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고 또 뛰다 보면 역전할 수 있을까. SBS 의 ‘런닝맨’이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중이다. “반전의 서막”이라는 예고편을 내보낸 지 4주 만의 일로, 현재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까지 넘보고 있다. 이런 반전이 메인 코너인 추격전을 쇼의 맨 앞에 배치하고, 멤버들이 서로가 아니라 게스트를 쫓도록 게임의 룰을 손 본 뒤 일어났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런닝맨’이 드디어 프로그램을 정비하고 동시간 대 경쟁 프로그램인 KBS ‘남자의 자격’과 본격적인 대결을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 웃음보다는 서사 하지만 두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두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로 대표되는 오늘 날의 예능 코드를 상반된 방식으로 접근한다. ‘남자의 자격’은 배움’과 ‘과정’이라는 중심 키워드 자체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최근 죽음을 소재로 한 ‘암 검진’ 특집을 4회에 걸쳐서 방영하기로 결정하고, ‘고민상담’편을 통해 인생 후배들에게 삶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웃음기를 최대한 지우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연출을 보여줬다. 소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는 있지만, 재미의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는 이런 지적에 대해 “편집을 하면서도 웃음과 서사 중 후자에 무게 중심을 싣게 된다. 웃음과 리얼리티가 양립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은 멤버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공감하는 것을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도 부담 없이 웃기는 예능을 좋아하지만, 각 아이템에 따라 강약조절을 신경 쓰고 있는 중이다. 암 검진 특집도 4회를 다 보고 나면 왜 이 주제를 이렇게 길게 다뤘어야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런닝맨’, ‘리얼’보다는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이 ‘리얼’을 추구한다면 ‘런닝맨’은 ‘버라이어티’를 향해 달린다. 유재석과 멤버들이 게임을 하면서 빚어내는 캐릭터 쇼에 집중하는 ‘런닝맨’에는 아직 서사의 힘으로 시청자를 몰아붙이는 ‘리얼’의 요소가 부족하다. 매 회 누군가 벌칙을 받는 것으로 그 회의 에피소드를 마무리 짓는 게임쇼의 특성 상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이야기의 힘은 떨어진다.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가 웃음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힘으로 보다 폭넓은 대중을 끌어들이는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의 시청률 상승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런닝맨’의 조효진 PD는 “리얼리티를 완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게임쇼라는 애초의 방향을 수정할 생각은 없다. 기획 단계부터 유재석과 리얼 버라이어티 위주인 주말 예능에서 뭔가 다른 그림을 보여주자는 목표를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조 PD는 “몸이 아닌 머리를 쓰도록 만드는 게임이나, 멤버들 간의 세력 다툼 같은 요소를 넣는 것으로 ‘리얼’의 요소를 보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방영분에서 유재석과 김종국을 리더로 두고 멤버들에게 선호하는 팀을 선택하라고 한 것 또한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
공교롭게도 ‘남자의 자격’과 ‘런닝맨’ 모두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포맷을 흐리는 대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쇼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런닝맨’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경규와 유재석의 대결’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박빙의 시청률 싸움을 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선 각각 ‘리얼’과 ‘버라이어티’의 극단에 서 있는 포맷의 대결이 두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를 더 중요한 요소일지 모른다. 반등의 포인트를 놓고, 이미 대결은 시작됐다.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이지혜 seven@
‘남자의 자격’, 웃음보다는 서사 하지만 두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두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로 대표되는 오늘 날의 예능 코드를 상반된 방식으로 접근한다. ‘남자의 자격’은 배움’과 ‘과정’이라는 중심 키워드 자체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최근 죽음을 소재로 한 ‘암 검진’ 특집을 4회에 걸쳐서 방영하기로 결정하고, ‘고민상담’편을 통해 인생 후배들에게 삶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웃음기를 최대한 지우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연출을 보여줬다. 소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는 있지만, 재미의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는 이런 지적에 대해 “편집을 하면서도 웃음과 서사 중 후자에 무게 중심을 싣게 된다. 웃음과 리얼리티가 양립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은 멤버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공감하는 것을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도 부담 없이 웃기는 예능을 좋아하지만, 각 아이템에 따라 강약조절을 신경 쓰고 있는 중이다. 암 검진 특집도 4회를 다 보고 나면 왜 이 주제를 이렇게 길게 다뤘어야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런닝맨’, ‘리얼’보다는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이 ‘리얼’을 추구한다면 ‘런닝맨’은 ‘버라이어티’를 향해 달린다. 유재석과 멤버들이 게임을 하면서 빚어내는 캐릭터 쇼에 집중하는 ‘런닝맨’에는 아직 서사의 힘으로 시청자를 몰아붙이는 ‘리얼’의 요소가 부족하다. 매 회 누군가 벌칙을 받는 것으로 그 회의 에피소드를 마무리 짓는 게임쇼의 특성 상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이야기의 힘은 떨어진다.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가 웃음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힘으로 보다 폭넓은 대중을 끌어들이는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의 시청률 상승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런닝맨’의 조효진 PD는 “리얼리티를 완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게임쇼라는 애초의 방향을 수정할 생각은 없다. 기획 단계부터 유재석과 리얼 버라이어티 위주인 주말 예능에서 뭔가 다른 그림을 보여주자는 목표를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조 PD는 “몸이 아닌 머리를 쓰도록 만드는 게임이나, 멤버들 간의 세력 다툼 같은 요소를 넣는 것으로 ‘리얼’의 요소를 보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방영분에서 유재석과 김종국을 리더로 두고 멤버들에게 선호하는 팀을 선택하라고 한 것 또한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
공교롭게도 ‘남자의 자격’과 ‘런닝맨’ 모두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 포맷을 흐리는 대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쇼의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런닝맨’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경규와 유재석의 대결’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박빙의 시청률 싸움을 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선 각각 ‘리얼’과 ‘버라이어티’의 극단에 서 있는 포맷의 대결이 두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를 더 중요한 요소일지 모른다. 반등의 포인트를 놓고, 이미 대결은 시작됐다.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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