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더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High high’나 ‘집에 가지마’에서는 GD의 역할은 랩을 한다기보다 사운드적인 흐름을 안내하는 역할 같거든요. 반대로 TOP은 곡에 임팩트를 주고.
GD
: TOP은 목소리가 정말 묵직하고 카리스마 있고, 저는 굉장히 얇으니까 조화를 이루려면 TOP이 모든 걸 잡아주면 저는 위에서 막 날라다녀야 (웃음) 흐름이 잡힌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조적인 두 사람이 만들어서 나온 앨범의 사운드가 이런 결과인 게 재밌어요. 말 그대로 좀 ‘High’라고 할 수 있는, 현실에서 조금 떠 있는 느낌이 있어요.
GD
: 네. 저희가 그런 류를 좋아해요.
TOP : 몽환적이고, 공간감이 있는 사운드를 내고 싶었어요.

“테디 형과 제대로된 공동작업을 했다”



그런 사운드를 선택하는 이유가 뭔가요? ‘High high’나 ‘Oh yeah’는 그냥 클럽에서 논다기 보다는 가사 그대로 ‘해탈한 듯’ 음악에 취한 느낌을 강하게 주는데.
GD
: 일단 저희는 눈감고 가사만 들어도 그림이 그려지는 음악을 의도했고, 한 편의 영화처럼 시각적인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기만 하면 재미없잖아요. 콘서트에서도 팬들을 우리가 좌지우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언제 밀고, 언제 당기고, 언제 줄이고, 언제 높이고 하는 걸 알아야 사람들을 고조시킬 수 있어요. 그래서 짧은 러닝타임에서도 감정이나 흐름도 바뀌고, 여러 효과를 줘서 점점 더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클럽의 공간감을 살린 건가요? 곡마다 음악 속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만드는데 노력한 거 같아요. 곡의 내용에 따라 조금씩 질감도 다르고.
GD
: 그런 부분은 굉장히 디테일하게 요구하죠. “어, 믹스 잘하는 누구한테 맡겨” 이게 아니라 우리가 녹음 끝내면 “형, 이 부분에선 저희가 굉장히 뒤에서 부른 것처럼 울려야 하고요, 이 부분에서 우리가 더 귀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나와야 해요” 이렇게 설명하는 거죠.
TOP : 회사에서 그런 사운드 믹싱에 가장 정성을 쏟아요. 사장님이 직접 믹싱을 하기도 하고. 이번 앨범도 같은 곡이라도 CD로 듣는 거하고 디지털 음원으로 다운로드 받아 듣는 거하고 조금 달라요. 듣는 환경에 맞춰서 사장님이 직접 믹싱을 해서. (웃음)
GD : 그래서 YG의 사운드는 페리 형의 세대와 테디 형의 세대, 그리고 저희 세대의 소리가 확연히 달라요. 프로듀서에 따라 상상하는 소리가 다르고, 그게 정확히 앨범에 반영되니까요.

그래서 ‘High high’나 ‘Oh yeah’는 얼핏 들으면 빅뱅의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의 곡인데, 두 사람은 클럽 안의 공간을 재현한 것 같아요. 얼핏 들으면 대중적인데, 이런 클럽의 공간이 주는 느낌에 몰입해서 즐길 사람이 많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TOP
: 저희도 그 부분에서는 좀 모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아예 대중성만 생각했으면 빅뱅에서 했던 곡과 같은 스타일로 가야 했는데 거기서 좀 변화를 줬으니까요. 그런데 우선 대중에게 저희의 색깔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오랜만에 나왔는데 뭔가 새로워져야 하지 않을까 싶고.
GD : 사람들이 클럽 문화에 대해 알건 모르건, 우리 무대를 봤을 때 “아, 클럽에 가선 저렇게 놀아야 되고, 이 노래를 들을 땐 저렇게 뛰어야 신이 나는구나”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송을 계속 하다보면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킬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구요.

그런데 처음에 타이틀곡으로 발표한 ‘High high`와 ’Oh yeah‘는 두 사람이 작곡한 곡이 아니에요.
TOP
: 처음에 우리가 작업했을 때는 좀 더 따뜻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는 대중에 대한 배려도 필요했고, 사장님도 그런 생각을 하셔서 테디 형에게 부탁을 했어요. 곡의 디테일은 저희 방향으로 가되 어느 정도는 익숙한 스타일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GD : 사실 지금까지 빅뱅 앨범에는 테디 형 곡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테디 형하고도 항상 하는 얘기지만 자기 성향이 센 작곡가들은 아무래도 서로 안 붙는 경우가 많아서 테디 형하고도 좀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렇게 계속 가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6개월 전부터 테디 형하고 계속 얘기해서 결론을 냈어요. (웃음) 테디 형 곡을 받을 때는 테디 형이 틀을 잡고 그 다음은 저희에게 넘겨요. 그러면 테디 형은 손을 떼요. 그리고 다시 테디 형과 조율하고. 그래서 공동작업이란 게 제대로 된 게 이 두 곡인 거 같아요.

그래서 ‘High high’는 GD가 작곡을 하지 않았지만 곡의 전개 방식은 GD의 스타일이란 느낌이 강해요. 곡의 구간마다 한 단계씩 변하는 느낌이에요.
GD
: 아무래도 곡의 시작을 제가 하니까 그런 것 같고, 제가 시작을 세게 치면 TOP이 다시 잡아주고, TOP이 세게 치면 제가 잡아주고 해서 곡이 재밌게 흘러간 것 같아요. 지루하지 않게 하고 싶었으니까.
TOP : 그런 게 공동작업의 결과물 같아요. 각자의 색깔이 있고, 테디 형이 일단 방향을 제시하면 둘이 새로 해석을 해서 덧붙이는 과정이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새로운 느낌이 나왔던 것 같아요.

“어떤 음악을 갖고 나오든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 앨범을 내고 싶다”



그런데 정작 곡의 반응은 ‘High high’나 ‘Oh yeah’도 괜찮지만 활동이 많이 없는 ‘뻑이 가요’나 무대에서 한 번도 안 부른 ‘집에 가지마’도 좋잖아요. ‘뻑이 가요’처럼 멜로디 없이 랩으로 진행되는 힙합 음악이 반응이 온다는 건 좀 힘든 일인데.
TOP
: 사실 대중이 좋아할 곡이라는 생각은 안했어요. 그런데 왠지 그럴 거 같다는 예감도 같이 들었구요. 아무래도 둘이 모이면 힙합 성향이 강해지기도 하고, 그냥 지금 우리가 가진 젊음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보고 싶었어요. 한 2년 동안 빅뱅이란 팀을 쉬면서 저희들이 배우고 느낀 걸 가장 본능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게 힙합 음악이었던 것 같아요. 아주 쉬운 스타일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기도 했구요.
GD : 저희는 빅뱅이든 승리든 음악을 낼 때 자신 없진 않아요. 다만 자신 없는 건 빠르게 변하는 음악계의 판도에요. 앨범을 냈는데 타이틀 곡 하나만 사람들이 듣고 다른 곡들은 잊혀져요. 예전에는 노래에 대한 향수가 있었잖아요. 그 때 내가 몇 살이었고, 누구와 만나면서 그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받았다는 그런 향수. 그런데 요즘은 모든 게 3주 안에 결정되고, “그 노래 후렴밖에 기억 안나”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그런 판도를 잡으려면 대중에게 앨범의 모든 곡을 타이틀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그러려면 앨범 전체의 흐름이나 모든 곡의 완성도도 좋아야 하구요.

‘High high’만 타이틀곡이 아니라는 건가요?
GD
: 어떤 사람은 ‘High high’를 듣고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Baby good night’을 들으며 좋아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타이틀에 따로 큰 힘을 싣지는 않았어요. 테디 형과 작업한 곡들은 평균적으로 봤을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곡을 타이틀로 정했고, 여러 다른 곡들로 그 곡에 없는 매력을 채워주려고 하면서 균형을 맞추는데 중점을 뒀어요.

확실히 이번 앨범은 ‘High high’와 ‘Oh yeah’를 빼면 일렉트로니카적인 것 보다 힙합이나 아예 그 외의 장르로 많이 갔어요.
TOP
: 원래 저희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가장 많이 선보인 앨범이라는 생각은 해요. 너무 일렉트로니카만 하기엔 저희도 그런 차가운 느낌은 질리기도 하고. 저희들이 활동하면서 느낀 걸 새로운 방식으로 한 곡 한 곡 정성스럽게 담고 싶었으니까요.

그러면 좀 더 모험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뻑이 가요’를 더 앞세웠다면 메인 스트림 음악계에 좀 더 다른 스타일을 제시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TOP
: 그게 좀 억울해요. 드라마에서는 ‘뻑이 간다’는 말도 나오고, 욕설도 나오는데 음악은 심의가 잘 나오지 않아요. 저희도 활동하고 싶어요. (웃음)
GD : 이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웃음) ‘뻑이 가요’는 <내 이름은 김삼순> 보다 만든 거예요. 거기서 김선아 씨가 계속 “아주 뻑이 갑니다 뻑이 가요”라고 하길래 거기서 아이디어를 떠올린 다음에 곡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심의가 안 나요. (웃음)

가장 개인적인 사연을 가진 음악이네요. (웃음) 그런데 두 사람이 가장 하고 싶어했던 음악이 대중적으로 반응을 얻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가사도 두 사람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대중에게 통하는 거잖아요.
TOP
: 우리가 가진 색깔만 보여줘서 모든 리스너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음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빅뱅이 어떤 음악을 갖고 나오든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 앨범을 내고 싶었던 게 이 앨범에서 가장 원한 결과였던 거 같아요.

그만큼 음악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지 않나요? 빅뱅 데뷔 이후로 두 사람 다 점점 더 개인적인 이야기와 취향을 담은 음악들로 가고 있는 건데.
GD
: 빅뱅으로 데뷔한지 5년 돼 가는데, 이제야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저희가 처음 시작할 때만 ‘뻑이가요’를 히트곡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저희 의도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계속 이런 음악을 더 많이 선보이다 보면 사람들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 같아요. 저희가 항상 바라왔던 그림으로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TOP : 가능하면 앨범을 들었을 때 그냥 귀로 듣고 흘리는 음악이 아니라, 머릿속에 그림들이 그려지는, 이 앨범에 대해 작품이라는 말을 들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죠.
GD : 그리고 빅뱅에 대해 한 마디 더하자면, 앨범이 미뤄지면서 불화설이 돌기도 한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희 앨범이나 승리 앨범 모두 빅뱅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진행해왔어요. 중요한 건 누가 먼저 나오고, 누가 어떻게 나오고가 아니라 저희끼리 얘기해서 저희가 원하는 길을 제시하는 거예요. 저희의 무대가 말 그대로 ‘쇼’라면 저희 두 명의 쇼도 있고, 승리의 쇼도 있고 빅뱅의 쇼도 있어요. 그때마다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그런 소문 때문에 멤버들끼리도 굉장히 속상하고 얘기하다 보면 골치가 아프더라구요.
TOP : 저희는 불화설이든 뭐든 다퉈본 적도 없습니다. (웃음)

“앞으로는 빅뱅의 범위를 크게 넓히게 될 거 같다”



그러면 다음 빅뱅의 행보는 어떻게 갈까요?
GD
: 빅뱅 멤버들이 모이면 항상 그런 얘기를 해요. “이제는 따뜻한 음악을 하자.” 사람들이 보기에는 지친 일상을 덜어줄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게 가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희는 좀 더 크게 생각하고 싶어요. 요즘 세상도 각박하고, 여러 가지로 사람들이 많이 변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희도 아직 어리지만 저희 세대와 더 어린 세대도 또 확연한 차이가 있구요. 그런 것도 음악으로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어요. 그래서 따뜻한 음악을 하고 싶고, 빅뱅으로 돌아오는 다음 앨범의 음악은 여러분들의 생각과 많이 다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빅뱅을 좋아했던 이유는 빅뱅의 색깔이 있고, 항상 해오던 음악이 있기 때문이니까 그 두 가지를 충족시켜야겠죠.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왠지 어른이 되어 간 것 같네요.
GD
: 지난 2년 동안 빅뱅 활동을 쉬면서 많은 루머도 있었는데, 오히려 그러면서 멤버들끼리 더 단단해지고 돈독해지면서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아직도 저희는 어리지만 빅뱅이라는 팀이 전보다 더 커진 것 같아요. 그래서 아직은 다 말씀드릴 수 없지만, 다음 빅뱅 앨범은 어떤 음악이냐보다 굉장히 커진 빅뱅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커진 빅뱅?
GD
: 앞으로 나올 빅뱅 앨범에서는 여러 방면에 있는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하면서 빅뱅의 범위를 크게 넓히게 될 거 같아요. 그들과 더 멋진 그림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아서 설레요. 미아(M.I.A)의 앨범에도 참여한 디플로가 ‘뻑이가요’에 참여한 게 그 시작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앨범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티에스토와도 작업하려고 했었구요. 그런 작업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이런 매력적인 음악이 있고, 같이 듣자고 하고 싶었어요. 저희가 무슨 선생님은 아니지만 음악을 조금 많이 아는 친구 입장에서 “이런 음악 어때? 한 번 들어봐. 그리고 이렇게 놀아봐”라고 제시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두 사람의 직업은 남들에게 보이는 직업인데, 이번 앨범은 자신들의 이야기와 남들에게 보이는 무대를 위한 모습 사이의 밸런스를 찾았다는 느낌도 들어요.
TOP
: 확실히 성격적으로 많이 바뀌었죠. 나쁜 쪽으로 바뀐 거 같지는 않아요. (웃음) 조금 시야가 넓어졌는데, 그래서 이번 앨범은 참 자유롭게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저희에게 차트 성적이 중요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GD : 우리가 프로듀싱한 앨범이니까요. 저희가 안 했던 일이나 저희가 할 수 없는 일을 가사로 쓰면 그건 허세가 될 수 있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건, 저희 밖에 못하는 말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런 가사를 최대한으로 많이 반영을 했어요. 앞으로 사람들이 들을 때 “어, 얘네가 이런 생각을 해?”가 아니라 “아, 얘네니까 이런 생각을 하지”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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