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효과 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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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가 아니라 홍백효과다. 연초가 되면 일본의 많은 언론들이 오리콘차트를 주목한다. 이미 정상을 찍고 내려 간 노래, 10위권 아래서 조용히 불리다 사라진 곡들이 갑작스레 차트를 치고 올라오기 때문이다. 보통 음반 발매일과 인기도로 결정되는 게 순위의 현실이다 보니 한 철 지난 곡들의 뒤늦은 선전은 연초의 뉴스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3월 미니앨범에 수록됐다 11월 싱글로 재발매된 우에무라 카나의 노래 ‘화장실의 신’이 1월 10일자 오리콘차트 1위를 차지했다. ‘화장실의 신’의 전주 성적은 15위다. 1월 17일 발표된 위클리차트에서도 ‘화장실의 신’은 1위 자리를 지켰다. 발매 한 달 이상이 지난 싱글이 1위를 차지한 건 2003년 모리야마 나오타로의 ‘사쿠라’ 이후 7년만이다.

< NHK 홍백가합전 >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일본
이런 효과 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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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의 신’의 갑작스런 선전은 < NHK 홍백가합전 > 덕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일본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둘러 앉아 < NHK 홍백가합전 >을 본다. 12월 31일 저녁 무려 네 시간 동안이나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가족끼리 저녁식사를 하고 수다를 떨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시청률도 매년 40%를 넘는다. 역대 최고 시청률은 1963년의 81.4%였다. 거의 모든 국민이 한 해를 < NHK 홍백가합전 >과 함께 마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 NHK 홍백가합전 >은 가수 입장에서 모든 연령대 시청자에게 곡을 어필하는 마지막 기회기도 하다. TV를 보다 귀를 쫑긋 세운 주부 혹은 아저씨가 다음날 음반 매장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보통 오리콘차트는 고정된 팬들의 음반구입으로 움직이지만, 새해 첫 주는 시청자들에 의해 결정된다.

‘홍백 효과’는 거의 매해 빠짐없이 차트에서 보인다. 우에무라 카나의 ‘화장실의 여신’처럼 홍백 덕에 처음으로 오리콘차트 1위에 오른 곡은 지금까지 모두 다섯 곡이다. 2007년엔 아키카와 마사후미의 ‘천의 바람이 되어’가 1위에 올랐고, 2009년엔 아키모토 준코의 엔카 ‘사랑 그대로’가 행운의 1위를 가져갔다. 올해는 우에무라 카나 외에도 AKB48가 홍백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AKB48는 ‘헤비 로테이션’을 비롯 무려 네 곡이 10위권 안에 다시 진입했다. 3위를 차지한 ‘헤비 로테이션’은 8월에 발매된 싱글이고, 5위의 ‘Beginner’는 10월에 발표된 곡이다. 그리고 올해 ‘화장실의 신’은 차트 밖에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에무라 카나가 자신의 경험을 가사로 쓴 이 노래는 ‘울리는 곡’이라 불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1월 5일 TBS에선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노래가 가진 힘이 뒤늦게 빛을 보는 거겠지만, 9분52초나 되는 긴 곡을 편집 없이 방송한 < NHK 홍백가합전 >의 공도 무시할 순 없다. 새해 첫 주 일본의 ‘홍백 효과’는 음반시장을 들썩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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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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