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1인자의 위엄
, 1인자의 위엄" /> 목 KBS2 밤 11시 5분
목욕탕에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박명수가 있다. 그렇다. 시상식의 시즌이다. 어린아이의 때 묻지 않은 솔직함과 가장의 투박한 삶이 섞인 이 남자는 상 하나 꼭 부탁한다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며 자신만의 연말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유재석은 박명수의 이 모습을 놀리며 또 한 번 웃음을 줬다. 박명수가 던진 웃음을 유재석이 복리 이자 불리듯 불리는 이 패턴은 어제 를 축약하는 장면이었다. 예능을 낯설어하는 엄기준과 이윤지, 아직 어린 학생 같은 김수현과 수지, 열심히 하지만 역시나 예능 초보인 이병준은 크리스마스 특집이라기 보다는 사실상 그들이 출연하는 KBS 특집이었고, 예능 프로그램에 그리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재석은 마치 웨일즈 국가대표팀의 긱스처럼 스튜디오를 휘저으며 게스트의 어떤 토크에서든 웃음의 틈을 찾아내 웃음의 골을 넣었다. 낯가리는 김수현이 처음 본 사람들한테 속마음과 반대로 말한다고 하자 그가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 한 것이 사실 “혼자서도 잘 하니까 가만히 계세요”라는 뜻이라며 순식간에 그에게 캐릭터를 부여했고, 이윤지가 징징대는 어리광 많은 남자가 싫다고 하자, 순간 콩트를 짜서 박명수까지 끌어들였다. 또한 토크의 흐름이 느슨해지면 일부러 과도한 어리광으로 진상을 떨며 웃음을 재점화했다. 크리스마스 특집이라기엔 특별한 기획 같은 건 없었지만, 유재석은 다른 때보다 좀 더 활발하게 토크에 끼어들며 파리도 새로 보이게 하는 연금술을 펼쳤다. 유재석이 1인자인 이유는 어떤 상황이든 이렇게 균질한 웃음을 보장하기 때문이고, 마침 시상식을 앞두고 그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다만 슬픈 것은, 올해도 왠지 시상식에서 활짝 웃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 박명수다.

글. 김교석(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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