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소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기에
, 소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기에" /> ‘구제역 확산, 예고된 재앙이었나’ 화 KBS2 밤 11시 5분
소가 문제다. 하지만 해법은 달랐다. KBS 은 클로징 멘트로 대부분의 농장 입구에 방역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현실을 지적하며 농가의 자체적인 바이러스 유입 방지를 이야기했고, 같은 시간 방영한 SBS 은 정부 차원의 대응책 강구를 강조하며 끝났다. 어디서 차이가 온 걸까. 사실 이라고 정부의 안일한 초동 대응에 비판을 안 한 건 아니다. 방역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고, 현장에서 사용하는 항체 검사 키트는 첫 2주 간은 발병 여부를 가리는 게 불가능한 제품이었다. 최초로 의심 신고를 한 농장에서 제대로 된 검사가 이뤄졌다면 6일 먼저 대응할 수 있었을 테고, 6일이면 전국으로 병이 퍼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이렇게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의 정부 차원의 대응책 강구도, 의 농가 차원의 예방 대책도 모두 필요한 해법이다. 하지만 치료 방법이 없어 예방만이 해답인 구제역의 특성 상, 정부를 비판하며 그들이 하루 빨리 대책을 내놓기만 기다릴 순 없다. 급속도로 발병 지역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 농가의 자력 구제보다 더 뾰족한 대응책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행여나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입될까 봐 명절에 자녀들 고향 방문도 말려가며 자진해서 방역선 안의 고립을 선택하고, 백신이 돌아 올 차례를 기다리다 지쳐 자비로 약국에서 약을 사서 소들에게 주사하는 축산 농민들의 마음을 제작진이 몰라서 농민들에게 짐을 넘기진 않았을 것이다. 자력 구제를 해법이라고 내놓아야 할 만큼 처참한 현실이 불러 온 비극이다. 소를 잃은 슬픔만 위로하기엔 고쳐야 할 외양간이 너무 많다.

글. 이승한 four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