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 “저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 박신양, SBS 에서

연기를 위해 러시아로 갔다. 연기를 위해 사람들과 대립하기도 했다. 연기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연기를 대중에게 입증할 수 있을까.
박신양
박신양
유리 미하일로비치 알사로프: 박신양이 러시아에서 연극 학교 슈킨 대학을 다닐 당시 그를 가르친 교수. 박신양은 동국대학교에서 연기를 배우다 방송사 공채를 봤지만 떨어졌고, 함께 대학원에 가기로 했던 친구들이 입학을 하지 못하자 당시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던 러시아로 유학한다. “붕괴된 가치관 속에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고. 하지만 러시아의 배우들은 사상이 아니라 “사람답게 열심히 멋지게” 사는 것을 고민했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박신양은 3년 동안 러시아의 4대 연극학교인 셰프킨과 슈킨 대학에서 연기를 배웠다. 슈킨 대학에서는 그가 학비가 모자라 귀국할 상황이 되자 동기들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유리 미하일로비치 알사로프가 그를 배려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슈킨 대학에서 리듬과 몸만으로 연기하는 법을 배웠고, 연기자를 훈련시키는 시스템을 익힌다. 러시아에서의 경험은 국내에서 박신양이 동작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연기자의 체계적인 훈련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을 듯.

양윤호: 영화감독. 박신양의 대학 동기이자 영화 를 연출했다. 는 박상륭의 소설 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박신양이 “누가, 언제, 어떻게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해 하던 작품. 박신양은 이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를 통해 내적 고민을 거듭하다 금기를 깨는 수도승을 연기했다. 그는 빗속에서 전라가 되고, 수도승이면서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수도승의 모습을 강렬하게 연기했고, 다음 작품인 에서도 파격적인 연기로 관심을 모았다. 두 작품 모두 큰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박신양의 가능성은 인정받았다. 박신양은 MBC 를 거쳐 심은하와 MBC 의 주연으로 출연하며 금새 주연급 배우로 도약한다.

故 최진실 :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박신양의 영화 데뷔작은 최진실 주연의 으로, 당시 조감독이던 양윤호의 부탁으로 단역으로 출연했다. 박신양은 에서의 극단적인 모습과 달리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한밤중에 연인에게 달려가고, 결혼 뒤 아내의 발을 씻어주는 로맨틱한 모습으로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의 클라이맥스는 시한부 생명인 주인공이 마지막에 죽어가며 남기는 비디오 편지였다. 박신양은 이 장면을 10여 분간 NG없이 그대로 연기했고, 기존의 로맨스 영화 주인공들보다 훨씬 격렬하고 처절하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가 조폭의 액션과 부드러운 멜로를 함께 섞은 에 출연하고, SBS 에서 ‘터프가이 CEO’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이유. 그는 촬영 당시 멀리 떨어진 최진실에게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서 너무 열심히 소리를 질러 목에서 피가 나기도 했었다.

정진영: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친한 배우들이 별로 없다는 박신양은 정진영을 막역한 사이로 꼽기도 했다. 이 조폭과 멜로드라마를 섞었다면 는 조폭과 불교를 섞었다. 실제로 박신양은 동국대학교 재학 시절 종종 학교에 있는 절에 들러 정신을 가다듬기도 했고, 무량(無量)이라는 법명도 받았다. 자신이 공부하던 절에서 기르던 개의 이름으로, 크게 짖지는 않지만 자기 자리를 꿋꿋이 지키는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고. 또한 그는 4살 때부터 아이스하키를 했고, 태권도 유단자이며, 춤도 잘 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각하는 액션연기’가 가능한 인물인 셈. 박신양은 심각한 느와르였던 와 조폭과 불교와 코미디를 섞은 로 연기 폭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영화계에 안착했다.

김은숙: 의 작가. 박신양은 “애기야 가자”를 연기할 때 닭살이었다지만 그 장면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별 볼 일 없고 재미없고 평범하고 한 마디로 지루따분한 사람”이라던 그는 일본에서도 팬미팅을 여는 톱스타가 됐다. 연기를 위해 실제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 몇 달씩 관찰하기도 했던 역시 비평과 흥행 모두 성공하며 그의 위치는 더욱 탄탄해졌다. 그러나 “돌쇠 스타일이라 ‘애기야 가자’란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스스로 납득이 안 되는” 성격에 현실적인 재벌 2세를 위해 작가들에게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 달라”고 부탁하던 그는 모든 것이 상상이라는 결말에 “온통 판타지를 위해 내가 그렇게 열심히 했느냐”며 반발했다. 김은숙 작가는 종방연에서 “연기력이 너무 뛰어나 자신이 돋보이지 않아도 될, 전체적으로는 조연이 보여야 될 장면에서조차 혼자 튀어 보인다”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연기 자체에 몰입하며 리얼리티를 중시하던 배우가 인기 트렌디 드라마의 세계에 들어오며 생긴 일.

장태유: 박신양이 출연한 SBS , 의 연출자. 박신양은 이 작품들에서 출연 당시 리허설을 대신해주는 액팅 디렉터를 기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신양은 오래전부터 액팅 디렉터를 기용했고, 장태유 감독은 박신양에 대해 “(감독은) 연기자가 배역을 해석하고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고, 액팅 디렉터의 장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박신양은 “맡은 배역에 대해 스스로 설명할 수 없으면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할 만큼 진정성을 중요시한다. 상업적 위치는 스타지만, 정체성은 외곬로 연기만 파고드는 배우에 가깝다. 톱스타가 아닌 배우의 위치에만 있었다면 그의 연기관은 개성으로 인정받았을지도 모른다. 에서도 그는 빚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모습을 격렬하게 표현해 드라마의 초반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그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보든, 그가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운 극단적인 연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이김 프로덕션: 제작사. 이 인기를 얻자 번외편을 제작했고, 박신양에게 번외편 4회에 대해 회당 1억 5천 500만원의 출연료를 주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출연료가 대부분 지급되지 않아 박신양이 이를 고소했고, 이김 프로덕션은 “방송사와 연장 방영 협의가 끝난 점을 이용해 무리하게 고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신양은 승소했지만 드라마제작사협회는 박신양이 무리한 출연료를 요구했다며 협회 소속 제작사 출연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신양은 “후배들에게 열심히 해라. 그래도 돈은 못 벌 거다”라고 말하는 상황을 만들 수 없다고 하고, 현재 한국이 “엔터테인먼트와 셀러브리티 산업만 존재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배우면서도 영화를 ‘만든다’고 표현하고, “여기저기 얼굴 비추는 일”을 못하며, “억지로 웃는 건 성격상 안 된다”고 하는 그는 그 성격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해서 최선의 효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의 방법대로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고, 배우가 영화를 ‘만드는’ 주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배우론’이 연기를 하는 한 가지 방식이라는 건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김아중: 박신양과 에 출연하는 배우. 박신양이 연기하는 윤지훈은 최근 박신양에게 생긴 이미지와 닮은 부분이 있다. 자기 분야를 파고드는 외곬에 자기주장을 절대로 굽히지 않고, 이 때문에 논란의 주인공이 된다. 은 현재의 박신양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배역이고, 그가 보여주는 격렬한 연기는 을 장악하는 어떤 분위기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박신양은 영화에서 시한부 인생부터 쿨한 사기꾼까지 폭 넓은 연기를 해낸 배우였다. 반면 최근 그의 연기는 캐릭터와 별개로 때론 극단적일 만큼 격렬한 느낌을 담곤 한다. 에서 상대방과 설전을 벌이는 윤지훈의 톤과 말투, 눈빛은 부터 까지 그가 보여준 어떤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는 홀로 자신의 연기를 만들어나가며 얻은 결과인 동시에 그가 벗어나야할 틀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연기와 자신의 생활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배우와 스타 모두가 된 남자. 그는 윤지훈처럼 다시 자신의 생각을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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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과 에 출연한 김혜수와 MBC 에 출연한 배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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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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