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명 중에 한두 명 정도 저희를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라는 자신들의 말대로, 인피니트는 아직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신인 아이돌 그룹이다. 지난해 첫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다시 돌아와’로 데뷔한 이들은 고군분투 끝에 아이돌 범람기를 무사히 버텨냈고, 최근 반 년 만에 드라마틱한 댄스곡 ‘BTD(BEFORE THE DAWN)’으로 돌아왔다. 대형 기획사의 지원도 수십만 팬덤도 없고 아직은 ‘대세’도 아니지만 데뷔 전 출연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Mnet <인피니트! 당신은 나의 오빠>에서처럼 옆집 오빠 같은 소박한 매력과 순수함으로 틈새시장을 점점 넓혀가고 있는 일곱 청년들을 만났다.
밤새고 인트로
인피니트의 동우, 호야, 성규, L, 우현, 성종, 성열. (왼쪽부터) |
성종 : 망했어요. 호야 형이 잘할 수 있었는데 예선 탈락했어요.
호야 : 제 옆에 계신 분이 넘어지면서 저도 같이 넘어지는 바람에.
성종 : 그래도 리액션이라도 잡혀야 되니까 남아서 계속 응원하다 왔어요.
녹화가 아침이 다 되어 끝났을 텐데 오늘 인터뷰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우현 : 연습요.
1집 방송 활동 이후 이번 컴백 전까지는 좀 휴식기가 있었나요?
인피니트 : 아니요!
호야 : 행사하고 연습하고 녹음하고 보컬 트레이닝 받았어요. 공백기가 아니었죠.
작년 크리스마스 땐 뭐했어요?
인피니트 : 연습요!
배수의 진 에볼루션
인피니트는 데뷔 전 출연한 <인피니트! 당신은 나의 오빠>에서처럼 옆집 오빠 같은 소박한 매력과 순수함으로 틈새시장을 점점 넓히고 있다. |
성규 : 이번 앨범 타이틀이 < Evolution >인데 ‘진화’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첫 번째 미니앨범에 비해 참여도가 높아요. 보컬도 좀 더 성숙해졌고 무대에서는 더욱 화려한 군무를 보실 수 있고 동우랑 호야는 직접 랩 메이킹을 했구요. ‘Can U Smile’이라는 곡 같은 경우는 원래 첫 번째 앨범에 실으려던 노래인데 좀 더 완성도 있게 다듬어서 새로 녹음을 했고 여섯 곡 모두 저희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좋은 곡들이에요. 무엇보다, 정말 꼭! 성공해야 되는 (인피니트 : 으하하하!) 앨범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앨범이 성공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인기를 얻고 싶다’는 것과는 좀 다를 것 같아요.
성규 : 사장님이 진지하게 그러셨어요. 이번 앨범 안 되면 다음 앨범 안 낸다고.
과연 사장님이 정말로 앨범을 안 내 주실까요? (웃음)
성규 : 에이, 또 그건 아닐 것 같지만. 하하. 그래도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야 다음 앨범이 나오고, 또 잘 되면 유닛 활동 같은 걸 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건 아니지만 우현이 같은 경우는 발라드 솔로 같은 걸 할 수도 있고 호야나 동우는 힙합을 좋아하니까 그 쪽으로 활동하는 길도 있을 거구요. 사실 회사에서 안 밀어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또 결과가 아쉬우면 저희도 용기가 안 생길 것 같아서 후회 없이 열심히 하려구요.
우현 : 저희 1집 때도 기대가 컸거든요. 결과가 그에 못 미쳤던 것 같아서 2집 준비하며 많이 보완했으니까 이번엔 기대를 좀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이번에 안 되면 정말 안 된다는 마음으로!
1집 때는 에픽하이의 미쓰라 씨가 랩 메이킹을 도와줬는데 그 사이 입대하셔서 이번 앨범은 직접 다 해야 했잖아요. 어땠어요?
동우 : 연습생 때부터 하긴 했지만 1집 때는 더 좋은 퀄리티를 위해 미쓰라 형이 도와주신 거거든요. 이번에 직접 다 해 보니 재미있었어요.
호야 : 경력이 많은 분들은 그냥 한 번 딱 쓰시면 오케이 하고 가시지만 저희는 대여섯 개 써 가면 하나 통과되고, 그렇게 하다가도 편곡이 바뀌면 다시 써야 하고. 많이 배웠어요.
인피니트의 음악은 트렌디 하면서도 90년대 팝 같은 느낌이 배어나는데 지금의 색깔도 좋지만 각자 하고 싶은 음악 스타일은 다를 것 같아요.
성규 : 전 사실 R&B나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장르와 그룹 음악이 항상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댄스 음악도 재미있어요.
전갈 변신, 봉인 해제!
우현 : 전갈 자세를 꼭 취해야 되고.
인피니트 : …
호야 : 처음에 성규 형한테 전갈춤을 가르쳐줬더니 ‘난 못 할 것 같아’ 그러더라구요.
성규 : 그 때 사장님이 옆에서 보시고 “이 춤은 성규 때문에 못하겠다” 그러시는 거예요! 와, 너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데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진짜 저 때문에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랬더니 호야가 할 수 있다고, 지금 하는 동작이 맞으니까 좀 더 자신 있게 일어나 보라고. 그렇게 계속 연습하니까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난 할 수 있다는 믿음,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호야 : 사실 동작을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데 느낌이 일어날 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표정도 여유롭게. 근데 전갈춤 하고 나서 봉인해제 되는 순간이 있어요. 바닥을 쓸고 나서 다들 프리스타일을 추는 순간이에요.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해요?
동우 : 아, 자유다.
성종 : 내 세계다~
성규 : 호야나 동우처럼 춤 잘 추는 친구들은 막 신나서 춤을 추는데, 저는 멀리 갔다가 제 자리가 어딘지 눈치 보면서 찾아오고, 바로 고음 애드리브를 해야 되기 때문에 애써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흠흠, 하면서 뒤로 가요.
동우 : 다 같은 무대에 있는데 다 다른 생각을. 흐흐흐.
신호등이 되리
성규 “전 사실 R&B나 흑인음악을 좋아해요” |
성종 : 전 원래 대표님이 ‘She`s back’ 끝나고 무조건 파란색으로 염색을 시키겠다고 하셨는데 이 색이 나온 걸 보고 이것도 괜찮다고 하셔서 그냥 이렇게.
동우 : 저는 원래 포도주 색이었는데, 다음엔 체리 색, 그 다음엔 토마토 색 나오고 나서 확실히 빨강색으로 했어요. 눈썹도 같이 탈색하고 색을 칠했는데, 할 때마다 바뀌었어요. 분홍색, 노란색, 빨강색, 연보라색 했다가 아이라인도 만날 파란색, 초록색 바꿔가면서.
성열 : 둘이서 ‘해와 노을’처럼 시작과 끝이 됐어요. 저도 염색 진짜 하고 싶어서 졸랐는데 전 안 어울린대요…
염색할 수 있다면 무슨 색을 하고 싶어요?
성열 : 진짜 특이하게 초록색요!
느와르가 뭐길래
성규 : 사장님이 새벽에 숙소에 오셔서 홍콩 영화를 보여주셨어요. <영웅본색>이랑 <천장지구> 같은 거. 사장님이 중학생 때 보시고 많은 감명을 받으셔서 언젠가 꼭 이 비슷한 걸 해 보겠다고 결심하셨다가 저희한테 시키신 것 같아요.
호야 :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랑 비슷한 장면 나오던데요. 오토바이 타고.
성열 :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이해가 안 갔던 게, “느와르 영화에선 주인공이 마지막에 꼭 죽고, 공중전화박스가 나오고, 담배를 피우니까 그걸 생각하면서 표정 연습을 해”. 아니, 저희더러 어떡하란 말씀인지…
동우 : 핸드폰 있는데 왜 굳이 공중전화를…
성규 : 심지어 어떤 영화에는 공중전화가 안 나오는 거에요. 흐흐흐. 그러다가 마지막에 딱 한 번 나오니까, 사장님이 “그렇지, 공중전화 나온다!” 하고. 심지어 어떤 영화는 느와르인데 주인공이 안 죽던데요?
그 영화들을 보고 나서 느낀 건 뭔가요?
인피니트 : 음…
성열 : 저런 남자가… 멋진 건가?
동우 : 느와르가 뭐길래. 우리가.
성규 : 오히려 요즘에 나온 <달콤한 인생> 같은 영화는 너무 재밌고 멋있는데 옛날 영화는 잘 모르겠어서…그래도 뭔가 씁쓸하고 비장한 기분 같은 건 느낀 것 같아요.
우현 : 그리고 새벽에 연습실 가서 표정 연습 했어요. 무대에 설 때 조금씩 떠올리긴 해요.
굳이 따지자면 누가 제일 멋있었던 것 같아요?
인피니트 : 유덕화!
하지메 마시데. 와따시노 성규 데스
일본 쇼케이스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우현 : 4월 예정인데, 해외 쇼케이스는 처음이라 굉장히 뜻 깊을 것 같아요. 게다가 호야 빼고는 다들 일본에 한 번도 안 가봤거든요.
L: 저 같은 경우엔 일본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어떤 환상이요?
L : 아니, 왜 저를 이상하게 보세요? 하하. 그냥, 공연 시스템 얘기를 들어보니까 카메라 리허설도 하루 전에 하고 음향시설도 좋다고 해서 좋은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본어를 좀 배워 둬야 할 텐데 준비가 됐나요?
우현 : 아마… 성규 형이 준비하고 있을 거예요.
성규 : 예전에 레슨을 좀 받았어요. 하지메 마시데. 와따시노 성규 데스.
하지만 이렇게 한 명에게 통역을 맡기면 나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할지 모른다는 단점이…
우현 : 저 정도는 저희도 해요.
성종 : 믿고 맡기겠습니다.
우현 : 하지메 마시데. 와따시노 우현데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7년 후, 19금 콘서트에서 객석으로 다이빙
동우 “랩 메이킹을 직접 다 해 보니 재미있었어요” |
L : 제가 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아직은 미흡하지만,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저만의 자작곡을 만들어서 불러드리겠습니다.
성규 : 한 7년 걸릴 걸로 예상합니다.
성종 : 저는 일단 자신 있는 노래 한 곡 하고, 간단하게 트로트 한 소절과 춤을 맛보기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하고 싶은 건 객석으로 몸을 던지는 거요! 팬들이 막 저를 옮겨주고.
우현 : 그러다 죽어요.
인피니트 : 으하하하하!
만약 성종 씨가 객석에 뛰어들었다가 위험에 처하면 어떡할 거예요?
성규 : 같이 뛰어들어야죠.
우현 : 이미 죽었는데요, 뭘.
성종 : (굴하지 않고) 전, 그것도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처럼 와이프, 아니 와이어 타고 멋지게 내려오는 거.
우현 : 뭐? 와이프? 마누라를?
성종 : 다리에 줄을 매달아서 거꾸로 슈~웅.
성열: 저는 성종이랑 같이 코믹댄스나 트로트를 해서 관객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
동우 : 으흐흐흐, 저는…
우현 : 리액션.
성종 : 동우 형은 VIP석 마련해서 우리가 하는 거 앉아서 보고.
동우 : 전 진짜, 그냥 같이 즐기는. 하하하.
우현 : 뭐, 보는 것만으로 일당백 하니까. 워낙 잘 웃으니까 패널로 나가도 방청객 100인분 리액션을 다 한다는 소문이 있어요.
성규 : 저는 피아노 치면서 R&B를 한 곡 부르고 싶고 밴드랑 같이 록 음악도 하고 싶어요.
호야 : 저는 방송에서 할 수 없는 특별한 무대, 콘서트에도 19금 공연이 있잖아요. 어셔 공연에서 하는 것 같은 끈적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어요.
인피니트 : 오오오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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