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자를 위해 크리스마스 날 야경이 보이는 멋진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백화점에서 산 목도리와 장갑까지 선물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에게 서운하다. 어쩜 백화점 점원이 포장한 그대로 선물할 수 있는지, 편지 한 장 없이 달랑 선물만 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민경이, 뭐부터 할까?”라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굳은 표정으로 “음… 집에 갈래”라고 대답한다. “또 시작이다, 또! 도대체 왜!!” 남자는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듯 소리를 꽥꽥 지른다. 이 때, 어깨에는 에메랄드 색 숄을 걸치고 입가에는 인자한 미소를 띤 남성교육학박사 이희경 교수가 남자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온다. “이 노-옴, 성광이 못된 짓 뚜-욱!”
성광 씨 잡는 육아전문가, 100% 싱크로율의 권사님 ‘남성개조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단 KBS ‘우리 성광 씨가 달라졌어요’는 여자의 미묘한 심리를 눈치 채지 못하는 남자를 개선시키는 코너다. 남자가 뭔가를 잘못할 때마다 등장해서는 그를 강제로 앉혀 대화를 시도하는 이희경 교수는 데뷔 1년차 신인 개그우먼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한 코너의 메인 캐릭터를 도맡은 것도 모자라, SBS 의 육아전문가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캐릭터 소화능력까지 갖췄다. 단순히 “너 나 힘으로 못 이긴다”와 같은 말투나 제스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 분처럼 웨이브 파마를 했는데, 감독님이 소름끼치게 닮았다고 하셔서 머리를 묶었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외형에서 풍기는 분위기마저 똑 닮았다. ‘슈퍼스타KBS’에서 모든 대중가요를 찬송가 버전으로 불렀던 ‘권사님’ 캐릭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40대 여성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는 말, 스물여덟 ‘아가씨’에겐 어떨까. “선배님들이 ‘너는 살을 빼도 아줌마 체형’이라고 놀리시는데, 예쁘다는 말보다 웃기는 몸을 갖고 있다는 말이 더 듣기 좋아요.” 개그우먼의 피가 흐르는 그에겐 신체적인 콤플렉스조차 하늘이 주신 축복이다.
“방송활동과 사회 환원을 병행하시는 김미화 선배님이 롤 모델” 하지만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꿈은 개그우먼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순대국밥과 꼼장어 집을 운영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결심했던 그는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며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졸업을 1년 앞둔 어느 날, 눈앞에 갈림길이 펼쳐졌다.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탐색을 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과연 사회복지단체에서 일할 자질이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남을 도울 수 있는 직업 중에서 내가 가장 행복하게 잘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결론은 개그우먼이었어요.” 스스로 “일반인보다 조금 더 웃긴 학생이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얌전한 친구들을 불러 모아 “너에게 쏟아지는 박수갈채를 느껴보라”며 소방차 춤을 가르쳐주던 고등학교 시절, 신입생들에게 “잔디밭에 앉아 자장면과 고량주를 먹는 캠퍼스 낭만”을 알려준 “오락부장 같았던 과대표 시절”까지, 개그계로 향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떤 개그우먼이 될까’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고민했던 시간들은 오히려 훨씬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남들 다 취업할 때 정기적인 수입 없이 어머니께 손 벌리던” 대학로 공연을 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았고, 입성 후 “자신감이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당장의 목표 대신 인생의 뚜렷한 지향점을 정해놓은 그가 선배 강유미의 디테일한 연기력을 본받고 싶어하면서도 최종 롤 모델이 “방송활동과 사회 환원을 병행하시는 김미화 선배님”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전혀 놀랍지 않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진리를 일찌감치 깨우친 이 20대 아가씨는 마음만큼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은 40대 여자다. 그만큼 진국이라는 소리다.
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성광 씨 잡는 육아전문가, 100% 싱크로율의 권사님 ‘남성개조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단 KBS ‘우리 성광 씨가 달라졌어요’는 여자의 미묘한 심리를 눈치 채지 못하는 남자를 개선시키는 코너다. 남자가 뭔가를 잘못할 때마다 등장해서는 그를 강제로 앉혀 대화를 시도하는 이희경 교수는 데뷔 1년차 신인 개그우먼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한 코너의 메인 캐릭터를 도맡은 것도 모자라, SBS 의 육아전문가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캐릭터 소화능력까지 갖췄다. 단순히 “너 나 힘으로 못 이긴다”와 같은 말투나 제스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 분처럼 웨이브 파마를 했는데, 감독님이 소름끼치게 닮았다고 하셔서 머리를 묶었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외형에서 풍기는 분위기마저 똑 닮았다. ‘슈퍼스타KBS’에서 모든 대중가요를 찬송가 버전으로 불렀던 ‘권사님’ 캐릭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40대 여성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는 말, 스물여덟 ‘아가씨’에겐 어떨까. “선배님들이 ‘너는 살을 빼도 아줌마 체형’이라고 놀리시는데, 예쁘다는 말보다 웃기는 몸을 갖고 있다는 말이 더 듣기 좋아요.” 개그우먼의 피가 흐르는 그에겐 신체적인 콤플렉스조차 하늘이 주신 축복이다.
“방송활동과 사회 환원을 병행하시는 김미화 선배님이 롤 모델” 하지만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꿈은 개그우먼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순대국밥과 꼼장어 집을 운영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결심했던 그는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며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졸업을 1년 앞둔 어느 날, 눈앞에 갈림길이 펼쳐졌다.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탐색을 해보고 싶었어요. 내가 과연 사회복지단체에서 일할 자질이 있을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남을 도울 수 있는 직업 중에서 내가 가장 행복하게 잘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결론은 개그우먼이었어요.” 스스로 “일반인보다 조금 더 웃긴 학생이었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얌전한 친구들을 불러 모아 “너에게 쏟아지는 박수갈채를 느껴보라”며 소방차 춤을 가르쳐주던 고등학교 시절, 신입생들에게 “잔디밭에 앉아 자장면과 고량주를 먹는 캠퍼스 낭만”을 알려준 “오락부장 같았던 과대표 시절”까지, 개그계로 향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떤 개그우먼이 될까’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고민했던 시간들은 오히려 훨씬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남들 다 취업할 때 정기적인 수입 없이 어머니께 손 벌리던” 대학로 공연을 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았고, 입성 후 “자신감이 바닥까지 추락”했을 때도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당장의 목표 대신 인생의 뚜렷한 지향점을 정해놓은 그가 선배 강유미의 디테일한 연기력을 본받고 싶어하면서도 최종 롤 모델이 “방송활동과 사회 환원을 병행하시는 김미화 선배님”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전혀 놀랍지 않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진리를 일찌감치 깨우친 이 20대 아가씨는 마음만큼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은 40대 여자다. 그만큼 진국이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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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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