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 에서 빅뱅의 탑은 막내 승리의 얄미운 면을 직접 흉내까지 내며 폭로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전에 지드래곤은 SBS 에서 승리의 배신 여부를 물어보며 빅뱅 잠적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밝혔고, 승리는 자신과 양현석 사장과의 딜을 고백하며 그야말로 대박 토크를 만들어냈다. 승리의 입에서 다른 멤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거나, 다른 멤버들이 승리의 이야기를 하거나. 이처럼 빅뱅이라는 스타 아이돌의 사생활은 승리라는 통로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다. 그의 솔로 활동에 대한 이야기 역시 그 기반이 되는 빅뱅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승리의 색깔이라는 것은 어떤 걸까? 지드래곤이나 태양처럼 YG에서 어릴 때부터 성장해온 멤버들과는 또 다를 텐데.
승리 : 나 같은 경우는 좀 다양한데 일단 좀 팝적인 요소가 강하다. 태양 씨가 흑인 R&B, 대성 씨는 정통 발라드, 탑 씨는 힙합인데 더티 사운드, 지드래곤 씨의 경우에는 굉장히 다양한 범위의 음악을 좋아하는데 나는 백인 음악 쪽인 거 같다.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좋아하고, 엔싱크, 백스트리트 보이즈 같은 보이그룹도 좋아한다. 대신 내가 YG 소속 가수이니 대부분의 곡은 R&B 창법으로 불렀다. 만약 YG의 틀을 너무 벗어나서 불렀다면 많은 사람들이 외면했을 거다. 어쨌든 YG 소속 빅뱅의 승리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지드래곤 씨가 이 곡 니가 만든거냐고 묻더라” 특히 이번 앨범의 보컬은 ‘스트롱 베이비’ 때와 비교해 확실히 ‘생목’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창문을 열어’나 아이유와의 듀엣곡인 ‘I Know’에서.
승리 : 그래서 녹음할 때 아이유에게도 R&B 스타일을 요구했다. 평소 자신의 곡을 부를 때와는 다른, YG 특유의 느낌이 나야 하니까.
아이유에게는 조금 까다로운 환경일 수도 있는데 요즘 대세인 여가수를 어떻게 섭외하게 된 건가.
승리 : 거의 반 협박을 했다. (웃음) 3년 전부터 좀 알던 사이여서 ‘널 위해 달콤한 듀엣곡을 만들어 놨으니 녹음하라’고. 사실 그렇다고 해도 노래가 별로면 안 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친구가 노래를 들어보고 마음에 들어 하더라. 그래서 진행을 했고, 결과적으로도 잘 나왔다.
아이유와의 노래처럼 작곡과 프로듀싱뿐 아니라 노래에서의 협업들도 있는데 그런 것들은 어떻게 조율하고 맞춰나갔는지도 궁금하다. 특히 ‘창문을 열어’의 경우에는 지드래곤이 랩을 해줬는데.
승리 : ‘창문을 열어’의 경우 처음에는 싸이 형에게 피쳐링을 부탁하려고 했다. 곡 중간에 호흡하는 소리 같은 것도 넣으며 좀 섹시한 느낌을 내고 싶었고. 그런데 싸이 형이 하면 좀 19금 느낌이 날 거 같기도 한 거다. ‘내 방문을 열어, 들어와’ 이런 거. (웃음) 그런 상황인데 지드래곤이 GD & TOP 뮤직비디오를 찍고 나서 새벽 5시 쯤 녹초가 되어서 들어왔다. 그 때 양 사장님이 ‘그럼 지용이가 해, 얼마 안 걸리잖아’하고선 올라가셨다. 되게 피곤한 상황이었을 텐데 3시간 동안 해서 랩을 완성했다. 졸려서 그런 건지 (웃음) 랩이 몽환적이고 묘한 느낌이었다. 굉장히 잘 나왔다.
그래서 뭐라 해줬나.
승리 : 아, 형 역시 지드래곤이 괜히 지드래곤이 아니구나. (일동 웃음)
그랬더니 지드래곤은 뭐라던가.
승리 : ‘야, 형이야~!’라고… (웃음)
이렇게 본인의 색깔과 YG의 색깔을 섞어 앨범을 만들었는데 YG 내부에서는 어떤 반응을 얻었나.
승리 : 양 사장님께서 되게 놀랐다. 사실 그런 거 잘 표현 안 하시는데 노래 들어보더니 ‘이거 누가 만들었어.’ ‘승리가…’ ‘가사만?’ ‘멜로디도..’. ‘음… 음… 이거 비슷한 노래 없지?’ (웃음) 사실 나도 겁이 났다. 곡이 술술 나오니까 무의식적으로 다른 곡을 가져온 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비슷한 음악 찾아보는 어플리케이션으로 확인도 해보고. 지드래곤 씨도 많이 놀랐다. ‘이거 누가 만들었어.’ ‘저요.’ ‘이것도?’ ‘네.’ ‘이거는?’ ‘제가…’ ‘이건 잘 했는데… 너 아닌 거 같은데? 진짜 네가 했어?’ 이랬다.
어떤 곡에 대해 그런 반응을 얻었나.
승리 : ‘Magic’이란 곡을 듣고 이거 진짜 내가 한 거냐고 하더라. 태양 씨나 지드래곤 씨가 매일 듣는다. 그러면서 노래는 좋은데 내가 만들어서 조금 짜증난다고. (웃음) 그 의도를 아니까 나는 기분이 좋지.
그렇게 멤버들이 본인의 뭔가를 인정해 준 게 예전에도 있었나.
승리 : 거의 없었다. 멤버 형들이나 양 사장님은 나를 다룰 줄 안다. (웃음) 너무 인정해주고 띄워주면 선을 넘을 걸 아니까. 이번 활동 첫 방송 다음날 아침에 지드래곤 씨에게서 30줄짜리 문자가 왔다. 모니터를 해준 건데 여자친구에게라도 그렇게 긴 문자는 안 왔을 거다. (웃음) 표정은 어땠고 제스처는 어땠고 시선처리는 어땠으며 의상은 어떻고 걸음걸이는 어떠했다고 완전 세세하게 모니터링 해줬다. 나는 고맙고 행복했지. 그렇게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별로인 상태로 계속 갔을 거 아닌가. 사실 우리 회사 사람들이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냉정하다. 가수 보고 최고다, 짱이다, 이런 거 없이 별로면 별로라고 얘기해준다. 그리고 그들 말이 맞다.
“내가 붙임성은 국가대표” 그런 만큼 그런 모니터링에 대한 신뢰가 크겠다.
승리 : 대부분 다 받아들인다. 30줄 중에 5줄 정도는 빼고. 내 고집이 있으니까. 가령 키가 작아 보인다고 하는 건 내가 어떡할 수 없는 거 아닌가. 내가 원체 짧은데. 또 얼굴이 긴 편이라 화면으로 보면 더 작아 보이는 게 있다. 깔창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닌 거 같다.
그런 식의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보면 빅뱅이라는 그룹이 단순한 형, 동생과는 분명 다르다는 느낌이다.
승리 : 공과 사가 딱딱 구분되어 있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일적인 부분에서는 리더의 역할이 뚜렷하다. 네 명의 의견이 리더에게 가면 리더가 컨펌을 하는 체제다. 하지만 사적인 부분에서는 편하다. 사실 빅뱅만큼 인간적인 사람들이 없다. 매일 시트콤 같고. 탑, 지드래곤 씨와 나는 술도 자주 마시고, 대성, 태양 씨 같은 경우는 교회를 다니니까 같이 성경 공부도 하고 그런다. 그런데 일을 할 때는 냉정한 거다. 가령 탑 씨 같은 경우 지드래곤이 만든 랩이 있어도 자신이 만든 랩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그걸 고집한다. 그러면 지드래곤 역시 그걸 존중해줘서 그 랩으로 시도해보고, 그런데도 지드래곤 랩이 더 좋으면 다시 그 스타일로 가고. 그렇기 때문에 빅뱅의 음악은 정말 우리 다섯 명이 정말 원하고 듣고 싶었던 음악인 거다.
그런 일적인 고집과 존중이 곧 나올 빅뱅의 새 앨범에선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궁금하다. 한 사람이 키를 잡고 갈지, 아니면 다섯 명의 교집합을 강조할지.
승리 : 흰 도화지에 빨강, 파랑, 검정, 초록, 보라색을 칠했을 때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빅뱅이 그렇다. 뚜렷한 색깔 다섯 개가 있는데 그걸로 어떻게 그림을 그려도 멋있는 거.
신기한 게, 다섯 명의 개성이 너무 강하면 팀의 시너지가 안 날 수 있는데 빅뱅은 나온다.
승리 : 그걸 지드래곤 씨가 잘 융화시킨다. 가령 탑 씨의 경우 특이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튈 때가 있는데 그걸 지드래곤이 자제를 시켜주고, 나 같은 경우에는 다른 멤버들의 개성 때문에 죽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 나를 살려주려 하고. 지드래곤 씨가 가운데서 리더 역할을 잘 해준다.
그런 공적인 부분에서 지드래곤이 리더 역할을 한다면 빅뱅의 사적인 면을 전하는 건 오히려 막내인 당신 몫이다. 자전 에세이집에서도 밝힌 내용이지만 빅뱅 멤버들은 낯도 가리고 멤버끼리만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하는데, 당신은 좀 다른 거 같다.
승리 : 내가 붙임성은 국가대표다. 호기심이 많아서 그렇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말 한 번 걸어보고 싶고.
그런 입장에서 최근 SBS 에서 탑이 당신을 소재로 토크를 한 건 어땠나.
승리 : 토크 나쁘지 않았다. 우리 안에 승리 아카데미라고 있는데 탑 씨가 얼마 전 들어와 노력을 많이 했다. 얼마 전 지드래곤 씨도 언제쯤 강의 들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고.
그런 예능적인 캐릭터 대해 회사의 반응은 어떤가. 전에는 YG 콘서트에서 양현석의 ‘악마의 연기’를 부르고 ‘은주야, 사랑해’라고 외치기도 했는데.
승리 : 거기에 대해서는 ‘승리가, 진-짜 웃겨’ 이러셨다. 양 사장님이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하지만 또 되게 좋아하신다.
말하자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우선 과감하게 시도하는 타입이다.
승리 : 시도도 많이 하고, 아닌 건 빨리 포기하고. 비교를 하자면 대성 씨와 내 성격이 굉장히 반대다. 둘이서 뮤지컬 연습을 할 때였는데, 내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형, 이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일단 해보고 감독님이 별로라고 하면 안 하면 되잖아요’라고 하면 대성 씨는 ‘그래도 먼저 말씀 드리고 하는 게 예의 아닐까’라고 한다. 나는 시도를 거치고 거치며 야생마처럼 나아가는 스타일이다.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인터뷰, 글. 위근우 eight@
인터뷰. 최지은 fiv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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