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싸인>│< CSI >냐 <하얀 거탑>이냐, <싸인>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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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I > 시리즈나, OCN 와 같은 수사물을 기대했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메디컬 수사 드라마’를 표방한 SBS 의 제작 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은 드라마의 중심 장르가 수사물이 아니라는 말로 첫 인사를 대신했다. “우리 드라마는 현미경 들여다보고, 지문 채취하고 그런 것과는 장르적으로 거리가 멀다. 어찌 보면 죽음을 둘러싼 음모와, 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은 거칠게 요약하자면 ‘천재 법의관 윤지훈(박신양)과 의욕 넘치는 신참 고다경(김아중)이 권력에 눈이 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이명한 교수(전광렬)와 맞서 싸우며 권력이 은폐하려 했던 거대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 정도로 설명이 가능하다. “홍보팀에서 써 준 ‘사회를 해부한다’는 카피가 바로 김은희 작가와 내가 생각한 목표”라는 장항준 감독의 설명을 듣고 나면, 인간의 탐욕이 불러 온 파국을 법의학자의 눈으로 바라보겠다는 의 지향점이 보인다. 과연 은 기존의 메디컬 수사물들과 어떻게 다를지,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드라마들과의 비교를 통해 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았다.

< CSI > vs
중심 줄거리의 존재 유무, 열악한 법의학의 현실
SBS <싸인>│< CSI >냐 <하얀 거탑>이냐, <싸인> 관전포인트
│< CSI >냐 <하얀 거탑>이냐, <싸인> 관전포인트" />부검을 통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간다는 점에서 으로부터 < CSI >를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 CSI >가 에피소드 단위로 사건 해결에 집중한다면, 은 그 시작과 끝을 연결하는 하나의 사건을 배경으로 하되, 중간 중간 3~4편 단위로 다른 사건들이 병행해서 진행되는 형식이다. 장항준 감독은 총 16부작인 에 등장하는 사건의 단위를 3~4편으로 잡은 것에 대해서는 “에피소드 형식이 한국에선 아직 모험이지 않나. ‘계속 이어서 봐야지’가 아니라 ‘다운 받아 봐야지’ 해버리면 끝이니까. 계속 보게 만들려면 연작의 형식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장비들과 연구실이 있는 < CSI >와 달리, 한국 법의학계의 열악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또한 의 특징 중 하나다. 전국 40여명 남짓한 법의관들이 매년 수천 여건의 부검을 소화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은 이 법의학을 소재로 다룬 이유다. 장항준 감독은 “은폐된 죽음의 진실을 말해 줄 수 있는 건 망자뿐이고, 그들이 몸으로 보내는 ‘싸인’을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은 법의학자다. 그들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은 극의 원동력이라 할 윤지훈과 이명한의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vs
선 굵은 남성 캐릭터들의 신념의 대립
SBS <싸인>│< CSI >냐 <하얀 거탑>이냐, <싸인> 관전포인트
│< CSI >냐 <하얀 거탑>이냐, <싸인> 관전포인트" />열악한 법의학계의 현실을 개선하려면 권력을 손에 쥐어야 한다고 믿는 이명한은 MBC 의 장준혁(김명민)을 연상시킨다. 힘과 권력이 지배하는 의국에서 소신을 지키고자 했던 최도영(이선균)과, 일단 힘을 얻기 위해 잠시 소신을 접을 수 있지 않느냐는 장준혁의 대립은 의 핵심 갈등이었다. 의 윤지훈과 이명한의 대립구도 또한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윤지훈과 이명한은 모두 법의학계의 현실을 개선하고 싶다는 큰 목표지점은 같지만, 이명한 교수가 “권력과 관련된 거대한 사건”의 은폐에 가담하면서 두 캐릭터의 대립이 시작된다. 그러나 내성적이고 다소 소극적이었던 최도영과 달리, 윤지훈은 끝없이 이명한에게 도전하며 그 대립각을 명확하게 한다.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청문회에 불려간 윤지훈은 이명한의 소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명한이 고의적으로 타살인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 굵은 남성 캐릭터 간의 대결구도가 주는 팽팽한 긴장감은 최도영과 장준혁의 대립보단, 노민국(차인표)과 장준혁의 대결에 더 가깝다.

의 주연을 맡은 박신양은 “가고자 하는 방향이 굉장히 스트레이트”한 드라마로 을 정의했다. 또한 작품을 위해 법의관들을 인터뷰했다는 김아중은 “과중한 업무 때문에 비관적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는 달리 너무도 긍정적이고 밝은 분들이었다. 그런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살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간의 탐욕과 권력, 열악한 국내 법의학계의 현실, 그리고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는 이들의 열정까지, 이 잡아야 할 토끼는 한두 마리가 아니다. 과연 제작진은 그러한 문제 의식과 이야기를 ‘스트레이트’하게 밀어 붙여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첫 방송은 오는 5일 밤 9시 55분, SBS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사진제공. SBS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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