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락락>, 마지막 순수의 시대를 위하여
, 마지막 순수의 시대를 위하여" /> 3-4회 KBS 토 밤 10시 15분
전형적인 이야기는 때로 실화에 의해 구원받는다. 김태원의 음악인생을 다룬 (이하 )도 그런 경우다. 최고의 기타리스트를 꿈꾸던 한 소년의 청춘성장 공식을 충실히 따랐던 1-2회에 이어, 의 3-4회 역시 그가 좌절을 극복하며 마침내 음악과 생의 진리를 터득해가는 휴먼 뮤직드라마의 전형적 스토리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에는 그 전형성을 뛰어넘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그 중심에는 물론 김태원의 드라마틱한 삶이 전하는 진정성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 메인스토리를 감싸는 대중음악사에 대한 애정 어린 회고의 시선 또한 큰 역할을 한다. 극중 김태원(노민우)의 청춘음악수난사는 그 자체로 80년대 한국 록 신의 성장과 좌절의 역사이며, 드라마는 그 열정의 시대를 애잔한 감수성으로 재현해낸다. 양팔로 안으면 품에 가득 차던 LP판, 연필로 하나하나 음표를 그려나가던 오선지 악보, 신청하면 음악을 녹음 테이프에 담아주던 레코드 가게, 노래 연습과 교습이 펼쳐졌던 악기 전문점, 록의 전당 파고다 극장 등 80년대 록키드들의 매체와 공간들이 그 시절의 추억을 배달한다. 그리하여 극중에서 부활을 비롯하여 시나위, 들국화 같은 언더그라운드 메탈 밴드들의 록 음악이, 주류 음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던 80년대를 지나 ‘한때는 시나위 했던 서태지의 90년대’에 이르러 “시대의 변화”에 차츰 밀려나는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서글프다. 의 대단원은 김태원이 가요대상에서 작곡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재기한 2003년에서 막을 내린다. 2010년 현재 주류 음악시장은 더 획일화되었고, 김태원은 음악이 아닌 예능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이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그것이 ‘국민 할매’ 호칭에 가려진 뮤지션 김태원의 재발견인 동시에 우리 대중음악사 마지막 순수의 시대에 대한 보고서였기 때문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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