인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면, 적어도 그 고통이 삶에 미쳤던 영향과 변화에 대해서는 이야기했어야 한다. ‘무릎 팍 도사’가 토크쇼로서 가치 있는 것은, 게스트와 일 대 일로 만나 게스트 자신을 이야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릎 팍 도사’가 자신의 역할을 잃어버리자, 시청자들은 공지영의 소설이 왜 독자들을 위로한다는 평가를 받는지, 소설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공지영은 어떤 사람인지 그녀의 육성을 통해 듣게 될 기회를 잃고 말았다. 3년을 두고 쌓은 섭외의 공든 탑이 아깝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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