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은 어떻게 <싸인>을 만들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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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은 소위 ‘영화 같은 드라마’다. 국내 공중파 최초로 법의학이라는 분야를 다루는 이 드라마는 기존 의학 드라마 속 의사의 클리셰를 걷어내고 부검실의 좀 더 리얼한 풍경을 다룬다. 살인 용의자를 뒤쫓는 수사물의 장르적 쾌감 역시 상당하다. 실제로 이 드라마의 원안과 연출을 맡은 것은 와 을 연출했던 영화감독 장항준이다. 영화감독의 드라마 진출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2006년 SBS 의 한지승 감독을 필두로 최근 SBS 의 김영준 감독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영화감독들이 드라마 시장에 진출했다. 이에 대해 의 제작사 아폴로픽처스의 박지은 제작PD는 “화면의 미장센이나 연출기법, 감각 면에서 기존의 드라마 감독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영화 촬영 현장을 운용한 경험은 스케일 큰 드라마를 연출할 때 도움이 된다”며 영화감독 영입의 이유를 말했다.

안정적인 작업 환경, 영화와 다른 문법

영화감독 입장에서는 드라마가 영화에 비해 프리 프로덕션 기간이 짧고 안정적이라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는 준비작업이 길고, 언제쯤 제작에 착수해서 개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약이 없다. 케이블 채널의 자체 제작 비중이 커진 덕에 드라마는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2시간 내외로 승부를 봐야 하는 영화와는 달리, 긴 호흡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창작자로서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장항준 감독은 tvN 의 각본을 집필하며 “10년 간 염두에 두었던 법의학이라는 소재를 드라마의 호흡으로 푸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제작사와 감독의 이해가 잘 맞은 셈이다.

하지만 아직 영화감독의 드라마 도전은 많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장항준 감독은 “러닝타임이 조율 가능한 영화와는 달리, 정해진 분량에 맞춰야 하는 드라마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어떤 것을 살리고 어떤 것을 포기할지 밸런스를 잡는 게 쉽지 않다. 영상 문법도 영화와는 다르다. 영화와 달리 TV 드라마는 풀 샷이 많으면 화면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드라마의 특징과 문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뛰어들지 않으면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그래서 영화감독과 드라마 제작사의 만남을 드라마 산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긍정적인 가능성이 있는 건 분명하다. 박흥식 감독의 SBS 는 낮 신에서도 조명을 쓰는 고집을 통해 섬세한 화면을 보여줬고, 양윤호 감독의 KBS 는 영화에서 볼 수 있던 액션신들을 TV 드라마로 옮겼다. 그리고 은 ‘미드’로부터 촉발된 메디컬 수사물에 대한 시청자의 갈증을 채우는 시험에 들었다. 과 장항준 감독은 과연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사진제공. SBS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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