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인은 천재와 다르다. 탁월한 신체 능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달인의 경지를 연 건 결국 그의 노력과 근성이다. 공중파 개그맨 공채 시험에 수도 없이 떨어지며 7전 8기를 이루고, 과거 ‘무림남녀’부터 ‘달인’, KBS 에 이르기까지 몸을 아끼지 않는 과격한 슬랩스틱을 시도했던 그의 과거사는 달인 김병만이라는 캐릭터 안에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다음은 키는 작지만 거인의 존재감을 가지게 된 이 남자가 평소 즐겨 부르는 노래들이다. 역시, 대부분 사나이의 정서가 느껴지는 곡들이다.

“애창곡 중 하나예요. 부르는 것도 듣는 것도 좋아하는 곡이죠”라며 김병만이 꼽은 첫 번째 곡은 얀의 ‘자서전’이다. ‘나는 나만의 인생을 사는 거니까’ 라는 가사에 하고 싶은 모든 말이 응축되어 있는 이 곡은 과거 봄여름가을겨울의 ‘아웃사이더’나 김기하의 ‘나만의 방식’ 같은 노래처럼 자유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을 담고 있다. 그래서 유독 남자 팬이 많은 가수로 꼽히기도 한다. ‘자서전’의 뮤직비디오를 봐도 그 특유의 정서를 잘 알 수 있는데 영화 의 영상을 편집해 만든 뮤직비디오는 마치 원래부터 OST로 준비한 것처럼 영화와 곡의 느낌이 완벽하게 어울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자서전’은 의 OST가 아니다.

김병만은 유독 박상민의 노래들에 대해 “영혼을 울리는 곡”이라는 표현과 함께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 중 그가 가장 첫 손가락으로 꼽은 박상민의 곡은 역시 ‘하나의 사랑’이다.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불러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던 곡으로 박상민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멀어져간 사람아’부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시작한 박상민 식 록발라드는 이 곡에서 하나의 일관된 정서와 색깔을 완성한다. 말하자면 그의 곡에서 계속해서 드러나는, 이별을 아쉬워하되 상대방을 미워하지 않는 성숙한 남자의 정서가 담긴 곡이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노래의 맛을 살리려면 어렵지만 음역대 자체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도 많은 남자들이 이 곡을 사랑하는 이유다.

김병만은 추천 곡 다섯 개를 모두 박상민의 곡으로 채우고 싶어 할 정도로 강한 애정을 보였다. 평소에 노래를 즐겨 듣지는 않아도 몇몇 곡에 대한 애착을 느낀다는 그가 박상민의 곡을 유독 좋아하고 노래방에서도 즐겨 부르는 것이 꼭 “상민이 형이랑 친해서”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하나의 사랑’과 함께 추천한 이 곡 ‘울지마요’를 보면 박상민의 곡만큼이나 일관된 김병만의 정서적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울지마요’ 역시 ‘미안해요 아프게 해서 사랑한단 말 안 할게요’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사랑하지만 구속하지 않는 순정은 투박하되 마음을 울리는 지점이 있다.

김병만과 조문근의 ‘너라는 걸’의 인연은 각별한 편이다. 그는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 한 여자를 짝사랑하는 호텔 직원 역할로 등장하는데 그 수줍지만 순수한 모습은 앞서 추천한 박상민의 곡이나 ‘너라는 걸’의 가사와 분위기 모두를 관통하는 정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Mnet 에서 증명한 것처럼 조문근의 보컬은 흥에 겨워 리듬을 자유롭게 넘나들 때 가장 강한 개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너라는 걸’은 젬베 없이 조금은 절제된 분위기 안에서도 조문근이 얼마든지 자신만의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의 목소리는 박상민의 그것처럼 애절하진 않지만 ‘지금 다시 이 길을 지날 때’ 같은 부분에서 보여주는 가성은 감미로운 동시에 절실하다.

우리나라 남자치고 친구들과 듀엣으로 캔의 ‘내 생에 봄날은’ 한 번 안 불러본 사람이 있을까. 꼭 SBS 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 내 세상처럼 누벼가며 두 주먹으로 또 하루를 겁 없이 살아간다’라는 가사에서 거친 삶을 몸으로 부딪치는 청춘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듣거나 부를 때 왠지 남자들을 울컥하게 만드는 건 그 안에 담긴 수컷의 로망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김병만의 추천곡 중 박상민과 조문근의 곡이 사나이의 투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고, 얀의 노래가 사나이의 거침없는 태도를 대변한다면 ‘비겁하다 욕하지마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내 상처를 끌어안은 그대가 곁에 있어 행복했다’고 외치는 ‘내 생에 봄날은’은 그 모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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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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