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작곡, 프로듀서, 레코딩 디렉터. 첫 미니 앨범 < VVIP > 크레디트에 승리가 자신의 이름을 올린 분야들이다. 그의 첫 솔로 활동인 ‘스트롱 베이비’ 시절과 지금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이유다. 승리는 지드래곤이나 태양처럼, 어릴 때부터 수많은 음악적 세례를 받고 자란 ‘YG의 아이들’과는 다른 출발선에 있었고, 빅뱅 안에서는 다른 누군가 지정해주는 자리에 서야 했다. 그런 그에게 이번 솔로 앨범은 어떤 도전이었을까. 무대 위에서는 언제나 자신만만해 보이는 그에게, 자신의 노래를 만드느라 두려움을 느꼈던 경험에 대해 들어보았다.

오늘 사전 녹화(1월 29일 )를 할 때 팬들에게 ‘오셨어요!’ 이러면서 분위기를 잘 띄우더라.
승리 : 일단은 팬들이 많이 기다리는 입장이지 않나. 대여섯 시간씩 기다리는데 내 무대만 딱 하고 내려가면 섭섭할 거 같다. 나라도 섭섭하겠다. 물론 그분들은 내 무대를 보러 온 거지만, 동시에 방송에서는 보지 못하는 걸 보러 오는 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난도 치고 재밌는 것도 많이 해주려 하는 거다. ‘오늘 추웠죠? 다 같이 옹호해주세요! 파이팅해주세요!’ 이러고. 그러면 팬들은 승리와 자신들이 가깝다고 느끼게 된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쇼의 느낌을 원했다”
승리│“작사, 작곡에 뛰어든 이유는 자존심 때문” -1
승리│“작사, 작곡에 뛰어든 이유는 자존심 때문” -1
그것이 일종의 여유일 수 있는데 ‘스트롱 베이비’ 때와 비교해 자신이 만든 노래이기에 더 편한 게 있나.
승리 : 부르기 편하게 만든 부분이 있다. 가령 ‘스트롱 베이비’는 지드래곤 씨가 ‘불러봐’라고 해서 불러보고 안 되면 다시 바꾸고 그런 방식이었는데 이번 앨범 곡들은 내게 맞춰서 부르기 쉽다. 사실 그러지 않으면 집중이 잘 안 된다. 쉽고 편하게 부를 수 있어야 자기 노래 아닐까. ‘어쩌라고’는 좀 높지만. (웃음) 그러면서 머릿속에 퍼포먼스를 위해 할애할 공간이 많이 남는다. 그러다보니 좀 더 자주 변화를 줄 수 있고. 핸드폰도 한 달에 한 번씩 바뀌는 세상에 매주 같은 퍼포먼스를 하면 ‘뭐야, 재미없네’ 이럴 수 있다. 이 때 아주 조금만 변화를 줘도 사람들이 집중하기 때문에 매 무대마다 제스처와 안무를 조금씩 바꾸려 한다. 오늘 같은 경우에도 무대를 재밌게 만들어놨기에 공간을 더 활용했다. 원래는 가운데서 대기해서 같이 시작하는 거였는데 안무팀 형들과 얘기해서 형들은 이쪽에 서있고 내가 걸어와서 모여서 추자, 이렇게 즉석에서 바꿨다.

빅뱅이라는 팀 자체가 군무를 백퍼센트 딱딱 맞춰 하기보다는 무대 위에서 노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런 자유로운 배치가 가능할 것 같다.
승리 : 우리는 한정된 게 없다. 꼭 여기서 이 안무를 해야 하고, 이 제스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니까 아니다 싶으면 빼고, 그걸 다른 데 가져가서 하기도 한다. 그렇게 믹스해서 하는 게 하는 사람도 재밌고 보는 사람도 재밌고. 그리고 이렇게 하면 댄서들도 더 즐거워한다. 카메라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 분들도 ‘어떻게 바꾼다고? 이렇게 잡아?’ 이러면서 더 집중하게 되고.

그야말로 안무라기보다는 퍼포먼스인 건데, ‘VVIP’ 같은 경우에는 곡 자체가 그런 시각적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마피아가 있던 1930년대 미국의 쇼 같은 화려한 느낌?
승리 : 그런 쇼, 특히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쇼의 느낌이 들게 하려고 간주에 폭죽 터지는 소리도 넣었다. 노래의 내용 자체가 승리의 세계로 들어오면 VVIP로 만들어준다는 건데, 사람들이 노래를 들으며 실제로 그런 환상에 빠지는 기분이 들도록 변화를 많이 줬다. 화려하게 시작했다가 랩도 하고 노래도 하다가 뮤지컬처럼 바뀌고. 그런 이미지를 많이 담으려 노력했다.

특히 인트로의 착착 감기는 드럼 소리가 그런 공간감을 만들어줬다.
승리 :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Like I Love You’의 ‘짠 짜자잔’ 하는 기타 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런 느낌으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작곡가 형이 ‘딴딴딴 딴딴딴’ 하는 라인을 만들었고 그게 좋아서 그걸 살리려 했다. 그런데 전자음 대신 리얼 사운드로 가고 싶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귀를 지치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굉장히 유명한 해외 드러머의 드럼 라인 샘플을 따서 덧입힌 거다.

그런 라인을 입히고 사운드를 만드는 과정을 비롯해 이번 음반을 만든 과정이 전체적으로 궁금하다. 크레디트를 보면 거의 다 최필강, DEE.P, BIG TONE 등과 합동으로 작곡했다.
승리 : 만약 작곡 승리, 작사 승리만 있으면 그건 그냥 승리가 좋아하는 음악이다. 나 혼자 만족하는 음악 있지 않나. 나 혼자 만들고, 들으면서 아, 좋다, 이런 거.

“승리의 음악 색깔을 알려주고 싶었다”
승리│“작사, 작곡에 뛰어든 이유는 자존심 때문” -1
승리│“작사, 작곡에 뛰어든 이유는 자존심 때문” -1
그렇다 해도 동원된 인원이 상당히 많다.
승리 : 이렇게 많은 작곡가와 프로듀서와 함께 한 건 겁이 나서다. 나는 음악에 대해 잘 몰랐다. 가수 데뷔 하고 나서 음악이라는 걸 깊게 파고들고 진지하게 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전에는 모든 프로듀싱을 지드래곤 씨가 하니까 ‘와서 녹음해라, 네 파트는 여기다’ 하면 그 파트 녹음하고 끝, ‘안무 연습해라’ 해서 연습하면 끝, 그렇게 해서 무대 보여주고 인기를 얻으면 거기서 끝인 건줄 알았다. 그런데 솔로 앨범 준비하라고 하니 대체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전에는 다른 사람이 시키는 걸 하면 됐었는데.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일을 했다. 항상 세 명씩 함께 일을 하며 ‘이상한 거 없어요? 고칠까요?’ 계속 물어보고 답했다. 지식이 없으니까.

겁이 난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이번에 스스로 작사, 작곡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뭔가.
승리 : 나의 자존심. 처음에 양 사장님께서 생각한 건 디지털 싱글이었다. ‘어쩌라고’ 하나로. 그런데 이 곡의 느낌이 좋았는지 노래를 더 모아서 앨범을 만들어보자고 하셨다. 내게 노래를 만들라고 한 건 아니다. 그런데 테디 형에게 부탁하자니 평소에 친하게 굴지 않아서 선뜻 부탁할 용기가 안 났다. 갑자기 부탁하면 ‘이 자식, 필요하니까 와서 이런다’고 할까봐. (웃음) 솔로 앨범 나올 줄 알았으면 한 3년 전부터 잘했겠지. (일동 웃음) 또 쿠쉬 형에게 부탁하고 싶은데 형의 몸이 안 좋아서 부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지드래곤에게 부탁하자니 GD & TOP 활동 하느라 만날 새벽에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아, 큰일 났다. 내가 해야겠구나, 그렇게 발 벗고 스스로 하려 했는데 마침 새로 들어온 신입 프로듀서 형들과 너무 잘 맞았다.

잘 맞았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승리 : 모두 A형이었다. (일동 웃음) 프로듀서 형이 두 명이랑 최필강 씨, DEE.P 씨, 내가 있는데 너무 잘 맞는 거다. 그래서 ‘혈액형이 어떻게 되세요?’ ‘A형인데요?’ ‘이 형은?’ ‘A형이요.’ 이런 상황이었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해줬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니까 의견이 모이면서 곡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모든 곡이 나온 건 일주일도 안 된다. 하루에 세 곡 만든 적도 있다. ‘VVIP’, ‘White Love’, ‘Outro(In My World)’, 이렇게 세 곡.

기본적인 멜로디 라인에 머릿속에 준비되어 있던 건가.
승리 : 아니다. 그냥 반주 쳐주면 거기에 맞춰 한 번 불러보고, 오케이 그거 좋아, 붙여,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 작업을 하며 느낀 게 내가 왜 여태껏 음악을 안 했었나, 싶은 거다. 이번 앨범을 통해 내가 음악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더 강해지고. ‘스트롱 베이비’ 때 관심 받고 싶고 이름을 알리고 싶었다면 이번에는 승리의 음악 색깔이 어떤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인터뷰, 글. 위근우 eight@
인터뷰. 최지은 five@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